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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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물론 진귀한 유물이 대거 동원된 전시지만,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으로 또 (우리 기억으로 적어도) 재작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전시로는 모자람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고려, 아니 조선전기부터 그 위로 거슬러가는 유물들은- 특히 귀한 것일 수록 더욱- 단연 일본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이 '일본 제외' 외국, 한국은 세번째다(이런 게 바로 '셋이 뛰어서 동메달'이라는 경우일 것이다.). 고로 해외 소재 작품들의 대여협조가 최대한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전시는 금갈 수밖에 없다.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라고 어물쩡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서 행정/입법/사법 3부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한다. 박물관의 책임은 과연 정말로 이 3군데 중에 2군데-곧 행정/입법부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면서 충분히 호소를 했느냐는 데까지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지금 이게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닌 것이, 이런 데서도 티가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 꼭 봐야 하는 전시로는 1순위다. 이런 대규모 고려문화전을 다시 보려면 또 2~30년은 기다려야 할 가망이 많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문장부호 하나도 없는 전시제목은- '813의 비밀'을 모델로 한 게 아니라면- 언어감각이 어디 시골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 플래카드 수준.
- ~3.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성인 8천원
● 콘서트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 이 홀에서 그간 매년 진행해온 기획도 어느새 3년차, (순서는 좀 뒤바뀌었지만) 소위 '다 폰테 3부작'의 마지막을 이 작품이 장식하게 되었다. 지휘는 르네 야콥스(René Jacobs), 악단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 Baroque Orchetra), 캐스팅은 (예정은) 돈 지오반니 역에 바리톤 안드레 슈엔(Andrè Schuen), 돈나 안나에 소프라노 폴리나 파스티르차크(Polina Pasztircsák), 돈 오타비오에 테너 데이빗 피셔(David Fisher), 기사장/마세토에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이믈러(Christian Immler), 돈나 엘비라에 메조소프라노 올리비아 버뮬렌(Olivia Vermeulen), 레포렐로에 베이스-바리톤 로버트 글리도우(Robert Gleadow), 체를리나에 소프라노 임선혜.
- 3.29(금) 저녁 7시30분/30(일) 오후 5시, 롯데 콘서트홀, 16/12/8/5만원
●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피아노 독주회; 건강 문제로 작년 이맘때쯤 취소했던 리사이틀, 1년 만에 복귀를 했다. 프로그램이 아직 공지가 안 되었는데 작년에 취소했던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올 가능성도 꽤 있다.
- 3.5(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5/12/8/4만원
● 크리스티안 지머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리사이틀; 독주회로는 2003년 이후 두번째, 16년만의 내한- 아마 작년에 필하모니아와 번스타인 협연차 왔을 때 한국에 대해서 생각이 좀 바뀐 모양이다. 프로그램은 쇼팽 스케르초 4곡은 공통이고, 22일은 브람스 소나타 1번, 23일은 2번.(서울 공연은 이미 매진인데, 인천 공연(3.26(화), 아트센터 인천)은 티켓이 좀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 3.22(금)/23(토)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 16/12/9/6만원
●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 피아노 독주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살아있을 때는 '음악이 좀 딱딱하다'는 소리를 들었겠으나, 이제 와선 '노대가(194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74세다)' 중의 한 사람이다. 다시 한번 'all-Beethoven' 프로그램을 들고 왔는데 우리가 듣기엔 부흐빈더의 모차르트는- 보다 자유롭게, 확신을 갖고 노래한다- 더 좋다. 모차르트 독주곡 사이클은 여러 모로 무리겠지만 '지휘를 겸해서 이틀에 모차르트 협주곡 4곡' 정도는 현실성 있는 기획이지 않을까 싶고, 또 매년 4곡씩 3~4년 정도면 전곡은 아니더라도 모차르트의 주요 협주곡들은 한번씩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와 피아노협주곡들은 모차르트 작품세계의 핵심이다- 상기 '다 폰테 오페라 시리즈'처럼 꾸준히 조명하는 기획이 절실한 이유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10번/13번/8번 "비창"/25번/23번 "열정".
- 5.12(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2/9/7/5만원
● 피카소와 입체파; 아주 좋은 컬렉션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계'는 잡힌 전시구성. 체계가 잡혀있다는 것은 보면 '공부'가 되는 전시라는 의미도 되겠으나,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그림이 '모르면 못 보는' 게 아닌데 한국엔 잘못된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오디오가이드 대여해서 귀에 이어폰 꽂고 열심히 '알려고'만 하면 전시회가 '미술사 시청각교재'로 전락한다. 배우려는 자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우선순위' 혹은 '순서'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전시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는 습관이다. 좋은 얘긴데 막연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전시의 두번째 섹션 '입체주의의 발명: 피카소와 브라크'를 가지고 '생각해볼 문제'의 구체적인 예를 아래에 한번 들어보겠다:
(i) 이 방에 피카소&브라크 '듀오'의 작품이 합계 7점이 있다. 어느 것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참고로 이 구역이 전체가 16점이다- 7/16, 곧 대충 찍어도 반타작 확률이니 부담없이 해보시라는 말씀.)
(ii) 입체주의 시기 이 '듀오'의 작품은 너무 흡사해서 어느 게 피카소고, 어느 게 브라크인지 이름표 보기 전엔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당신이라면 혹시 구분할 수 있겠는가?(곧, 직접 두눈으로 확인해보시라...)
(iii) 자, 앞의 두 질문은 사실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이 마지막 문제를 위한 '준비운동'이다. 이제 최소한 두번 왕복을 하면서 피카소&브라크의 작품 7점이 어느 것인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 이 입체주의의 창시자들과 그 추종자들의 작품은 뭐가 달라 보이는가? 어떤 스타일상의 차이점이 있는가?
이 마지막 질문도 정답 같은 것은 없다- 사실 그림 앞에 서서 무심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디오가이드는 물론이고 이런 '화두'들도 다 필요가 없는 것이다.
- ~3.3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성인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