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이번 주 예정이었던 보스턴교향악단 내한공연이 취소되면서 우리의 리스트가 더 소략해졌다- 혹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추가 여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 ― )

 

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Elisabeth Leonskaja)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32번.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고, 주지하다시피 피아노 소나타가 베토벤의 핵심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히나 이 30~32번 '세트'는 아마 올해 여러번 들을 수 있을 프로그램-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은 다 찾아서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 4.11(토)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8/6/4만원

 

● 프랑수아 를뢰(François Leleux) 오보에 리사이틀;  로린 마젤이 상임이던 시절에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오보에 수석이었다. 지금은 지휘와 솔리스트 활동을 병행 중. 피아노 반주는 에마뉘엘 스트로세(Emmanuel Strosser), 프로그램은 모두 프랑스 오보에 음악- 생상/풀랑/페쿠(Pécou)/뒤티외(Dutilleux) 오보에 소나타, 상캉(Sancan) 소나티나, 드뷔시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잉글리시호른 편곡 버전), 보차(Bozza) "목가적 환상곡(Fantaisie Pastorale)".

- 4.16(목) 저녁 8시, 금호아트홀 연세, 6만원

 

● 장중보옥_도자소품, 장엄공덕_고려사경;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작은 테마전 둘을 동시에 진행한다. 전자는 아무래도 보통 전시 때 대작에 묻혀 지나가기 쉬운 소품들을 모은 것- 크기가 작다고 장인들의 솜씨가 따라서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시품의 질은 우수하다. 11c 이전의 초기청자는 없지만 12c 이후로는 절정기의 순청자부터 시작해서 교태연리문청자/고려백자/조선전기 순백자 등등 포함해서 종류별로 고르게 구색을 갖췄고, 19세기 물건들은 때깔이 좋다. 후자, 고려사경은 문화유산으로서 여러가지 의미를 갖겠으나 미술사적으로는 특히 귀중한 서예사 자료이다. 이 전시는 거의 14c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남은 게 탁본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중에라도- 서체 연구가 제대로만 된다면- 통일신라부터 고려말까지 그나마 얼추 연대를 맞춰서 테마전이라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한국 서예사 아이템이 바로 이 사경이니, 뜻이 있는 분은 한번 관람해 볼 것을 권한다.

 ~ 2.22(토)까지, 호림아트센터, 성인 8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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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 크리스티안 틸레만 & 빈필(Christian Thielemann &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개런티는 2위라도 실력이 2위인 것은 아니다- 베를린필하고는 '다른' 사운드. 다만 공연마다 연주의 질이 얼마나 고르냐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베를린필이 우위다. 해서 전체적인 공연의 완성도는 틸레만이 얼마나 단원들의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고, 특히 프로그램이 브루크너 8번 한곡이기 때문에- 보통 80분, 빨리해도 70분대 후반, 템포를 느리게 잡으면 90분도 넘어간다- 더욱 그렇다. 여담이지만 이제 웬만하면 좋은 오케스트라는 롯데콘서트홀로 데려오는 게 좋겠다는 게 음악애호가들의 바램- 홀이 좋을수록 못하는 오케스트라는 오히려 듣기가 괴롭고, 좋은 오케스트라는 더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젠 비싼 티켓값 내고 빈필 사운드를 예술의 전당에서 듣긴 좀 아까운 의미가 있다.

- 11.1(금)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3/34/25/16/7만원(1~3일 사흘 스케줄인데 2일은 전석초대, 3일 대구 공연은 진작에 매진이고, 1일 공연은 아직  한두 자리씩 취소되어서 나오는 표는 있는 것 같다.)

 

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아르토 노라스 & 랄프 고토니(Arto Noras & Ralf Gothoni); 2019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 중 하나. 노라스보다 첼로 잘했던 사람은 이제 다 죽고 없다- 앞으로 적어도 50년 안에 누가 다시 태어날지도 우리는 의문. 노라스가 42년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78세, 기량은 예전 같지 않겠지만 소위 '전후세대'도 이젠 역사책 속으로 퇴장하는 단계다- 곧, '너 아무개가 첼로하는 거 직접 들어본 적은 있냐?'가 자랑이 될 거라는 말씀. 프로그램은 베토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Bei Männern~'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야나첵 "동화(Pohádka)"/류재준 첼로 소나타/베토벤 "마술피리 중 'Ein Mädchen oder Weibchen~'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쇼스타코비치 첼로소나타.

- 11.6(수)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5/3/2만원

 

● 안드라스 쉬프 &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András Schiff & Cappella Andrea Barca);  내년이 바로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인 관계로 올 가을부터 내년 봄에 걸친 '2019~20 시즌'부터 기획공연들이 시작이다. 쉬프가 1999년 창단했다는 동반하는 실내악단은 상설연주단체는 아니고, 아리송한 이름은 본인의 이름을 이태리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프로그램은 베토벤 협주곡 2/3/4번(이틀에 전곡은 스케줄이 잘 안 맞았던 모양인지?; 우리가 놓쳤는데 1/5번은 아래 보다시피 다음날 인천에서 공연이 있다).

- 11.12(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0/15/12/9/6만원

- 11.13(수) 저녁 8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12/9/7/5/3만원 

 

●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흥행이 괜찮았던지 전시가 9월말부터 3주간 연장이 되었다. 그냥 편하게 둘러봐도 좋지만 눈을- 거창하게는 '안목'을- 훈련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연습문제들이 많은 전시. 몇 개만- 우리의 모범답안(?)과 함께- 예를 들자면,

(i) '연강임술첩' vs. '신묘년풍악도첩'

: 겸재 '연강임술첩'(전시장 설명판엔 '임진강에서의 뱃놀이', 리플릿엔 15번 우화등선·웅연계람도)는 우리가 알기로는 필력에 우열의 차이가 있는 서로 다른 2개의 화첩이 존재한다. 이 전시는 시치미 뚝 따고 어느 쪽인지 안 적어놓았기 때문에 연습문제로 딱 좋다. 부근에 있는 '신묘년풍악도첩'(중 금강내산총도/장안사/보덕굴) 같은 다른 검증된 겸재 그림과 필력을 비교해서 본인이 직접 이게 '우본'인지 '열본'인지 결정해보시라.

(ii) '해동명산도첩' vs. '동유첩'

: 사실 위 '연강임술첩'은 원체 필력이 느슨하기 때문에 눈썰미가- 그리고 양심이- 있으면 알아보기 별로 어렵지 않다. 그래서 그냥 '진적이노라' 우길 수가 없으니까, 이게 말하자면 정리가 덜 된 '현장사생본'이라 그렇다고 좋게 포장해준 주장도 있다. 자, 그럼 여기서 이번엔 단원 이름으로 된 '해동명산도첩'(전시장 설명판엔 '강원지역 명승 스케치')와, 단원화풍을 베껴서 그린 작자미상의 '동유첩(전시장 설명판엔 '금강산 유람 기념 그림')을 비교해보시라. 기왕이면 계속 왔다갔다 하는 수고를 좀 하더라도 '해산정' vs. '해산정', '옹천' vs. '옹천', 이런 식으로 같은 장면을 그린 그림들을 눈에 잘 담아서 비교해보면 더 알기 쉬울 것이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전자가, 색칠도 안 한 '초본' 쪽이 그림이 더 좋아보인다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물론 '해동명산도첩'이 현장이 아니라 여행을 마친 후에 사생본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초본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우리의 요점은 현장에서 그렸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동양화가 무슨 서양 유화처럼 물감을 덕지덕지 바른 것도 아니고, 채색을 좀 했다고 해서 기본 스케치 실력의 차이를 덮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위 우화등선/웅연계람 같은 그림들이 겸재의 손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스케치'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선들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iii) '동유첩' vs. '병진년화첩'

: 이번엔 상기 '동유첩'과 역시 단원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병진년화첩'(전시장 설명판엔 '충청지역 명승 그림')을 비교해보시라. 필력의 우열이 어떻게 보이는가?(우리가 아는 한 이 전시에 나온 작품들 중에 진위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100% 확실한 단원의 진적은 없으니, 라벨은 개의치말고 양쪽 그림만 열심히 들여다보면 된다.)

   우리가 보기엔 '필치가 다소 섬약한' 것으로는 후자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물론 같은 산수화라도 화풍의 차이가- '동유첩'이 더 사실적인 그림이고 '병진년화첩'쪽은 보다 부드럽게 그려야 하는 스타일이다- 존재하지만, 화풍의 차이를 떠나서 '원조'와 '추종자/모방자' 사이에 존재해야만 하는, 그런 수준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시 상기 '해동명산도첩'으로 돌아와서 '병진년화첩'과 다시 비교를 해보면 이번엔 다시 한번 동일인의 손에서 나왔다고 보기 힘든 수준의 차이가 있고, 역시나 톤이나 그림의 운치까지 가기 이전에 기본 스케치 실력 자체의 차이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나온 단원의 전칭작들 중에서는 이 '해동명산도첩'이 필력이 가장 낫지만 진적인지까지는 우리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이 정도 비교만으로 진적이라고 주장하기는 근거가 너무 박약하고, 훨씬 정밀한 고증을 요할 것이다. 반면 '병진년화첩'의 경우는 단원의 기준작으로 사용되기 이전에 정말 진적이 맞는지부터 입증이 되어야 하는 그림이다. '유명한 아무개 선생도 진짜라고 했다'면 '권위에의 호소'이고, '원래부터 진짜였는데 뭘 증명하냐'고 한다면 바로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begging the question)'이다. 둘다 논리적 오류의 고전적인 예로 빠짐없이 언급되는 부류들이다. 미술사도 근대학문일진대, 근대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이 기초적인 논리적 오류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iv) '해악전도첩' vs. '해산도첩': 이번에 처음으로 화첩 전체가 공개되었다는 김응환 '해악전도첩'(전시장 설명판엔 '금강산과 강원지역 명승 그림')은 그림만 총 60면이다. 이런 분량의 화첩이 다 온전하게 보존되려면 운이 꽤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보기엔 그림들이 필력이 고르지가 않다. 이것은 '대조군'으로 김응환의 종손 김하종의 '해산도첩'(전시장 설명판엔 '강원지역 명승 그림')이- 이건 딴 이야기지만, 보시다시피 이런 식으로 전시품 이름을 풀어놓는 게 관람객한테 혼동이나 안 일으키면 다행이지, 무슨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모르겠다. 그림은 도자기하고는 경우가 다른 것이다. 이런 상식이 안 통하면 그게 바로 '관료주의'다- 바로 인근에 있다. 예를 들어 '총석정' vs. '총석정'을 비교해보면, 벌써 파도치는 모양 표현한 것만 봐도 김하종은 작은 할아버지한테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이다. 한데 '해악전도첩' 전시가 시작되는 단발령/장안사/..., 이쪽 그림들을 보면 되레 김응환쪽이 필력이 꽤 밀린다. 요는 이것도 같은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

   그림들이 필법은 대략 같고 필력만 차이가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은 그냥 위조는 아니고 원본을 보고 베껴 그린 모사본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는 모사한 화가가 김하종(1793~?) 세대보다도 기량이 한수 아래인 걸로 보아 아마도 19세기 중엽 이후가 유력할 것이다. 즉, (19세기 중반 이후 어느 시점에) 당시의 소장자 본인이 마련해둔 사본이거나, 아님 주인 허락을 받고 원본을 빌려다가 만든 사본일 것이고, 어느 쪽이건 원본이 훼손된 다음에 소장자 본인 혹은 나중에 훼손된 원본+모사본을 동시에 입수한 사람이 원본의 낙장을 모사본으로 채워서 '합본'을 해서 만든 것이 현재의 화첩인 것.

   자, 이제 마지막 문제; 총 60면 중 현장에 전시된 36면의 그림 중에서, 과연 몇 면이 김응환의 원본이고, 몇 면이 임모본일까?(힌트를 주자면 김응환은 나뭇잎 하나, 혹은 거의 점 크기에 가까운 짧은 기둥 하나 긋는 데도 허투로 그은 획이 없다. (같은 수종의) 나무 vs. 나무, 건물 vs. 건물로 비교를 해보시라...)

~ 10.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특별전시실, 성인 3천원

 

● 10년의 기록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 호림박물관 신사분관(=호림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그간의 주요 전시에서 중요 유물을 발췌한 전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컬렉션 하이라이트' 비슷한 성격이라, 아직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 효율적인 관람기회. 원래 10월말까지였는데 최근 연말까지 두 달 연장되었다.

~ 12.31(화)까지, 호림아트센터, 성인 8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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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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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Ian Bostridge & Julius Drake) 슈베르트 2019;  '겨울나그네' 전곡 정도는 이따금씩 들을 수 있지만 소위 '3대 연가곡집'을 3일에 걸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진 않다. 아마도 서울에선 올해 가장 좋은 기획 중 하나. 프로그램은 10일 "겨울나그네"(D. 911)/12일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D. 795)/14일 "백조의 노래"(D. 957).

- 5.10(금)/12(일)/14(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12/9만원

 

●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 피아노 독주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살아있을 때는 '음악이 좀 딱딱하다'는 소리를 들었겠으나, 이제 와선 '노대가(194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74세다)' 중의 한 사람이다. 다시 한번 'all-Beethoven' 프로그램을 들고 왔는데 우리가 듣기엔 부흐빈더의 모차르트는- 보다 자유롭게, 확신을 갖고 노래한다- 더 좋다. 모차르트 독주곡 사이클은 여러 모로 무리겠지만 '지휘를 겸해서 이틀에 모차르트 협주곡 4곡' 정도는 현실성 있는 기획이지 않을까 싶고, 또 매년 4곡씩 3~4년 정도면 전곡은 아니더라도 모차르트의 주요 협주곡들은 한번씩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와 피아노협주곡들은 모차르트 작품세계의 핵심이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올해까지 3년간 진행했던 '다 폰테 오페라 시리즈'처럼 꾸준히 조명하는 기획이 절실한 이유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10번/13번/8번 "비창"/25번/23번 "열정".

- 5.12(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2/9/7/5만원

 

● 보로딘현악사중주단(Borodin Quartet); 단순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정도가 아니라 달리 수식어가 필요없는 세계 최고 현악사중단 중 하나. 특히 우리 체험으로는 보로딘의 쇼스타코비치 라이브는 그 어떤 음반으로 듣는 것보다 더 근사하다. 최근 10여년 안에도 제2바이올린과 첼로 주자가 교체되긴 했지만 제1바이올린 아하로니안(Ruben Aharonian)과 비올라 나이딘(Igor Naidin)이- 두 사람 다 1996년에 합류했다- 함께 활동해온 세월만 이미 사반세기에 가깝다. 프로그램은 하이든 현악사중주 Op. 33-5번/쇼스타코비치 9번(Op. 117)/차이코프스키 1번(Op. 11).

- 5.15(수)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9/7/5/3만원

 

●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2009년이 '겸재 서거 250주년'이라고 해서 여기저기서 특별전 혹은 테마전을 했었다- 그게 딱 10년전이니까, 실경 혹은 진경산수 전시가 슬슬 돌아올 때가 된 셈. 아직 구체적인 전시품 목록은 공지되지 않았지만, 사실 서화는 국내소장품 위주로 볼 만한 전시를 할 수 있는 테마가 몇 개 되질 않는데 이게 그 중의 하나다.

- 7.23(화)~9.22(일) 예정,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특별전시실, 입장료 미정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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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물론 진귀한 유물이 대거 동원된 전시지만,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으로 또 (우리 기억으로 적어도) 재작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전시로는 모자람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고려, 아니 조선전기부터 그 위로 거슬러가는 유물들은- 특히 귀한 것일 수록 더욱- 단연 일본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이 '일본 제외' 외국, 한국은 세번째다(이런 게 바로 '셋이 뛰어서 동메달'이라는 경우일 것이다.). 고로 해외 소재 작품들의 대여협조가 최대한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전시는 금갈 수밖에 없다.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라고 어물쩡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서 행정/입법/사법 3부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한다. 박물관의 책임은 과연 정말로 이 3군데 중에 2군데-곧 행정/입법부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면서 충분히 호소를 했느냐는 데까지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지금 이게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닌 것이, 이런 데서도 티가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 꼭 봐야 하는 전시로는 1순위다. 이런 대규모 고려문화전을 다시 보려면 또 2~30년은 기다려야 할 가망이 많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문장부호 하나도 없는 전시제목은- '813의 비밀'을 모델로 한 게 아니라면- 언어감각이 어디 시골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 플래카드 수준.

- ~3.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성인 8천원

 

● 콘서트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 이 홀에서 그간 매년 진행해온 기획도 어느새 3년차, (순서는 좀 뒤바뀌었지만) 소위 '다 폰테 3부작'의 마지막을 이 작품이 장식하게 되었다. 지휘는 르네 야콥스(René Jacobs), 악단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 Baroque Orchetra), 캐스팅은 (예정은) 돈 지오반니 역에 바리톤 안드레 슈엔(Andrè Schuen), 돈나 안나에 소프라노 폴리나 파스티르차크(Polina Pasztircsák), 돈 오타비오에 테너 데이빗 피셔(David Fisher), 기사장/마세토에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이믈러(Christian Immler), 돈나 엘비라에 메조소프라노 올리비아 버뮬렌(Olivia Vermeulen), 레포렐로에 베이스-바리톤 로버트 글리도우(Robert Gleadow), 체를리나에 소프라노 임선혜.

- 3.29(금) 저녁 7시30분/30(일) 오후 5시, 롯데 콘서트홀, 16/12/8/5만원

 

●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피아노 독주회;  건강 문제로 작년 이맘때쯤 취소했던 리사이틀, 1년 만에 복귀를 했다. 프로그램이 아직 공지가 안 되었는데 작년에 취소했던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올 가능성도 꽤 있다.

- 3.5(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5/12/8/4만원

 

● 크리스티안 지머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리사이틀;  독주회로는 2003년 이후 두번째, 16년만의 내한- 아마 작년에 필하모니아와 번스타인 협연차 왔을 때 한국에 대해서 생각이 좀 바뀐 모양이다. 프로그램은 쇼팽 스케르초 4곡은 공통이고, 22일은 브람스 소나타 1번, 23일은 2번.(서울 공연은 이미 매진인데, 인천 공연(3.26(화), 아트센터 인천)은 티켓이 좀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 3.22(금)/23(토)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 16/12/9/6만원

 

●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 피아노 독주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살아있을 때는 '음악이 좀 딱딱하다'는 소리를 들었겠으나, 이제 와선 '노대가(194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74세다)' 중의 한 사람이다. 다시 한번 'all-Beethoven' 프로그램을 들고 왔는데 우리가 듣기엔 부흐빈더의 모차르트는- 보다 자유롭게, 확신을 갖고 노래한다- 더 좋다. 모차르트 독주곡 사이클은 여러 모로 무리겠지만 '지휘를 겸해서 이틀에 모차르트 협주곡 4곡' 정도는 현실성 있는 기획이지 않을까 싶고, 또 매년 4곡씩 3~4년 정도면 전곡은 아니더라도 모차르트의 주요 협주곡들은 한번씩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와 피아노협주곡들은 모차르트 작품세계의 핵심이다- 상기 '다 폰테 오페라 시리즈'처럼 꾸준히 조명하는 기획이 절실한 이유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10번/13번/8번 "비창"/25번/23번 "열정".

- 5.12(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2/9/7/5만원

 

● 피카소와 입체파; 아주 좋은 컬렉션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계'는 잡힌 전시구성. 체계가 잡혀있다는 것은 보면 '공부'가 되는 전시라는 의미도 되겠으나,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그림이 '모르면 못 보는' 게 아닌데 한국엔 잘못된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오디오가이드 대여해서 귀에 이어폰 꽂고 열심히 '알려고'만 하면 전시회가 '미술사 시청각교재'로 전락한다. 배우려는 자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우선순위' 혹은 '순서'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전시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는 습관이다. 좋은 얘긴데 막연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전시의 두번째 섹션 '입체주의의 발명: 피카소와 브라크'를 가지고 '생각해볼 문제'의 구체적인 예를 아래에 한번 들어보겠다:

   (i) 이 방에 피카소&브라크 '듀오'의 작품이 합계 7점이 있다. 어느 것인지 알아볼 수 있겠는가?(참고로 이 구역이 전체가 16점이다- 7/16, 곧 대충 찍어도 반타작 확률이니 부담없이 해보시라는 말씀.) 

   (ii) 입체주의 시기 이 '듀오'의 작품은 너무 흡사해서 어느 게 피카소고, 어느 게 브라크인지 이름표 보기 전엔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당신이라면 혹시 구분할 수 있겠는가?(곧, 직접 두눈으로 확인해보시라...)

   (iii) 자, 앞의 두 질문은 사실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이 마지막 문제를 위한 '준비운동'이다. 이제 최소한 두번 왕복을 하면서 피카소&브라크의 작품 7점이 어느 것인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 이 입체주의의 창시자들과 그 추종자들의 작품은 뭐가 달라 보이는가? 어떤 스타일상의 차이점이 있는가?

   이 마지막 질문도 정답 같은 것은 없다- 사실 그림 앞에 서서 무심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디오가이드는 물론이고 이런 '화두'들도 다 필요가 없는 것이다.

- ~3.3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성인 1만5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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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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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에사-페카 살로넨/필하모니아(Esa-Pekka Salonen & Philharmonia Orchestra); 둘째날 협연자 지머만(Krystian Zimerman)은 그간 한국에 잘 안 나타나던 인물. 모처럼 나타나서 번스타인이라니 좀 그렇긴 하지만,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중국 남경-상해-북경을 거쳐서 서울로 오는 투어에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선정한 레퍼토리가 아니었으면 아마 안 오지 않았을까 싶다. 첫날 바이올린 협연은 에스더 유, 프로그램은 18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스트라빈스키 "불새"(발레 스코어 전곡), 19일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바르톡 관현악 협주곡

- 10.18(목)/19(금)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 33/27/15/7만원

 

● 오르간 시리즈 XI. 베르나르 포크룰(Bernard Foccroulle); 바하의 오르간 음악은  큰 산이고, 클라비어 연습곡(Clavier-Übung) 3권은 그 중에서도 높은 봉우리에 속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음악이 다 그렇지만 특히 파이프오르간은 라이브를 듣지 않고는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진지한 음악애호가라면 올 가을에 수행해야 하는 1순위 '미션'. 프로그램은 클라비어 연습곡 3권에서 발췌(BWV 552/1- BWV 669~671/676/678/

680/682/684/686- BWV 552/2)

- 10.24(수) 오후 8시, 롯데 콘서트홀, 5/3/2만원

 

●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피아노 리사이틀; '5시간'도 아니고 '5분' 안에 티켓이 다 매진되는 공연은 무슨 추천을 하는 의미가 없다. 그래도 없었던 것으로 칠 수는 없으니까 기록으로 남긴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Op. 106)/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 23 No. 1~7번, Op. 32 No. 10~12번.

- 10.28(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8/14/10/6만원

 

● 유리 테미르카노프 & 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닉(Yuri Temirkanov & St. Petersburg Philharmonic Orchestra); 쉬프(András Schiff)가 협연자로 내한하는 것은 우리의 기억으로는 2013년 시향과의 브람스 1번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베토벤 협주곡은 5번 대신 4번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대신, 전체적으로 대중성 높은 재미있는 프로그램. 특히 후반부는 '무소르그스키의 에너지+라벨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음색을 세세히 살려서 전달하는 홀에서 제대로 된 '러시아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기회- 지휘자와 악단이 실력발휘만 제대로 한다면 이 "전람회의 그림"은 이번 가을 시즌 유력한 '최고 평점' 후보 중 하나일 것이다. 프로그램은 롯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무소르그스키-라벨 "전람회의 그림"

- 11.3(토)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 25/20/15/10/7만원

 

● 안드라스 쉬프(András Schiff) 피아노 독주회;  협연 바로 다음날 5시에 독주회가 잡혀 있고, 이틀치를 같이 예매하면 패키지 할인(20%)이 있다. 프로그램은 멘델스존 환상곡(Op. 28)/베토벤 소나타 24번/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Op. 76), 7개의 환상곡(Op. 116)/바하 영국 모음곡 6번(BWV 811).

- 11.4(일) 오후 5시, 롯데 콘서트홀, 15/11/8/5만원

 

●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 안토니오 파파노(Santa Cecilia Orchestra & Antonio Papano); 음악감독 파파노가 '첫 내한'이라는 것은 약간 의외인데, 그러고 보니 본 기억이 없다. 첫날 협연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는 우리가 들어본 '90후' 세대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가장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 프로그램은 림스키-코르사코프 오페라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즈의 전설" 모음곡/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이것도 프로그램은 둘째날(16일)이 더 좋은데 표가 이미 매진이다.).

- 11.15(목)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8/23/18/12/6만원

 

● 게르기예프 & 뮌헨필하모닉(Valery Gergiev & Munich Philharmonia Orchestra); 클래식은 지명도가 있는 대형 공연은 한 두 공연장에 '몰빵'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만에 3/4 순위 공연장을 각각 한번씩 찾는 일류 지휘자와 악단. 프로그램은 선우예권 협연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공통이고, 21일은 스메타나 "팔려간 신부" 서곡/브람스 교향곡 1번, 22일 말러 교향곡 1번.

- 11.21(수) 저녁 8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20/15/9/6/3만원

  /22(목) 저녁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25/20/15/10/5만원

 

● 마리스 얀손스 &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Mariss Yansons &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검증된 지휘자, 검증된 악단에 이틀째 공연의 협연자(예브게니 키신)도 검증된 인물. 프로그램은 29일 드보르작 교향곡 7번/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30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 11.29(목)/30(금)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0/20/12/7만원; 30일은 38/28/18/8만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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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이기도 하고, 우리의 취향 탓도 있겠지만 썩 눈에 띄는 공연이나 전시가 많지가 않아서, 늦가을 공연이지만 지금 티켓이 일찌감치 오픈되어 있는 것들을 포함시켰다.)

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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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콘서트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모차르트의 가장 고귀한 음악은 오페라에 다 들어 있다. 이를테면- 야콥스가 작년에 가져왔던- "코지 판 투테" 같은 작품이 혹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너무 뻔한 스토리에 너무너무 고급스러운 음악이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제일 음향이 좋은 홀에서 진행하는 이 기획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지휘는 르네 야콥스(René Jacobs), 악단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 Baroque Orchetra), 캐스팅은 (일단은) 피가로 역에 바리톤 로버트 글리도우(Robert Gleadow), 수잔나에 소프라노 임선혜, 알마비바 백작에 바리톤 아르투 카타야(Arttu Kataja), 백작부인에 소프라노 소피 카르트호이저(Sophie Karthäuser), 케루비노에 메조소프라노 올리비아 버뮬렌(Olivia Vermeulen).

- 7.6(금) 저녁 7시30분/7(토) 저녁 5시, 롯데콘서트홀, 15/11/7/4만원

 

●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피아노 리사이틀; '5시간'도 아니고 '5분' 안에 티켓이 다 매진되는 공연은 무슨 추천을 하는 의미가 없다. 그래도 없었던 것으로 칠 수는 없으니까 기록으로 남긴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Op. 106)/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 23 No. 1~7번, Op. 32 No. 10~12번.

- 10.28(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8/14/10/6만원

 

●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 안토니오 파파노(Santa Cecilia Orchestra & Antonio Papano); 음악감독 파파노가 '첫 내한'이라는 것은 약간 의외인데, 그러고 보니 본 기억이 없다. 첫날 협연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는 우리가 들어본 '90후' 세대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가장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 프로그램은 림스키-코르사코프 오페라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즈의 전설" 모음곡/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이것도 프로그램은 둘째날(16일)이 더 좋은데 표가 이미 매진이다.).

- 11.15(목)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8/23/18/12/6만원

 

● 한국서예사특별전 34 <명재 윤증>;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간만에 하는 본격 서예 전시. 서예의 경우엔 '전시의 질'을 운운하는 것도 서울에선 이젠 '사치'에 속한다- 그냥 무조건 가서 보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완전히 버리던지, 둘 중 하나 뿐이다. 우리가 보기엔 이 '박물관'- 혹은 더 정확히는 '전시장'-은 이미 유언장 다 써놓고 공증까지 마친 상태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위시해서 주요 공사립 박물관/미술관들도 일하는 것을 보면 다들 서예는 그냥 '안락사'시키기로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참으로 조상들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

~5.13(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성인 5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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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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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피아노 리사이틀; 페라이어는 늘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온다- 이제 70대에 접어들었으니 원래 안 그랬던 사람이라도 '고전 명곡'에 집중할 만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은 바하 프랑스모음곡 6번(BWV 817)/슈베르트 즉흥곡(D. 935)/모차르트 론도(K. 511)/베토벤 소나타 32번(Op. 111).

- 3.17(토)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5/12/8/4만원

 

●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Elisabeth Leonskaja) 피아노 리사이틀; 같은 70대- 레온스카야(45년생)이 페라이어(47년생)보다 2살 연상이다- 노익장의 내한공연. 이쪽은 장기로 하는 'all-Schubert' 프로그램이다: 소나타 9번(D. 575)/18번(D. 894)/'방랑자' 환상곡(D. 760).

- 3.31(토) 저녁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8/6/4만원(1월 말일까지 조기예매할인(30%)이 있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전; 유명작가들 몇몇을 묶어서 하는 '범작전'도 문제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비싼 걸작'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전시(구성)도 썩 바람직한 건 아니다. 여튼 자코메티가 대략 60세 언저리부터 얼굴 표정이 살아있는, 생기와 감정이 들어간 조각을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마지막 2개의 '비싼 방' 앞에도 볼 만한 작품들이 몇 점 더 있다. 실존주의 철학이나 문학이나 아마도 결론은 그냥 (한때의 유행이었던) '싸구려'라는 것인데, 자코메티의 조각은 그것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 남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감상.

~4.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성인 1만6천원


● 예르미타시(Hermitage)박물관전; 17~9c 프랑스 회화(+조각 일부) 전시고, 정말 좋은 그림은 별로 없다- 인생만사가 'give-and-take'인데, 우리가 해외 유명미술관에 빌려줄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작품 받아오기도 힘든 게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이 정도에 대한 답례라면 예르미타시한테도 딱 조선후기 미술품만 대여해주는 게 '상호주의' 원칙에 부합할 것이다- 미국이나 러시아나 유럽이나 기본적으로 한국을 깔보기 때문에 먼저 비굴하게 군다고 해서 돌아오는 게 별로 없다. 오히려 '한국이 바나나공화국이 아니다'라는 걸 분명히 인식시켜주는 게 저들한테 공정하게 대접받는 길이라는 걸 정부나 민간이나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여하간에 똑같은 작품을 국립박물관이 아닌 민간에서 대여해오면 티켓값이 무조건 2배가 될 것이고, '스마트폰 촬영 금지' 같은 쓸데없는- 그리고 촌스러운- 간섭도 없어서 '가성비'는 괜찮은 전시.

~4.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성인 6천원

 

● 19세기 미술, 일상이 되다; 전시품의 70% 이상은 19세기 조선백자이나 3개 전시실 중에 하나(2층)은 추사 김정희를 중심으로 한 서예작품에 할당하고 있다- 즉, 20점도 채 안 되는 소략한 규모긴 하지만 요즘 공공/민간 할 것 없이 소외시키는 한국 고전서예 전시라는 점이 포인트. 여기는 전시 노하우는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고 (거의 대부분 19c 작품들이라 보존의 리스크가  덜하다는 점에서 가능했겠지만) 서예나 회화 작품들을 병풍 그대로, 혹은 액자에 넣어서 과감하게 진열장 안에 넣지 않고 밖으로 빼내 매달아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눈이 시원하다. 단지 작품 내용의 석문과 한글 번역을 작품에 나란히 붙여놓지 않고 홈페이지에 따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점- 서예는 같은 글자라도 작가와 서체에 따라서 조형미를 위해서 어떻게 달리 쓰였는가를 보는 데에 한 묘미가 있기 때문에 작품 옆에 나란히 놓고 한줄씩 대조해서 볼 수 있게끔, 예를 들어 병풍이 여섯폭이면- 문장 구절을 따르다 보면 딱 들어맞진 않겠지만- 가급적이면 한폭 분량만큼을 해당 폭 위에 바로 붙여서 한눈에 맞춰서 볼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전시제목은 '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쁜 국어'다- 여기만 이런 것이 아니고 요즘 학예사나 큐레이터들이 언어감각에 문제가 좀 있다.

~3.31(토)까지, 호림아트센터(신사동), 성인 8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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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 베를린필(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래틀(Sir Simon Rattle) 치하에서 수준이 좀 내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대략 3년 주기가 유지가 된다면 다음 한국 공연은 2020년경이 될 테니, 2018년 퇴임하는 래틀과 함께 하는 내한으로는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다. 피아노 협연은 랑랑(Lang Lang), 프로그램은 19일 R. 슈트라우스 '돈 후안'/바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2번/브람스 교향곡 4번, 20일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진은숙의 신곡/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한 눈에 보기에도 20일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계속 티켓이 약간씩 남아있는 상태고 19일 것은 기본적으로 매진인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는 예매취소 티켓밖에 없는 모양.)

- 11.19(일) 오후 5시/20(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5/39/28/17/7만원

 

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루체른페스티벌오케스트라(Lucerne Festival Orchestra); 오케스트라는 속성상 야구보다는 축구에 훨씬 더 가까운 조직이다- 수석주자들만 모아놓는다고 '세계최고'가 되진 않는다는 얘기. 해서 무슨 '드림팀' 운운은 그냥 '판촉용' 수사에 더 가깝지만, 음악감독 샤이(Riccardo Chailly)는 소리를 꼼꼼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휘자고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교향곡 8번/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 10.12(목)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40/30/20/10만원


● 로열콘서트헤보오케스트라(Amsterdam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기량으로 세계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원들이 투어에 임하는 집중력이나 성실성만큼은 빈필은 물론이고 이제는 베를린필보다도 나은지 모른다. 프로그램도 참신한 맛은 없지만 주로 명곡 내지는 굵직한 대곡들. 지휘는 수석지휘자 다니엘레 가티(Daniele Gatti), 첼로 협연은 악단의 첼로 수석 타티아나 바실리예바(Tatjana Vassiljeva), 말러 독창은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Julia Kleiter), 바이올린 협연은 프랑크 페터 짐머만(Frank Peter Zimmermann). 프로그램은 15일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말러 교향곡 4번, 16일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브람스 교향곡 1번.

- 11.15(수)/16(목)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33/27/15/7만원


●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공연장 둘을 빌려서 마련한 보기 드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인데, 차이코프스키를 연 사흘밤 재미있게 들을 자신은 사실 우리도 없다. 학생할인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공부하는 학생들한테는 패키지로 추천할 만하겠지만 한국은 티켓값은 비싸면서 그런 것도 없다. 다만 음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악단에 같은 작곡가의 사운드기 때문에 새로 지은 롯데홀 상태가 어떤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비교해서 체크해볼 수 있다는 의미는 있겠다. 지휘는 상임지휘자 유리 시모노프(Yuri Simonov), 프로그램은 22일 1,4번/23일 2,5번/24일 3,6번.

- 11.22(수) 롯데콘서트홀/23(목),24(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모두 저녁 8시, 22/17/12/8/5만원


● 엠마뉴엘 파후드 & 마리-피에르 랑글라메(Emmanuel Pahud & Marie-Pierre Langlamet); 상기 내한공연 전날 잡힌 베를린필 플륫/하프 수석들의 듀오 콘서트. 프로그램은 바하 소나타(BWV 1030)/모차르트 바이올린소나타 21번(K. 304)/슈만 '환상소곡'(Op. 73)/고베르(Philippe Gaubert) '녹턴과 알레그로 스케르찬도'/드뷔시 '조각배'(L. 65-1), '아마빛 머리의 아가씨(L. 117-8)', '아름다운 저녁'(L.6)/포레 '시실리안느'(Op. 78), '자장가'(Op. 56-1), '환상곡'(Op. 79)/도플러(Doppler)-자마라(Zamara) '카실다(Casilda) 환상곡'.

- 11.18(토) 저녁 8시, 금호아트홀, 전석 8만원


● 테이트 명작전- 누드(Nude: art from the Tate collection); 그림은 별로 볼 것이 없지만 로댕의 '키스'는 볼 만하다. 공짜표나 할인 티켓 구할 수 있는 분은 슬슬 보면서 가다가 마지막 전시실 첫머리의  '키스'는 상세히 360도로 돌아가면서 감상하시길 권한다.

~12.25(월)까지, 소마미술관, 성인 1만3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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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굵직한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몇 건 예정이 있는 모양인데 아직 티켓 오픈된 것은 없다. 대형전시는 가뭄- 바쁜 사람이 일부러 시간 내서 가볼 만한 건은 잘 안 보인다.)

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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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보리스 베레조프스키(Boris Berezovsky) 피아노독주회; 요즘은 혹 예전과 좀 다른지 모르겠으나 차이코프스키 1등 출신이면 테크닉은 보증수표- 근 16,7년 전에 앵콜곡으로 들었던 스크리아빈 에튀드(Op. 8-12)가 아직도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베레조프스키의 '페트루슈카' 라이브는 놓치면 아까울 것이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쇼팽 4개의 즉흥곡/바르토크 소나타(Sz. 80)/스카를라티 소나타 3곡/스트라빈스키 소나타(1924년작)과 '페트루슈카로부터의 3개 악장'.

- 5.16(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1/9/7/5만원


● 에머슨현악사중주단(Emerson String Quartet); 2013년에 첼리스트 데이빗 핀켈(David Finckel)이- 다른 연주활동은 지속하면서 이 사중주단에서만- 은퇴해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이다. 데뷔 40주년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1976년 창립이니까 아마 2016-17 시즌을 의미하는 모양. 프로그램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11번 '세리오소Serioso'(Op. 95)/바르토크 현악사중주 3번(Sz. 85)/차이코프스키 현악사중주 3번(Op. 30).

- 6.1(목)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9/5/2.5만원


● 르네 플레밍(Renée Fleming) 독창회; 오페라 아리아에서부터 뮤지컬, 가곡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프로그램이어서 웬만한 사람이면 다 재미있을 공연. 피아노 반주는 하르트무트 횔(Hartmut Höll), 프로그램은 들리브 '카디스의 소녀들(Les filles de Cadix)'/브람스 '자장가(Wiegenlied)'/"오즈의 마법사" 중 'Somewhere over the Rainbow'/푸치니 오페라 "쟌니 스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레온카발로 '아침의 노래(Mattinata)'외 다수.

- 7.3(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5/12/9/6/3만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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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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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엘리소 비르살라제(Elisso Virsaladze) 피아노 독주회; 연주자나 프로그램이나 다 좋은데 이 '목욕탕 사운드' 홀에서 8만원은 티켓값이 좀 비싸지 않느냐는 것-  물론 주최측에서 '그럼 뭐 한국에 변변한 콘서트홀이 어디 있단 말이냐,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을 한다면 우리도 딱히 할 말은 없다. 프로그램은 슈만 아라베스크(Op. 18), 환상소곡집(Op. 12), 'Widmung'(리스트 편곡)/슈베르트 소나타 13번(D664)/프로코피에프 소나타 2번/리스트 스페인랩소디(S. 254).

- 2.16(목) 저녁 8시, 금호아트홀, 전석 8만원


●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말러 교향곡 중에서 합창이 붙은 것(2/3/8번)들은 말할 것도 없고 4번도 독창자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내한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좀 희소가치가 있다. 지휘는 다니엘 하딩(Daniel Harding), 노래는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카르크(Christiane Karg)이고, 프로그램은 상기 말러 교향곡 4번 외에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터니지(Mark-Anthony Turnage) 트럼펫 협주곡 '호칸(Håkan)'- 유명 트럼펫 주자(호칸 하르덴베리에르(Håkan Hardenberger))의 실연도 한국에선 드물게 볼 수 있는 기회.

- 2.20(월)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3/19/12/7만원


● 콘서트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Così fan tutte)"; 콘서트 오페라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장치라든지 볼거리는 없겠지만 오페라의 핵심을 뭘로 보느냐에 따라서는- 즉, 무슨 '올림픽 개막식' 비슷한 연출자 총감독의 '버라이어티 쇼'로 보느냐, 아니면 '음악(+대사의 결합)'으로 보느냐에 따라- 차라리 이쪽이 실속있는 '저비용 고효율' 공연. 지휘는 르네 야콥스(René Jacobs), 악단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 Baroque Orchetra), 캐스팅은 (일단은) 피오르딜리지 역에 소프라노 로빈 요한센(Robin Johannsen), 도라벨라에 메조-소프라노 소피 함센(Sophie Harmsen), 굴리엘모에 베이스 크리스티안센(Christian Christiansen), 페란도에 테너 마크 밀호퍼(Mark Milhofer), 데스피나에 소프라노 임선혜.

- 4.28(금)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 13/10/7/4만원


● 오르세미술관전: 포스터는 거의 '이삭줍기전'으로 되어 있고, 이렇게 특정 작품을 앞세울 때는 나머지 다른 그림들은 별로 볼 게 없다는 뜻일 수도 있는데 이번 경우는 전체적인 작품의 수준은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빌려서 했던 때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밀레 '이삭줍기'/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우리는 2000년 덕수궁에서- 그때 좋은 그림이 많았었다- 보고 17년만인 것 같은데, 물론 다시 봐도 훌륭하다.

- ~ 3.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성인 1만3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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