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d minor, K. 466
음반 비교감상 2026. 9. 18. 22:47 |Mozart Piano Concerto No. 20 in d minor, K. 466
I. Allegro
II. Romance
III. Allegro assai
(i) 작품개요
1785년 2월 완성 및 작곡자 초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분위기가 독특함과 동시에 단조로 된 '유이'한 작품 중 하나인데- 다른 하나는 물론 24번(c minor, K. 491)이다- 보다 대중적인 것은 이쪽이고, 사실상 태어난 이후로 '잊혀진 적이 없는' 레퍼토리이다.
- 1악장; 현악기만으로 나지막하게 들어오는 첫머리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혹은 '대작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케스트라가 포르테로 한바탕 휘몰아친 다음 (혹 제2주제인가 싶은) 경과구와 연결구를 거쳐서 마침내 등장하는 피아노가 연주하는 새로운 주제는 또 굉장히 섬세해서, 비유하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영혼의 소유자가 읊조리는 독백과도 같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지만 모차르트 협주곡의 경우는 거의 전부가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같이 시작하는 법이 없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때로는 마치 서주와 같은 느낌으로- 주제들을 제시하고 나면 독주 악기가 새로운 주제를 들고 등장하면서 '후반전'이 시작된다. 이렇게 제시부가 '2단 구성'으로 되어 있어도 오케스트라가 제1/2 주제를 다 제시하고, 그것을 독주 악기가 반복하는 단순한 구성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반복을 피해서 주요 주제들을 양쪽에 나눠서 배치하는 보다 복잡한- 그리고 교묘한- 구성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후자의 경우 거의 필연적으로 부주제가 여럿 필요해지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2~3분 동안 제1주제만 연주하다가 피아노한테 배턴을 넘기기는 좀 힘들지 않겠는가?- 모차르트처럼 좋은 악상이 끊임없이 샘솟는 사람한테(만) 적합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 곡의 경우는 오케스트라가 제1주제와 경과주제를, 피아노가 상기 제1부주제와 제2주제를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갖고 있어 밸런스가 좋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발전부로, 피아노가 제1부주제를 변주하는 사이사이 오케스트라는 마치 반주하듯이 제1주제를 연주하는데 서로- 무슨 '변신 합체 로봇'처럼- 아귀가 딱 맞는다. 즉, 이 제1부주제는 '1-1 주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제1주제와 (동기나 음형이 아닌) '내용상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것은 주인공의 상처/아픔과 그 원인이 되는 배경/환경일 수도 있고, 아니면 비련의 여주인공과 폭압적인 아버지가 주고받는 대화라고 상상해도 좋다- 물론 이 음악은 표제 음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내용을 서사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두 주제 사이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니, 각자 이해하기 편한대로 연상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발전부는 짧지만- 베토벤 카덴차보다도 보통 한 10~30초 정도 짧다- 음악의 내용상 긴장이 한차례 해소되고 악장 전체를 유기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의 주제 관계를 갖는 발전부는 이후의 모차르트 협주곡에선 다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시 뭔가 창작 배경이 되는 '특수한 상황'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해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아는 한 단서가 전혀 없다.
재현부는 제1주제에 피아노가 같이 참여하면서 전개가 되고- 이미 소임을 다한 제1부주제를 제외하고- 경과구, 제2주제가 차례로 취급이 된다. 카덴차는 1악장이나 3악장이나 모차르트 본인의 것은 남아 있지 않으나 대신 베토벤이 쓴 것이 남아 있어 기준이자 표준이 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이라 이외에도 브람스나 부조니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쓴 카덴차들이 있는데, 비록 작곡이나 즉흥연주로 베토벤을 이기기는 그리 쉽지 않지만 '다양성의 보존'이라는 의미는 있겠다.
- 2악장;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하고 고즈넉한 음악이 펼쳐지지만 앞선 1악장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돌아올 3악장의 폭풍과 격정을 암시하는 강렬한 중간부가 있다.
형식상은 멜로디만 따라간다면 A-B-A-C-A의 꼴이라서 론도의 일종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악보를 살펴보면 상기 B는 모차르트가 강렬한 C에 대응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부를 보강하기 위해서 넣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그렇다면 이 악장은 론도가 아니라 대략 A(aa1-bb1-a)-C(c1c2)-A(aa1) 형태의 3부 형식이 되고, 이것은 음악지우사(음악세계사) 해설서(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가 잘 봤다(참고로 이 중간부엔 c1/c2에 각각 하나씩 도돌이표가 2개가 있다- 요즘은 작곡자의 의도를 중시해서 라이브에서도 반복을 잘 생략하지 않은 게 대세지만 간혹 옛날 라이브 녹음 중엔 상대적으로 분량이 긴 c2의 도돌이표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 악장의 구조를 론도로 파악하고 연주하는 쪽에 가깝게 된다.).
내용적으로는 바깥 악장들뿐 아니라 이 악장 안에서도 격렬한 중간부 C와 대조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해석의 폭이 그리 넓지 않고, 다만 모차르트가 빠르기말 대신 기입한 '로망스(romance)'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이걸 '로망스의 어원'부터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까지 들먹이기 시작하면 얘기가 한없이 복잡해지는데, 이 곡의 경우로 한정하면 실용적인 질문은 요컨대 '사랑 노래'의 느낌을 얼마나 살릴 것이냐는 문제다. 그냥 알기 쉽게 '다정다감한' 연주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은 적은데 뭔가 통속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역으로 생각하면 개념상으로는 아주 절제된- 혹은 냉정한- 접근법도 가능할 것 같고, 실제 피아노 독주로 시작하는 첫번째 주제까지는 이렇게 해도 들을만 하다. 하지만 음악이 전개될수록 잘 먹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악장 끝까지 만족스럽게 잘 구현된 연주는 우리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재로선 우리는 아마도 모차르트는 해당 부분을 작곡할 때 시쳇말로 '로맨스물'이라고 할 때의 그 '로맨스'를- 적어도 추억이나 독백의 형식으로라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 3악장; 형식상 이것은 론도도 아니고, 소나타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나타 론도'도 아니다. 이걸 무슨 '발전부 없는 소나타 형식'이라고 보기엔 '제대로 된 제2주제'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에- 곧, ABACA…에서 C(=A')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주제와 부주제가 충분히 발전이 되고도 남음이 있어 모차르트가 적어도 처음엔 론도 소나타를 염두에 두고 작곡을 시작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C=A'를 무슨 '재현부 안의 보조/보충적인(subsidiary) 발전부'라고 부르는 것은 이 악장을 론도의 도식에 갖다 맞추는 것과 똑같은 견강부회요, '내로남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음악의 내용상 이 3악장에서 주부의 주제 다음으로 중요한 주제는 코데타/코다를 이끄는 대조적인, 밝고 희망찬 D major의 선율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주제와 코다가 대조를 이루면서 핵심이 되는 음악은 론도건 소나타건 정형화된 형식으로 꿰어 맞추기는 어렵다. 즉, 모차르트가 이 단조의 비극을 '희망의 주제'로 마무리하려고 작심한 순간 이 악장의 형식은 '불규칙형'으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모차르트엔 악곡의 형식상 변칙이 많다는 걸 우리보다 더 잘 알면서도 어떻게든 가급적이면 특정한 범주로 꿰어맞추려고 드는 것은 어쩌면 음악학자들의 '직업병'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작곡가는 '좋은 음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지 '곡목해설' 쓰기 좋으라고 작곡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3악장도 모차르트가 소나타 론도 형식의 뼈대만 이용해서 좋은 악상들을 음악의 내용적인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엮어내서 만든, 한 편의 자유로운 명작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템포에 관해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빠르기 지시에 'assai'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건 첫 주제부터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지만 이후로는 피아노가 여기저기 섬세하게 표현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결국은 '본인이 노래할 수 있는' 템포를- 사람마다 맥박이 다르듯 조금씩 다 다르다- 선택해야 한다. 꼭 'assai'를 가속의 느낌으로 살리고 싶다면 이 곡은 거꾸로 3악장 템포부터 먼저 설정한 다음에 '상대적인 가속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1/2악장의 템포를 설정하는 것도 한 가지 요령이 된다.
고전파 협주곡의 소나타 형식은 사실상 이 곡에서 완성이고, 이후 24번(c minor, K. 491)/25번(C major, K. 503)에 가면 스케일이 보다 확대된다- 24번은 상대적으로 형식의 교묘함보다는 관악기의 활용을 극대화한 '교향악적 사운드'로 정평이 있고, 25번 1악장은 더 많은 수의 주제를 유기적으로 잘 엮어내서 작곡기법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최후의 27번(B-flat major, K. 595) 1악장에 가면 베토벤도 이보다 더 잘 쓸 수 없을 정도로 제1주제만으로 탁월하게 전개한 발전부가 있다.
해서 베토벤이 등장했을 땐 이미 협주곡이라는 장르에선 딱히 할 게 별로 없는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다. 베토벤이 작곡한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 가장 잘 쓴 것은 4번(G major, Op. 58)인데, 모차르트 23번(A major, K. 488)에 견줄 만한 정도이고, 이 20번이나 24번, 혹은 27번에 비길 만한 작품은 남기지 못했다- 베토벤도 천재지만 불과 열 네 살 연상의 또 다른 천재가 남긴 거대한 유산의 무게에 짓눌려서 신음한 장르가 바로 피아노 협주곡인 것이다.
(ii) 녹음들
; 들을 만한 녹음은 많지만 이번에도 '음악성'을 기준으로 딱 네 명의 피아니스트로 압축을 했다. 각 악장의 주요 주제를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들이라면 이보다 더 있지만, 경과부 내지 연결구, 혹은 종결부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들, 겉보기엔 천편일률적으로 음계를 타고 오르내리거나 화음을 넣으면서 그냥 '지나가도 될 것 같은'(?) 대목들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노래가 되는 음악가들은 우리가 들어본 중에는 이 네 사람뿐이다.
1. Clara Haskil/Henry Swoboda/Winterthur Symphony Orchestra- 1950
하스킬의 첫번째 스튜디오 녹음. 일단 이 음반은 스보보다가 무명 지휘자라서 해석의 주도권을 하스킬이 쥐었을 거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체코 출신의 스보보다는 이 음반을 낸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레이블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스보보다의 후임이 바로 명 프로듀서 쿠르트 리스트(Kurt List)였다.). 즉, 말하자면 초창기 웨스트민스터의 '감독 겸 선수' 비슷한 위치였기 때문에 고용된 오케스트라나 아티스트들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하스킬 본인이 성격상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치겠다고 지휘자하고 각 잡고 싸우는 캐릭터하고는 한참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지휘자들이 자기한테 새로운 자극을 주기를 바라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대개 하스킬의 협주곡 녹음들은 각각의 지휘자들과의 협력과 타협의 산물이다.
스보보다는 이 음악을 한 편의 '비극적 오페라'처럼 보고 있는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살짝 '신파조'에 음악에 생기가 좀 부족한 것이 단점이지만 군데군데 현악 파트 노래시키는 걸 들어보면 기본 실력은 갖춘 지휘자다. 특히 3악장의 피아노만큼은 우리가 들어본 하스킬 음반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
카덴차는 1/3악장 모두 니키타 마갈로프(Nikita Magaloff)의 것인데 우리가 듣기에 음악적으로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고, 하스킬/마갈로프/리파티(Dinu Lipatti)가 서로 다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에 이 카덴차를 쓰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2. Clara Haskil/Ferenc Fricsay/RIAS Symphony Orchestra- 1954
이것도 'studio'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출반용은 아니고 라디오 방송용 녹음(우리가 알기로는 1977년에 DG에서 처음 LP로 발매했다.). 이때가 54년 1월11일인데 녹음 하루 전날의 공연 실황도 음원이 남아 있어서 Audite 레이블에서 2개의 녹음을 다 모아서 발매한 것도 있다. 연주는 4년전 음반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보다 간결하고 절제된 미학인데 이런 스타일로는 아래 1960년 녹음이 낫고, 보다 다정다감하고 표현이 풍부한 것은 위 녹음, 혹은 아래 소개할 카라얀과 협연한 라이브 녹음 쪽이라- 단독으로 들으면 괜찮지만- 어느 쪽이든 '비교우위'는 좀 없다. 프리차이의 모차르트는 거칠지 않은 것이 장점, 부드럽기만 하고 뼈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3. Clara Haskil/Igor Markevitch/Lamoureux Orchestra- 1960
하스킬이 남긴 이 곡의 유일한 스테레오 녹음이라 음질이 가장 좋고, 연주가 단정해서 사실상 '레퍼런스' 역할을 해온 음반. 다만 3악장은 마치 라이브 공연의 후반부에서 체력이 다 소진되었을 때처럼 중간에 한번씩 음악의 긴장이 풀려버리는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가 의심하기로는, 하스킬이 이 녹음을 마치고 불과 20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미 몸이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에서 녹음을 진행하다가 막판에 체력의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서 사연을 알고 들으면 음악이 더 처절하게 들리는 면도 없진 않으나, 필립스는 이 녹음을 조금만 더 서둘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한편 1악장 카덴차는 라파엘 쿠벨릭(Rafael Kubelik)이 하스킬을 위해서 작곡한 것인데, 이것을 지금 필립스에서 수십년이 넘게 하스킬 본인의 것으로 오기를 하고 있다- 우리도 계속 잘못 알고 있다가 이번에 자료 조사를 하면서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 조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https://db.clara-haskil.ch/)를 보고 배운 사실이다. 이 사이트에 하스킬의 음반목록(discography) 외에 자료가 남아있는 모든 콘서트의 프로그램도 올라와 있으니 하스킬의 팬이라면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4. Clara Haskil/Herbert von Karajan/Philharmonia Orchestra- 1956 live
이것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이브. 해석의 큰 틀은 아마도 카라얀의 것이다- 이를테면 2악장은 전형적인 '카랴얀식 로망스'고, 3악장에 바짝 당긴 템포도 카라얀이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스킬이 실행에 옮기면 수준이 달라서 카라얀이 혼자서 단원들을 달달 볶아서 만든 것보다 음악이 훨씬 좋다- 카라얀의 모차르트 관현악곡은 대개 듣기 좋은 사운드 말고는 별 게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하스킬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0년대 라이브라서 음질은 썩 좋지 않지만 스튜디오 음반들보다 음악에 생기가 있는 것이 큰 장점.
여기서는 흥미롭게도 1악장은 쿠벨릭, 3악장은 마갈로프의 카덴차를 섞어 쓰고 있다. 위 1960년 녹음처럼 하스킬이 3악장 카덴차를 생략하기 시작한 최초의 자료는 우리가 알기로는 1959년 클렘페러(Otto Klemperer)와 협연한 루체른 페스티벌 라이브 녹음인데, 우리가 지금 이 CD를 안 갖고 있어서 리뷰를 쓸 수가 없다- 이게 유튜브는 물론이고 웬만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은 다 올라와 있고, 흥미롭게도 1악장에서는 도로 마갈로프의 카덴차를 쓰고 있어서 56년 이후는 쿠벨릭 카덴차만 썼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Mieczysław Horszowski/Jan Krenz/Great Symphony Orchestra of the Polish Radio and Television in Katowice- 1963 live
호르쇼프스키는 이 강렬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로만 표현하고, 산문은 없다. 가장 빠르고 강렬한 패시지에서도 노래가 멈추질 않는데, 특히 2악장은 우리가 들어본 모든 피아니스트들 중에 최고다. 사실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하스킬과 호르쇼프스키는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의 'H2'라고 불러도 좋은 수준이다. 호르쇼프스키의 모차르트가 오늘날까지도 하스킬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은 협주곡의 스튜디오 녹음이 50년대 DG에서 나온 14번(E-flat major, K. 449) 하나밖에 없는 탓이 적지 않다. 90대에 Nonesuch 레이블에서 녹음한 F major(K. 332)/D major(K. 576) 소나타, d minor(K. 397) 환상곡은 경쟁자가 없지만- 하스킬도 소나타 녹음은 K. 280(F major)/K. 330(C major)밖에 없다- 모차르트 하면 역시 소나타보다는 협주곡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긴 악단은 지금의 폴란드 국립 라디오 교향악단(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의 전신이다. 오케스트라도 지휘자도 2류라서 귀에 거슬리는 상스러운 소리를 낼 때가 없지 않고, 무엇보다 지휘자하고 템포가 합의가 완전히 안 되어서 피아노나 오케스트라나 어느 한쪽이 쉴 때는 각자 자기 가고 싶은대로 막 나가긴 하는데 상기했다시피 호르쇼프스키 모차르트 협주곡 녹음이 희귀해서 음질이 이 정도 수준이라도 되는 것이 별로 없다.(이 음반이 2019년에 처음 나왔을 땐 유럽에서만 소량 유통되었던 것 같고, 2024년에 일본에는 들어왔지만 우리가 아는 한 한국에는 수입된 적이 없다. 관심 있는 분은 일본 타워레코드에는 아직 창고에 재고가 소량 남아있을지 모르니 한번 주문을 넣어보시기 바란다- 다만 일본이 원래 한국보다 음반 값이 비싸고, 호르쇼프스키가 1984년에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의 실황을 묶어서 2CD로 만들었기 때문에 협주곡 한 곡을 듣기 위한 가격으로는 꽤 비싸다.)
6. Robert Casadesus/George Szell/Columbia Symphony Orchestra- 1956
이렇게 모아놓고 비교를 하면 까자드쉬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하겠으나, 까자드쉬는 다른 세 사람 만큼 영롱한 톤은 안 갖고 있다. 대신 주요 주제는 아주 곱고 섬세한 터치로 노래하고, 빠른 패시지는 대조적으로 액센트를 명확하게 넣고 거침없이 호쾌하게 달린다- 본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주 명료하게 전달하는 아티스트. 또한 20세기 전반기 모차르트 연주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해서, 1950년대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시작한 호르쇼프스키도 사실 까자드쉬의 리사이틀을 들으러 갔다가 D major(K. 576) 소나타를 듣고 너무 아름다워서 그때부터 자기도 연주 프로그램에 넣기 시작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연주는 2악장은 우리가 여기 소개한 녹음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확실한 안단테 느낌으로 들어오고, 중간부 C도 거칠게 들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과감하게 질주한다. 3악장도 알레그로 'assai'에 충실한 연주인데, 주부를 이렇게 강렬하고 직선적으로 들어오면 뒤에 가서 상기 '희망의 주제'가 대비가 더 뚜렷하게 잘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곧, 모차르트가 3악장 템포를 당긴 데에는 일리있는 이유가 있고, 이를 무시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음악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카덴차는 모두 일평생 작곡을 겸업했던 까자드쉬 본인의 것이다.
7. Clifford Curzon/Benjamin Britten/English Chamber Orchestra- 1970
반대로 이번엔 1/2악장은 여기 소개된 녹음들 중에서 가장 느린 연주- 여유있는 템포로 '세공'이 잘 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신에 단점이라면 음악에 자연스러운 생기가 부족하다는 것. 이것은- 라이브와 비교했을 때- 스튜디오 녹음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이긴 한데 커즌의 경우는 녹음실에서 완벽주의가 너무 지나쳐서 음악이 경직되어 있다.
이게 낭만주의 레퍼토리 같으면 흥분이 자제된 상태에서 음표를 차분하게 갈고 닦은 것이 외려 '절제의 미학'으로 들리는 효과가 있어서 괜찮을 수 있겠으나, 모차르트는 다채로운 톤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운생동'이 꼭 필요한 음악이다- 사실 까자드쉬가 톤에 '비교 열위'가 있다면, 커즌의 경우는 다른 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리듬의 탄력 면에서 열세이기도 하다. 해서 커즌의 모차르트 협주곡들은 거의 라이브 녹음들 중에서 상태가 좋은 쪽을 고르는 게 더 나은 선택인데, 희한한 게 이 곡은 라이브가 틀림없이 하나쯤 있을 법한 레퍼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와 있는 것이 없어서 달리 대안도 없다.
3악장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보다 통상적인 경쾌한 론도 느낌이 강한 마무리로, 이렇게 연주하면 '해피 엔딩'이 더 강조되는 해석이 된다. 그리고 1970년쯤 되면 이른바 (작곡 당시의) '연주 관행(performance practice)'에 관한 연구 및 인식이 쌓이면서 2악장에 장식음(embellishments)가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을 들어볼 수 있는데, 이게 잘 넣으면 듣기 좋고, 잘못 넣으면 안 넣으니만 못하니 만큼 전부 'case by case'지, 일반적인 원칙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 참고 녹음)
8. Mieczysław Horszowski/Frederic Waldman/Musica Aeterna Orchestra- 1962 live
호르쇼프스키의 또 다른 라이브 녹음. 발트만은 빈 태생이고, 1940년대 미국으로 건너와서 47년부터 줄리어드 교수 및 학교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이름이 특이한 오케스트라는 발트만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정기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작된 앙상블이다. 호르쇼프스키와는 주기적으로 연주를 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쪽이 지휘자와 호흡이 더 잘 맞아서 실제 공연장에서 들었다면 아마도 위 폴란드 라디오 녹음보다 연주가 더 좋았을 걸로 추측이 되지만, 이게 음원이 발트만이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사설 녹음(private recording)이고 상태가 썩 좋지 않은지라- 피아노 소리가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는 관계로- 아무한테나 추천할 수 있는 음반이 못 된다. 위 폴란드 방송국 음원을 구하기 전에 우리가 아쉬움을 달래려고 가끔 한번씩 듣던 음반인데 1악장은 음악의 흐름이 이쪽이 낫고, 3악장은 폴란드 방송국 녹음 쪽이 낫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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