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올해의 핵심 공연/전시(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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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외 볼만한 주요 공연/전시

●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피아노 리사이틀; 페라이어는 늘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온다- 이제 70대에 접어들었으니 원래 안 그랬던 사람이라도 '고전 명곡'에 집중할 만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은 바하 프랑스모음곡 6번(BWV 817)/슈베르트 즉흥곡(D. 935)/모차르트 론도(K. 511)/베토벤 소나타 32번(Op. 111).

- 3.17(토)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5/12/8/4만원

 

●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Elisabeth Leonskaja) 피아노 리사이틀; 같은 70대- 레온스카야(45년생)이 페라이어(47년생)보다 2살 연상이다- 노익장의 내한공연. 이쪽은 장기로 하는 'all-Schubert' 프로그램이다: 소나타 9번(D. 575)/18번(D. 894)/'방랑자' 환상곡(D. 760).

- 3.31(토) 저녁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8/6/4만원(1월 말일까지 조기예매할인(30%)이 있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전; 유명작가들 몇몇을 묶어서 하는 '범작전'도 문제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비싼 걸작'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전시(구성)도 썩 바람직한 건 아니다. 여튼 자코메티가 대략 60세 언저리부터 얼굴 표정이 살아있는, 생기와 감정이 들어간 조각을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마지막 2개의 '비싼 방' 앞에도 볼 만한 작품들이 몇 점 더 있다. 실존주의 철학이나 문학이나 아마도 결론은 그냥 (한때의 유행이었던) '싸구려'라는 것인데, 자코메티의 조각은 그것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 남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감상.

~4.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성인 1만6천원


● 예르미타시(Hermitage)박물관전; 17~9c 프랑스 회화(+조각 일부) 전시고, 정말 좋은 그림은 별로 없다- 인생만사가 'give-and-take'인데, 우리가 해외 유명미술관에 빌려줄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작품 받아오기도 힘든 게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이 정도에 대한 답례라면 예르미타시한테도 딱 조선후기 미술품만 대여해주는 게 '상호주의' 원칙에 부합할 것이다- 미국이나 러시아나 유럽이나 기본적으로 한국을 깔보기 때문에 먼저 비굴하게 군다고 해서 돌아오는 게 별로 없다. 오히려 '한국이 바나나공화국이 아니다'라는 걸 분명히 인식시켜주는 게 저들한테 공정하게 대접받는 길이라는 걸 정부나 민간이나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여하간에 똑같은 작품을 국립박물관이 아닌 민간에서 대여해오면 티켓값이 무조건 2배가 될 것이고, '스마트폰 촬영 금지' 같은 쓸데없는- 그리고 촌스러운- 간섭도 없어서 '가성비'는 괜찮은 전시.

~4.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성인 6천원

 

● 19세기 미술, 일상이 되다; 전시품의 70% 이상은 19세기 조선백자이나 3개 전시실 중에 하나(2층)은 추사 김정희를 중심으로 한 서예작품에 할당하고 있다- 즉, 20점도 채 안 되는 소략한 규모긴 하지만 요즘 공공/민간 할 것 없이 소외시키는 한국 고전서예 전시라는 점이 포인트. 여기는 전시 노하우는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고 (거의 대부분 19c 작품들이라 보존의 리스크가  덜하다는 점에서 가능했겠지만) 서예나 회화 작품들을 병풍 그대로, 혹은 액자에 넣어서 과감하게 진열장 안에 넣지 않고 밖으로 빼내 매달아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눈이 시원하다. 단지 작품 내용의 석문과 한글 번역을 작품에 나란히 붙여놓지 않고 홈페이지에 따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점- 서예는 같은 글자라도 작가와 서체에 따라서 조형미를 위해서 어떻게 달리 쓰였는가를 보는 데에 한 묘미가 있기 때문에 작품 옆에 나란히 놓고 한줄씩 대조해서 볼 수 있게끔, 예를 들어 병풍이 여섯폭이면- 문장 구절을 따르다 보면 딱 들어맞진 않겠지만- 가급적이면 한폭 분량만큼을 해당 폭 위에 바로 붙여서 한눈에 맞춰서 볼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전시제목은 '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쁜 국어'다- 여기만 이런 것이 아니고 요즘 학예사나 큐레이터들이 언어감각에 문제가 좀 있다.

~3.31(토)까지, 호림아트센터(신사동), 성인 8천원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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