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아다지오와 알레그로(Adagio und Allegro)", Op. 70
음반 비교감상 2017. 1. 12. 01:11 |Schumann "Adagio und Allegro" for horn(ad libit. violin or cello) and piano, Op. 70
: Langsam, mit innigem Ausdruck- Rasch und feurig- Etwas ruhiger- Im ersten Tempo- Schneller
(느리게, 내밀한 표현으로- 빠르고 격렬하게- 약간 고요하게- 앞서 빠르기로- 보다 빠르게)/
(A-flat Major, 4/4박자)
(i) 작품개요
1849년작. 슈만은 이 해에 피아노 반주를 낀 다양한 악기를 위한 듀오곡들을 작곡했다. 그 중에 '환상소품(Fantasiestücke, Op. 73)'은 클라리넷, '세 개의 로망스(Drei Romanzen, Op. 94)'는 오보에를 위한 곡이지만 모두 이 곡과 마찬가지로 현악기(바이올린 혹은 첼로)로도 연주할 수 있는데 우리의 취향으로는 '환상소품'은 관악기든 첼로든 뭘로 해도 다 좋지만 이 곡의 경우는 첼로 버전을 더 선호한다. 호른은 이 음악을 표현하는데 음색에- 특히 알레그로에서 빠른 템포를 더 매끄러운 사운드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첼로는 현악기 중에서 가장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운 악기인 동시에 활로 현을 긁어서 내는 쪽이- 당신이 대가이기만 하다면- 상대적으로 표현의 여지가 넓어서 특히 아다지오에서 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레그로의 주부에서도 첼로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거친 대신 더 격정적인 감정의 표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1마지막 '세 개의 로망스' 경우는 관악기, 특히 오보에가 아니면 맛을 살릴 수 없는 구절들이 있어 오보에로 하는 것이 가장 듣기 좋다.
곡목은 ‘아다지오와 알레그로’지만 실제 악보에 I. Adagio/II. Allegro, 이렇게 되어있는 건 아니다. 상기한 독일어로 된 빠르기 지시만 적혀 있고 거기서 'Lansgam'이 아다지오에, 'Rasch und feurig~' 이하가 알레그로에 해당하는데, 사실 듣다 보면 저절로 전반부는 아다지오/후반부는 알레그로라고 귀에 들어오게 된다.
- 아다지오; 단일주제(a)에 의해서 자유롭게 전개되는데 내용상 AA'-coda, 즉 두 번 악상이 전개된 다음에 다시 a를 이용해서 짧게 마무리 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이 아다지오는 악보를 보지 않으면 확실히 외워지지 않는 헷갈리는 멜로디. 첫머리에 제시된 짧은 주제가 조금씩 변형이 되면서, 계속 반음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도- 밸브 호른이 당시로는 '신개발품' 에 속했기 때문에 새 악기의 기능성을 충분히 활용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혼동이 되지만 피아노와 첼로(혹은 호른)이 계속 대화를 하듯이, 돌림노래를 하듯이 주고 받으면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하면 중간에 어느 한쪽을 끈을 놓치기 쉬운 짜임인 것. 내용적/감정적으로도 짤막한 소품이지만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갈망인 것도 같고, '다정도 병인 양'하는 그런 정서인 듯도 싶은데 손에 쥐여질 듯 빠져나가는 느낌이면서, 또 그런 음악.
- 알레그로; 거의 (a-b-a)-c-(a-b-a)의 론도 형식. 가운데 c는 다시 아다지오 주제의 변형으로 되어 있어 전곡이 사실상 2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 셈. 이 c에서 '약간 고요하게'의 '약간(etwas)'이 도대체 '얼마나 약간'이냐는 문제가 있는데, 슈만이 빠르기 지시를 적어넣었을 당시의 의도는 여기서 음악이 전진하는 흐름을 너무 꺾지 말고 다시 론도 주제로 복귀한 후에 마지막엔 'schneller(더 빠르게)'로, 즉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드라이브를 주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녹음들을 들어보면 c에서 템포도 충분히 늦추고 앞뒤의 론도 주제와 확실하게 대조를 주어도 다 들을 만하고 특히 마지막 'schneller'는 확실히 표나게 지키는 경우가 오히려 소수파- 대개 가속을 하는 경우에는 한 도막 앞에서 미리 들어가고 마지막엔 오히려 숨을 조금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 편이 음악이 여유와 품위가 있다, 막판의 갑작스런 가속은 좀 유치하다는 것이 적어도 20c 초중반 이후의 미학인데, 물론 슈만이 악보에 적은 대로 연주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어떻게 소화하느냐의 문제다.
(ii) 녹음들
1. Mstislav Rostropovich/Martha Argerich- 1980
아다지오는 첫 A는 소리도 죽여서 곱고 '야들야들'하게 가고, A'에 오면 특유의 크고 두툼한 사운드로 보다 남성적으로 연주한다. 늘 이렇게 대조를 많이 주는 것이 로스트로포비치 해석의 특징 중 하나이고 지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지만 반복해서 들을 수록 음악이 좀 인공적으로 들린다는 게 단점. 알레그로에서도 가운데 c에서 충분히 템포도 늦추고 론도 주제 a와 대조를 많이 주는 선택인데 c는 아름답지만 a는 노래가 다 되지 않고 서두르는 것처럼- 마치 아르헤리치가 잠깐 첼로를 맡은 듯이- 들리는 것이 아쉬운 점.
2. Daniil Shafran/Anton Ginzburg- 1996
같은 '러시아 스타일'의 연주. 아다지오는 거의 안단테 느낌으로 템포를 당기고 알레그로는 가운데 c에서 템포 대비를 심하게 주는 것도 공통점이고, 무엇보다 느린 부분에서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칸타빌레'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 스타일'이라는 것은 '범주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로스트로포비치나 샤프란은 서로 완전히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음악가들이고 우리의 취향으로는 이 곡은 구절마다 독특한 개성을 불어넣는 샤프란식의 낭만주의에 더 잘 맞는다.
3. André Navarra/Annie d’Arco- 1978
이것은 두 러시아 거장들과는 전연 다른 스타일의 해석. 아다지오는 충분히 느린, 여유있는 템포로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하고 알레그로 중간부 c도 상대적으로 과하게 대조를 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음악의 흐름을 이어가는 쪽이다. 다만 이 곡은 객관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주관적으로 연주자가 감정이입을 해서 채워야 하는 음악에 더 가까워서, 이런 접근이 품은 높지만 약간 싱거울 수 있다는 것은 단점.
4. Pierre Fournier/Lamar Crowson- 1971
아다지오는 위 나바라 녹음에 비해서는 보다 낭만적이고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는 쪽이고, 알레그로는 템포를 당겨서 날렵하면서 힘있는 리듬으로 a를 만든다- 중도를 잘 성취한 연주. 다만 크로우슨의 피아노는 슈만이 요구하는 섬세한 감수성이 모자라서 여기 녹음들 중에선 가장 처지는 점이 유감.
5. Pablo Casals/Clifford Curzon- 1956 live
프라드 페스티벌(Prades Festival) 실황. 80대의 녹음(1876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81살)이고 기술적으로는 이미 예전의 카잘스가 아니다(알레그로에선 중간에 한번 '더듬은' 다음에 살짝 기분이 상하신 듯한 대목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다지오는 여기 소개된 녹음들은 물론 우리가 들어본 연주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 슈만의 지시어- 위에서 우리가 '내밀한 표현으로'라고 번역했던- 'mit innigem Ausdruck'이 뭔지를 가장 잘 표현한 연주다. 보통의 첼리스트가 이 음악을 연주하는 걸 들을 때 '이게 뭐지?'하는 느낌이었다면, 이 연주를 들으면 마치 수수께끼가 다 풀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은 느낌. 레퍼토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이긴 하지만 카잘스는 다른 첼로의 대가들보다도 해석력이, 생각의 깊이 자체가 한수 위라고 느껴지는 때가 이따금씩 있다- 어떤 의미에선 첼리스트로는 그릇이 컸던 예술가.
6. Pablo Casals/Mieczyslaw Horszowski- 1961 live
아다지오는 위의 녹음처럼 낭만적이고 마술적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담백한 처치- 정서상 상기 나바라 버전과 가까운 데가 있다. 알레그로는 위의 것보다 안정적인, 더 깨끗한 연주라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이쪽이 더 높게 들린다. 이 녹음은 케네디 대통령 때 백악관 실황음반에 들어있는 음원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프라드 페스티벌보다는 백악관 공개 연주 쪽이 아무래도 준비에 신경을 더 썼는지 모른다.
7. Dennis Brain/Gerald Moore- 1952
정말로 쉽게 분다- 대개 우리 같은 비전문가가 들었을 때 쉽게 하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경험칙 중의 하나. 기본적으로 호른을 위한 음악인 만큼 슈만이 어떤 효과를 원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른 버전을 들어봐야 하는데, 우리는 신뢰할 만한 반주자(제럴드 무어)까지 감안했을 때 슈만의 듀오곡 연주에 단연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서 이 옛 모노 녹음을 선택했지만 취향에 따라서 스테레오 시대 이후에 나온 음질이 깨끗한 연주들 가운데 골라서 들어도 대개는 무난할 것이다.
- 가끔 음반에 따라서 그뤼츠마허(Friedrich Grützmacher) 'Arr.(arrangement)'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오기. 방금 말했듯이 이 곡은 처음부터 호른 또는 현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슈만이 지정한 것이다- 그뤼츠마허가 슈만의 첼로곡들을 모아서 '편집'한 악보(Leipzig C.F. Peters Edition)가 있을 뿐이지, 무슨 그뤼츠마허의 ‘편곡’이 아닌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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