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Symphony No. 40 in g minor, K. 550

 

I. Molto Allegro

II. Andante

III. Menuetto(Allegretto) & Trio

IV. Finale(Allegro assai)

 

 

(i) 작품개요

   이 곡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장르를 불문하고 꼽을 수 있는 모차르트의 걸작군에 속한다. 때문에 모차르트가 주 레퍼토리가 아닌 지휘자들도 이 g minor는 특별하게 생각해서 따로 녹음을 남기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거니와 특히 1악장의 제1주제는 클래식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도 예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억이 날, 아마도 모차르트가 만들어낸 가장 유명한 몇 마디 중 하나일 것이다- 우아하면서도 복잡미묘한 감정이 다양한 색조와 뉘앙스들을 함축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배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굉장히 스토리가 풍부한 멜로디. 이후에 전개되는 음악은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마치 제1주제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다 실현시키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형식. 단지 재현부에서 경과구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클라이맥스를 다시 한번 만든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원래 모차르트의 재현부는 제시부의 단순 반복을 회피하는 변형이 종종 있지만 우리의 견해로는 이 경우는 선율의 성격상 단순히 변형된 반복이 아니라 분명히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를 한번 더 만들어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내용적으로는 상기 제1주제가 생각있는 지휘자들에게는 큰 두통거리- 듣는 사람한테 이만큼 함축하는 바가 많게 들리는 음악이라면 어떻게 연주해도 뭔가 표현이 미진한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예전에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꽤나 장황하게- 소개할 때 언급했던, 음악의 전진하는 흐름과 기세를 이어나가야 함과 동시에 곱고 우아한, 그냥 지나가기 아까운 아름다운 악구들을 다 노래해 주어야 한다는 모차르트 연주의 일반적인 난점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더 까다로워진다. 즉, 이 1악장도 템포 지시(allegro) 앞에 괜히 'molto(아주)'가 붙은 것이 아니라서 감정이 복잡미묘하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기세가 좋은 음악인 것. 둘다 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 경우는 풍부한 뉘앙스를 살리려고 하면 절충이 굉장히 어렵다.

- 2악장은 재현부도 제시부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단순한 소나타형식으로 볼 수 있다. 내용상은 1악장과 이어지는 3/4악장 사이에서 감정적인 대조를 이루는 악장이면서 자체적으로도 장조로 시작해서 중간에 마치 원래 어떤 스토리였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듯한 단조의 도막들이 서로 대비를 이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2악장은 '절대템포'가 있는 음악인지도 모른다는 것- 즉, 일정 수준 이상 빠르게 연주하면 서두르는 느낌이 나서 좋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템포는 상대적이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일반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애초에 음악에 '법칙' 같은 건 없는 것이고, 1/4악장의 템포를 빠르게 잡은 경우에는 밸런스가 조금 깨지더라도 2악장은 거의 아다지오 느낌으로 충분히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 3악장은 전형적인 트리오(Trio)가 딸린 미뉴엣. 감정적으로는 꽤 격렬하지만 아직 리듬은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 너무 통상적인 미뉴엣 느낌으로 늘어져도 안되고 너무 격해도 안되는, 중용을 잘 지키는 것이 해석의 요점이다.

- 4악장은 다시 소나타형식. 해석은 크게 보면 템포를 빨리 잡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주느냐, 아니면 보다 천천히 대위법적인 전개부의 명료함을 강조해주느냐가 2가지 갈림길인데 양쪽 다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1악장과 밸런스를 맞춰주어야 한다는 것- 즉, 1악장에서 드라이브를 선택했다면 4악장에서도 드라이브를,  1악장에서 풍부한 뉘앙스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4악장에서도 명료함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ii) 녹음들

1. George Szell/Cleveland Orchestra- 1967

1악장은 드라이브와 뉘앙스를 조화시켜보려는 중도파지만 둘다 놓친 느낌. 하지만 2악장은 '절대 템포'에 잘 맞춘, 노래가 좋다. 약간 늘어진 3악장에 이은 강력한 드라이브의 4악장은 1~3악장까지 이어온 스토리하고 동이 닿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연주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셀은 그냥 단순하게 밀어붙일 때가 음악이 더 좋다- 섬세한 뉘앙스를 살려서 노래하는 것보다는 명확하면서도 탄력있는 사운드에 강점이 있는 지휘자.

2. Otto Klemperer/Philharmonia Orchestra- 1956

템포는 유장하고 소리는 부드럽지만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기보다는 철저히 감상이 절제된 음악. 1/2악장 모두 듣기는 좋지만 재미가 없다. 우리는 이 음악을 이렇게 보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지만  20c 모차르트 해석의 한가지 스타일을 확립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Arturo Toscanini/NBC Symphony Orchestra- 1950

1악장에서는 상기 두통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토스카니니만의 고심에 찬 프레이징(phrasing)을 들을 수 있다- 우리의 견해로는 완전히 성공적이는 않지만 귀에 익을수록  독특한 매력은 있다. 또 토스카니니의 하이든/모차르트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3악장의 미뉴엣인데 본인의 성질대로 가면 스케르초가 되고 이 곡에서처럼 의식적으로 자제를 하면 엑센트가 어색해지는 것. 대신 4악장은 전율이 있는 강렬한 드라마를 들려준다.

4. Wilhelm Furtwängl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48/49

1악장은 여기 소개된 녹음 중에서는 가장 빠른, 과감하게 절제된 감정과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는 버전- 푸르트벵글러 역시 모차르트가 '주전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역시 대가답게 독창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반면 2악장은 템포를 충분히 늦춘 결이 고운 음악을 들려주고 4악장은 1악장과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

5. Erich Kleiber/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1949

1악장은 드라이브와 미묘한 뉘앙스의 절충이 가장 잘된 연주. 2악장은 1악장과 템포 밸런스는 맞지만 약간씩 서두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우리로 하여금 이 악장엔 상기한 '절대 템포'가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게끔 한 녹음 중 하나. 4악장은 명료함에 초점을 맞춰서 1악장에 비해선 살짝 느려진 느낌인데 클라이버 특유의 정확한 리듬감이 독특한 생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6. Bruno Walter/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1953

위에서 1악장 재현부 경과구에 두번째 클라이맥스가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템포를 표나게 늦춰서 더 무겁게 강조하면서 여기 녹음들 중에서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표시해주고 있다. 취향이나 유행에 따른 호오와는 무관하게 발터의 모차르트는 매 구절이 다 생각이 깊다. 2악장은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풍부하다. 전체적으로 장중한 비극으로 보는 관점으로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

7. Carl Schuricht/Paris Opera Orchestra- 1964

가장 음악적인 모차르트인데 여성적이라기보다는 남성적이고, 세련된 우아함이라기보다는 슈리히트 특유의 자연스러운  노래다. 1악장은 풍부한 뉘앙스를 살리는 선택이고 4악장도 1악장과 템포 밸런스가 맞춰져 있지만 명료함이라기보다는 느린 템포를 이용해서 더 좋은 노래를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특색. 무엇보다 결코 일류였던 적이 없는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노래하게 만드는 지휘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8. Fritz Reiner/Chicago Symphon Orchestra- 1955

프리츠 라이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절판이 잘 되지 않는 레퍼토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지만 사실 숨은 장기는 바로 모차르트다. 다만 이 40번은 라이너에게는 36/38/41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가 없는 곡. 1악장 발전부 이후의 드라이브는 좋지만 전반적으로 노래가 좀 부족하고 반면 3악장은 너무 우아하기만 한 미뉴엣, 음악의 내용에 걸맞는 열기가 부족해서 여기서 전체적인 완성도도 떨어진 느낌.

9. Karl Böhm/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962

1악장 이하 3악장까지는 음악이 흐름이 무난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는 베를린 필 기준으로도 잘된 편. 4악장이 가장 무미건조해서 뭔가 마무리가 약하게 들리는 게 유일하게 흠잡을 점일 것이다.

나중에(1976년) 빈필과 재녹음한 버전은 1/3악장의 템포를 늦춰서 상대적으로 4악장이 보다 극적으로 들리게 변화를 주었지만 충분히 음악적으로 달리 뭔가 개선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서 우리는 40번은 이 녹음쪽을 선호.

 

 

선호도; Kleiber=Schuricht>=Walter=Furtwängler>=Szell=Böhm1962=Klemperer>=Toscanini=Reiner

해석의 삼각형; Furtwangler/Walter/Klemperer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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