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한 초콜렛 가게 리뷰. 이번엔 국내에 단독매장이 있는 유럽 초콜렛 기업들을 모아 봤다. 대상 기업은 벨기에의 노이하우스/고디바, 스위스의 레더라/토이셔, 그리고 프랑스의 드보브 에 갈레, 모두 다섯 군데(다만 적어도 최근 1년 안짝으로 우리가 방문한 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했기 때문에 명동점 공사로 문닫은 다음엔 가본 적이 없는 레오니다스의 경우는 신뢰할만한 벨기에의 대표기업 중 하나지만 일단 제외).
‘발렌타인데이’를 빌미로 삼긴 했지만 선물용 패키지 추천은 아니다. 단지 한국에서 1년중 가장 초콜렛이 많이 오가고 많이 맛보는 시절이니만큼, 이를 계기로 초콜렛에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서 맛과 합리적인 가격(‘value for money’)를 같이 고려한 ‘연중 소비’할 수 있는 초콜렛 추천이 목적. 각 회사의 내력에 관한 정보의 출처는 모두 각 회사 홈페이지 아니면 위키피디아에 공개된 것들이다.
I. 노이하우스(Neuhaus)
① 기본정보
185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약사 장 노이하우스가 설립. (명동 신세계 본점에 있던 매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젠 국내에는 매장이 없고, 기존 수입사가 아예 손을 떼지 않았나 싶다.(2015.2.12.));
http://www.neuhauschocolates.com/ (영문홈페이지)
② 특징, 맛, 가격
- 처음에 들어왔을 땐 고가였지만 혼자 가격인상을 안 하는 사이에 남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새로 들어오는 집들은 처음부터 비싸게 들어왔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착한 수입초콜렛' 비슷하게 된 경우. 프랄린/트러플 개당 2500원의 가격은 이젠 국내 수제초콜렛집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맛과 질, 역사를 감안했을 때 여기 소개된 나머지 4군데 어디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규모가 꽤 컸던 국내 유일의 매장은 이젠 매장이라기보다는 '매대' 비슷한 수준. 왜 영업이 더 잘 되지 않는지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 복잡한 문제라서 우리가 분석할 수 없는 일이고,
- 다만 맛에 관한 문제라면 이 집 초콜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것. 일단 포장상자를 열면 제일 먼저 초콜렛 자체에 약냄새 비슷한 약간 퀴퀴한 향이 느껴지고, 또 아몬드/헤이즐넛 프랄린(과 그 변형, 복합제품들)이 대표/주력 상품이기 때문에 견과류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상극이다. 하지만 견과류 알레르기만 없다면 한번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면 한두번 더 사서 시험해볼 가치가 있는 집- 만약에 그 결과 당신이 처음에 퀴퀴하게 느껴졌던 이 집 초콜렛과 속에 든 아몬드/헤이즐넛 잔두야가 알고보면 입안에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한테는 이 집 것이 아몬드/헤이즐넛 프랄린의 판단기준, '레퍼런스reference'다.
③ 주요제품
● 프랄린/트러플 약 20종. 본사는 대략 80종 안팎을 생산하는 것 같은데,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안 들어와 있어서 유감. 프랄린은 코르네도르Cornet Doré/사탄다크Satan Dark/아르누보Art Nouveau, 트러플은 티라미수 추천; 이 집 스타일의 좋은 샘플들이다.
● 단일산지single origin 까레carré; 작은 정사각형(까레의 뜻) 다크 초콜렛. 상투메/에콰도르/파푸아뉴기니/탄자니아, 4종류. 상투메(70%)가 가장 진하고, 탄자니아(75%)는 카카오함량은 5% 더 높지만 맛은 65%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볍고, 차맛이 난다. 간혹 어떤 '싱글오리진' 태블릿들은 전문가들이 먹어 보면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한 판을 다 먹어도 '도대체 무슨 맛이 다르다는 거야?'하고 묻게 만드는데, 이것들은 전문가가 아닌 관심있는 일반인도 한조각으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 바종류는 밀크/밀크프랄린/다크(52~55%) 등 대략 3,4종류 정도 들어와 있고 45g바가 5500원, 대략 100g에 1만2천원선.
II. 고디바(Godiva)
① 기본정보
192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제프 드랍스가 설립. 1967년 미국의 캠벨수프에 인수되었고 지금은 터키 음식료재벌 소유라는데 가족기업에서 매각된 이후에도 사업은 점점 더 번창한 경우에 해당한다. 매장은 신사동가로수길(기점; flagship store) 외에 삼청동/광화문/청진동/서래마을/현대백화점 본점,무역센터점; 자세한 위치는 홈페이지(http://www.godiva.kr/) 참조.
② 특징, 맛, 가격
- 노이하우스식 ‘퀴퀴함’은 빠졌지만 벨기에 초콜렛 특유의 진한 맛은 그대로 살아 있어서 바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즉 가장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는 스타일의 초콜렛을 만든다. 프랄린 종류도 일정 수준 이상은 되지만 '비교우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고디바의 강점은 역시 트러플쪽이다. 종류도 가장 다양하고 초콜렛 껍질(shell)을 화이트/다크, 이런 식으로 2중으로 씌우기도 하고, 속에도 넣은 것이 많아서 여러 겹의 자극으로 달콤상큼, 입 안에서 터지는 폭탄 같은 맛을 선사한다. 맛보다는 이 집은 수입사가 책정한 가격(프랄린 개당 3800원/트러플 4400원)에 문제가 많아서 좀 긴 설명이 필요하다:
- 일단 마케팅/브랜드 이미지 관리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에 노이하우스 사장이 혹 한국에 들렀다가 왜 당신네들은 비싼 고디바를 그렇게 높이 치면서 우리 초콜렛은 안 사주냐고 불평한다면, 우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그러게 광고를 좀 잘하지 그랬어?”고디바는 초콜렛도 잘 만들고 영업도 잘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보다 20~30%쯤 더 받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게 '정도'라는 게 있다. 2500원 vs. 3800~4400원이라니, 벨기에에서 노이하우스하고 이런 식으로 가격차를 내서 고디바가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본점이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수입사의 가격책정은 명백히 도를 넘어선 것이다.
- 객관적으로 가격의 '거품'을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있다- 수입사 입장에 최대한 유리하게 고디바가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같은 아시아라도 여건이 좀 특수한 홍콩은 배제하고, 우리랑 국민소득이 비슷한 대만과 비교해보자는 것이다. 대만은 개당이 아니라 무게로 달아서 파는데, 트러플은 100g에 620NTD(1대만달러= 약 40원 쳐서, 한화 24,800원), 프랄린 종류는 100g에 530NTD(약 21,200원) 정도 한다. 트러플이 평균 14g 정도 한다고 보면 대략 100g에 7개, 곧 개당 3천5백원 안팎. 이게 면세점이 아니고 시내 백화점 가격이다! 우리는 한국사람들이 왜 대만사람들보다 20% 더 내고 사먹어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잘 생각해내지 못하겠다.
고로 대만 수준까지 가격을 내릴 때까지는 자체적으로 불매운동중...
③ 주요제품
● 까페가 같이 있는 매장엔 세트메뉴가 있다; (아메리카노 혹은 티백+트러플 1종류+프랄린 1종류) 이렇게 해서 11,000원. 이것도 싼 건 아니지만 앉아서 한 두시간 뭔가 할 일이 있다면 자릿세까지 감안하면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조건.(말로는 '불매운동중'이라고는 했지만, 지나던 길에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으면 우리가 간혹 이용하는 메뉴다.)
● 그래도 2개로는 간에 기별이 안 간다, 맛이 너무 궁금하다면 박스세트 종류보다는 진열장에서 프랄린/트러플을 골라서 사기를 권한다. 초콜렛도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이고,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진열장 안에 낱개로 넣어놓고 파는 것들이 미리 박스 포장된 것들보다 낫다고 보면 된다.(만약에 진열장에서 바로 산 것들이 뭔가 굳었거나 묵은 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 가게는 재고회전이 잘 안되고 있다는 위험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바는 한국에 종류를 많이 들여온 것 같진 않고 가격은 100g에 1만6천원 수준.
III. 레더라(Läderach)
① 기본정보
1926년 스위스에서 베이커리로 출발. 초콜렛은 창업자의 아들 루돌프 레더라 2세가 1962년 시작했고, ‘레더라’ 브랜드로 일반소비자들에게 판매를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엔 무척 빨리 들어온 편. 매장은 경희궁/서울파이낸스센터/신세계 강남,경기점/롯데백화점 잠실점; 자세한 위치는 역시 홈페이지(http://www.laderach.co.kr/) 참조.
② 특징, 맛, 가격
아마 우연의 일치겠지만 흥미롭게도 여기 소개된 중에는 가장 '젊은' 브랜드답게 초콜렛 자체도 가장 모던한 느낌, 진한 맛보다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시원한 스타일.
대표상품은 '후레쉬초콜렛'- 견과류와 과일을 다양하게 섞은 무정형의 판초콜렛이라고 보면 될 듯한, 부러지는 대로 잘라서 무게 단위로 저울에 재서 팔고, 가격은 100g에 1만1천원. 하지만 프랄린/트러플(개당 2800원) 종류도 다 수준이 높아서 그르나슈 100% 와인의 뒷맛처럼,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유쾌한 달콤함으로 끝나는 것이 이 집 맛의 특징. 자기 스타일을 확립하고 있는 집이다. 작년 4분기쯤 10% 안팎으로 전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해서 가격 메리트가 약간 없어진 것은 유감.
③ 주요제품
● 현재 국내에서 초콜렛 음료는 맛/종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이 집이 단연 종합 1위. 달지 않고 뒷맛이 깨끗한 스타일.
● 그리고 상기한 후레쉬초콜렛 종류 중에 숨어있는, 브라질70% 다크. 이 회사가 직접 투자했다는 브라질 농장산 트리니타리오(Trinitario)종 카카오로 만든 싱글 오리진(single-origin) 다크. 처음 입에 넣었을 땐 맛도 향도 상큼하고 혀에 닿는 부분이 넓어질 수록 쌉쌀한 맛이 퍼진다. 가격대비 가치(value-for-money)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한국에선 다크 초콜렛의 '정답'. 이보다 싼 것들은 맛이 너무 떨어지고 좀 먹을만한 것들은 대부분 100g에 1만5천원 이상, 즉 3~40% 이상 비싼 가격을 줘야 하는데 그 가격에 이보다 맛없는 것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주일에 뻔한 맛의 스타벅스 커피 한잔 덜 마시고 대신 이걸 50g쯤 사서, 잘 밀봉해서 가방속에 넣고 다니면서 우울할 때마다 조금씩 부러뜨려서 먹으면 삶의 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 보증할 수 있다.
● 프랄린/트러플 종류 중에서는 라즈베리/코코넛/카라멜 등을 재료로 쓴 것들 추천. 즉, 원래 맛과 향이 강한 재료를 속으로 쓴 것은 우리 입맛엔 벨기에 스타일은 가끔 너무 진하고 걸쭉하고 레더라의 깔끔한 처리가 낫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밀크트러플도 이 집 스타일의 좋은 표본.
IV. 토이셔(Teuscher)
① 기본정보
1932년 스위스에서 아돌프 토이셔가 설립. 매장은 을지로 페럼(Ferrum)타워(지하철 을지로입구역 3/4번 출구) 1층; 홈페이지 http://www.teuscher-seoul.com/
② 특징, 맛, 가격
- 초콜렛 불모지인 한국에 이 집 매장이 있다는 건 우리같은 초콜렛 애호가들에게는 행운이다. 좋은 재료를 쓰는 건 고가의 유명메이커들한테는 기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재료를 정직하게 다루려고 가장 애쓰는 집 중에 하나.
- 우선 간판상품은 샴페인 트러플. 유명한 이유는 첫째는 이 집이 '원조'라는 것. 또 샴페인이 다루기 어려운 재료라서 간혹 유사품 중에 '마크 드 샴페인'이라고 붙은 것은 샴페인이 아니라 '마크 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브랜디의 일종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둘째는 들어가는 샴페인이 다름 아닌 '돔페리뇽'이라는 것인데 글쎄, 모르긴 몰라도 와인평론가라고 해도 14g짜리 초콜렛 속의 크림에 일부 포함되는 분량이면 돔페리뇽인지 모에 샹동인지 맛으로 분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단지 토이셔는 무조건 최고의 재료만 써서 만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론 광고효과를 노린 '상술'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집에서 만든 화이트초콜렛 바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담되는 가격에 아무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천하진 않지만 이 집이 어떤 자세로 초콜렛을 다루는지 알 수 있는 상품. 비록 하얗게 착색은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엔 고무냄새 비슷한 퀴퀴한 냄새를 다 빼지 않고 남겼고 분유냄새 안 나고, 그렇게 달지도 않다. 아마 유럽에서도 우리가 지난달 서울 살롱 뒤 쇼콜라에서 맛 보았던 발로나(Valrhona) 오팔리스opalys 스타일로, 분유냄새 살짝만 나면서 달콤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질감을 갖게 만든다면 팔리기는 더 많이 팔릴 것이고, 이 집이 그런 스타일로 만들 실력이 없는 것 같진 않다. 좀 덜 팔리더라도 원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보려는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 화이트 초콜렛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화이트초콜렛은 말하자면 엑기스는 다 빠진 '찌꺼기'인 카카오버터만 들어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초콜렛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의 견해는 다르다; 카카오버터도 카카오의 일부라는 것. 화이트초콜렛 바를 즐길 줄 모른다면 당신은 99% 초코홀릭이지 100%는 아니다. 그리고 '잡식성'인 우리는 상기한 발로나 오팔리스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만약에 '화이트초콜렛의 탈레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건 '분유냄새와 설탕으로 카카오버터를 도살한 맛'일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게 한 제품을 소개하자면 피에르 마콜리니(Pierre Marcolini)의 Carre² 시리즈 중에 있는 화이트초콜렛(chocholat blanc)- 처음 입에 물었을 때 퀴퀴한 냄새, 텁텁한 맛을 다 그냥 놔두고 소금과 바닐라를 더해서 마지막에 멋진 여운이 있는 뒷맛을 만들어낸다. 이걸 먹고도 화이트초콜렛도 진지한 제품일 수 있다는 설득이, '개종'이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서로 존중해야 하는 취향의 차이.
③ 주요제품
● 무엇보다 주류를 사용한 트러플의 1인자; 샴페인 밀크/다크 외에도 소테른와인/벨에포크/베일리스/보드카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샴페인트러플은 샴페인향이 진하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맛에 기름기를 없애주는 느낌, 담백하고 깔끔한,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 반면 보드카나 베일리스는 술냄새도 더 강하고 속에 크림 자체가 '쌉쌀한' 주류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스타일. 고디바나 레더라가 한다면 과일향처럼 '향'을 이용하는 것이고 새콤달콤 더 맛있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런 스타일의 맛은 아닐 것이다.
그 외엔 ● 시실리 오렌지를 사용했다는 오렌지필도 부담없이 시험해볼만한 제품.
● 바는 25/50/100g 3가지 크기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다크는 55/66/77/88/99%로 카카오함량이 11%씩 높아지게 만든 것이 특색. 가격은 100g당 1만8천원~2만원선.
V. 드보브 에 갈레(Debauve et Gallais)
① 기본정보
1800년 프랑스에서 설립. 청담동(큰 길에서 '질샌더' 매장을 찾아서 그 옆 골목으로 올라가는 게 가장 찾기 쉽다)/한남동에 매장이 있다. 홈페이지(http://www.debauve-et-gallais.co.kr) 참고.
② 특징, 맛, 가격
- 외우기 어려운 긴 이름은 프랑스의 약사 드보브와 그의 조카 갈레의 이름을 합친 것. 영국이야 아직 왕실이 남아있지만 왕실이 사라진지 오래인 프랑스는 왕실납품업체로 이만큼 존속한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초콜렛 회사 설립은 1800년이지만 루이16세의 약제사였던 드보브가 1700년대 후반에 약 먹기를 싫어했던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피스톨'부터 시작해서, 처음 개발한지 100년, 150년되었다는 제품들이 즐비한 '역사'가 이 집의 최고 자산.
- 고가로 말하면 여기가 고디바보다 한수 위. 애초에 프랑스 본사 자체가 ‘럭셔리luxury’ 이미지와 최고가 정책을 추구한다는데, 한국에 와서 그 가격이 배가 되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혹 근데 왜 여기는 ‘불매운동’ 안하냐고 묻는다면, 이 집은 2003년에 생겼다니까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었지만 별반 파장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집처럼 조용히 혼자서 장사하는데 대한민국이 무슨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돈 많은 사람들은 가서 사먹을 것이고 비싸면 내가 안가면 그 뿐이지, 얼마 받으라고 따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고디바처럼 서울시내 주요 상권마다 점포를 내면서 다른 업체들을 자극해서 '고디바발 초콜렛 가격 인플레'가 걱정되는 파문을 일으키는 쪽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우리가 보기엔 고디바 수입사는 한국의 경제력, 구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고가 수입초콜렛은 어차피 한철 장사, 기본가를 높이 책정하면 '발렌타인데이 한정패키지'는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남는다는 계산인 것 같은데, 어느 쪽이든 장기적으로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고디바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더 많은 점포로 한국에서 오래 장사하기를 바라는 쪽이고, 단지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점점 더 잘 살게 되는 것 외에는-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이 초콜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③ 주요제품
● 초콜렛 봉봉(개당 7천~8천원) 종류는 편차가 좀 있는 것도 같아서, 어떤 것은 좋은 레시피는 오래 간다, 별로 물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고 어떤 것은 같은 프랑스산의 장 폴 에방같은 ‘신흥세력’- 이 집 입장에서 보기에는-의 비슷한 종류 제품의 상큼발랄함에 밀리는 느낌도 있다. 다만 5종류밖에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는 보류.(위에 소개한 다른 업체들의 경우는 모두 최소 12종류 이상은 먹어본 집들이다.)
● 고함량(80~99%) 다크 초콜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각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은 이 집 제품들이 매력이 있을 것이다(같은 함량의 피스톨보다는 까레를 추천한다).
그 외 ● 가격경쟁력은 없지만(1만4,5천원부터~ ) 핫초코도 맛은 독특하다.
(대부분 수입초콜렛들이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집은 가장 고가여서 맛은 궁금하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혹은 한번 방문해서 맛은 마음에 들었는데 많이 사기는 너무 부담스러웠다는 사람들은 서울보다는 해외여행 기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프랑스는 너무 멀지만 같은 아시아권에 홍콩이나 대만에도 매장이 있다. 우리는 홍콩점은 가보지 못했고- 아마도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 않을까?- 대만점은 타이베이 101빌딩 인근 벨라비타 백화점 지하2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있다. 완전한 매장이 아니라 백화점 식품관의 한 코너 격이기 때문에 상품구색은 서울점만 많이 못하지만 가격은 최소 30%이상 저렴. 한국에서 7~8천원 받는 봉봉 종류가 여기선 1200NTD(한화 4800원 미만), 낱개로 3천원하는 피스톨이 한국돈으로 2천~2천2백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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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각 중에 미각처럼 문화와 지역에 따라서 편차가 심한 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사람이 먹어서 죽는 것만 아니라면', 지구촌 어딘가의 작은 마을에선 최고의 미식일지 모른다. 위에 제품 추천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1년에 두어번 고가 초콜렛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노이하우스는 헤이즐넛 프랄린/토이셔는 샴페인 트러플' 이런 식의 공식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먹어보면 레더라의 트러플이나 토이셔의 헤이즐넛로그가 더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 이런 고가 초콜렛이 아니라도 어떤 제과 대기업이 만든 더 싼 판초콜렛이라도 마찬가지다. 같이 먹은 다른 사람들이 혹 아닌 것같다고 하면 의심은 들 수 있지만 한 두번 더 먹어봐도 변함이 없다면, 그건 드디어 당신의 'taste'를 입맛을, 취향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초콜렛 ‘입맛’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초콜렛이란 정말로 매혹적인 물건이고,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