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풍속화실

● 공기놀이(윤덕희); 소재는 풍속화지만 그림 속 인물은 도석인물화에 등장하는 동자들을 닮은 것이 재미있는 점. 회화적으로는 인물이나 배경의 나무, 바위, 풀 모두 전시설명대로 깔끔하게 처리가 잘 되었다.


II. 인물화실


(이 방은 볼만한 그림은 다 예전에 커버했다는 기억.)


III. 산수화실

미가산수도(이정근); 그림은 얌전한 솜씨.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하는 근경의 나무/산은 농담이 진하고 멀리 갈수록 흐려지는데 근 1m 되는 긴 그림이 이렇게 흐려지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중간에 다리하고 원경에 누각, ‘인공물’만 선명하게 그려서 액센트를 줬다. 누각도 윤곽선만이지만 필력이 좋다. 다만 전시설명에 ‘16세기 화원화가가 남종화의 한 지류인 미법산수를 제작했다는 것은 한국남종화사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운운한 것은 좀 고쳤으면 좋겠는 얘기. ‘남북종론’이라는 게 명말에나 확립된 얘기에 불과하고 조선으로 전파되는데 걸리는 시차까지 감안하면- 그림은 실물을 구해오기만 하면 눈으로 보고 바로 따라 그릴 수 있지만 이론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퍼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정근(1532~?)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는 몰라도 화가가 이걸 ‘남종화’라고 생각하고 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이 17~8세기 이후 모작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지만 진품이라는 전제하에 이걸 ‘조선남종화사’의 꼭대기에 갖다 붙이면 한마디로 반역사적인 '시점의 혼동’이 되는 것. 게다가 미불은 그냥 미불이지, 무슨 ‘남종화가’가 아니다. 남북종론 같은 ‘선악구도 2분법’이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이해하기 쉽긴 하지만- 또 늘 그렇듯이- 사실이 아니라 그냥 '역사왜곡'일 뿐이다.

설천도(전 안견)/박주삭어도(전 이상좌); 전자는 큰 주봉이 화면을 지배하지만 오른쪽에서 뻗어나가는 봉우리들이라든지, 북송식 정면구도는 아니고 이미 '편파구도'의 조짐이 보이는 수법. 물론 안견은 원대 화풍까지 다 배웠을 테니 이것만으로는 별 정보가치는 없고 산수는 이것이 후자보다 잘 되었다고 보인다. 한편 후자, '박주삭어'는 편파구도라기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대각선 구도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물고기를 찾는 인물은 좌상단으로 뻗어가는 소나무와 맞췄고, 화면 위쪽에 우상단으로 날아오르는 새 두 마리는 오른쪽 산의 사면을 따라가면서 또 동시에 아래쪽의 인물과 대칭이 되는 좋은 감각(그림에 보이진 않지만 그물 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물고기와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대비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대각선 구도가 원래 동적인 구도인데 한두 가지 트릭을 더 써서 소품이지만 화면에 움직임을 많이 줬다- 이 정도면 화면구성 하나만큼은 중중조에 제일인자였다는 이상좌의 것이라고 칭할만 하지 않은가?

   여하간에 바로 옆에 예전에 멀쩡하게 보이던 윤의립 산수도가 흐리멍텅하게 보이는 걸 보면 두 그림 모두 필력이 적어도 두 단계 이상 위다. 윤의립도 상당한 실력인데 이 정도 차이라면 실제 안견/이상좌의 진품일 가능성은 낮더라도 연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모작일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IV. 화훼영모사군자실

화조도(전 안귀생); 15세기까지 연대가 올라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품이 있는 화조화. 상반부에 꽃나무/새/바위/물이 얽힌 부분은 지금은 구도가 좀 난삽해 보이는지 모르는데 색이 벗겨져지 않고 원래 그대로 채색이 살아있었으면- 그래서 색 대비가 확실했으면- 깔끔하게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맹호도(작자미상); 눈도 형형하고 세밀한 수염이나 터럭묘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세를 잘 잡아서 ‘호피’가, 구겨진 가죽 자체가 느껴진다는 것.

죽도(전 조익); 대가 채색이 예쁘게 잘 되었다. 다만 선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조익(1579~1655)과는 연대가 상당히 차이나는 모작으로 보인다.

매화도 2점(전 조속); 이번에 걸린 사군자들 중에는 제일 잘된 작품. 바로 대놓고 보아야 확실하겠지만 기억상은 우리가 예전에 여기서 본 홍수주(1642~1704)의 묵매도 2점과- 그 중 하나는 보통 어몽룡의 전칭으로 소개가 되어 있다- 비교해봤을 때 선에 실린 힘은 비슷하고 구도는 정리가 더 잘 되어 있어 조속의 진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연대를 홍수주보다 좀 높여 잡는 것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V. 궁중기록화/민화실


(이 방은 볼만한 그림은 다 예전에 커버했다는 기억.)


~ 어쩌면 이미 교체를 시작했을 것이고 아마도 이달 중에 순차적으로 완료가 될 것이다.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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