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호림박물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신사분관과의 자매전시(전시제목은 그럴 듯 한데 왜 뒤에 영어로 "Appreciation of Memories"라고 달아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과거전시의?)기억들의 감상"이라고 의역은 할 수 있어도  "감상의 기억"은 아니다. 굳이 도치할 이유도 잘 모르겠다). 1층에 박물관 약사에 해당하는 전시가 다시 있고 2층에 1982년 이후 전시들을 연대순으로 해당 유물 몇 점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전시 구성상 토기가 나오다가 청자가 나오다가 전적이 나오다가 다시 토기가 나오는, 산만함이 있는데, 이번은 30주년을 자축하는 성격의 전시기 때문에 불평하면 좀 실례가 되는 계제다.

 

신사동 전시에도 있지만, 1층에 설립자가 유물을 최순우/진홍섭/최수영 선생 같은 분들에게 보내서 의견을 구한 편지들이 있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2층은 유물과 함께 그간 무슨 전시들이 있었나, 앞으로 여기서 뭘하면 볼 만하겠다는 것을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제는 전시의 중심이 신사분관이기 때문에 볼만한 것은 그쪽이 훨씬 많다.

 

4.27까지 연계관람으로 신사분관 전시 티켓으로 무료관람이기 때문에, 교통이 가까운(박물관은 신림역에서 대략 차로 5분이내 거리다) 사람은 들러볼 만하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먼 사람은 신사동 전시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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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이곳은 작은 명당이다. 주차장에서 딱 내려보면, 아 참 양지바른 땅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온다. 풍수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굳이 산에 올라가거나 지도를 펼쳐볼 필요도 없다, 딱 느낌으로 안다'는 그 얘기가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나름 임자가 있는, 덕이 있는 사람이 임자가 될 땅.

Posted by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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