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V.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V.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 Stark und marki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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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오랜 기간에 걸친 큰 전쟁이 끝난 후에 나라에서 돈이 없어 수많은 군인들에게 달랑 배급빵 한 덩어리와 크로이처(동전 이름) 네 닢를 주고 제대를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루스티히도 자기 몫을 받아서 길을 나섰는데 길옆에 마침 성 베드로(Saint Peter)가 거지로 변장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적선을 하시오! 한푼 줍쇼! 적선 한 푼 하고 복 받아 가시오!”
루스티히가 혀를 끌끌 차더니 주머니를 털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나도 줄 것이 없다. 뭐 구걸을 해도 나올 게 있는 사람한테 해야지, 나도 조금 있으면 너처럼 구걸을 해야 할 형편이란 말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지만 남은 건 이 빵 한 덩어리 하고 동전 4개란 말이지. 뭐 이거라도 좋다면 노놔주마.”
루스티히는 마지막 ‘제대급여’로 받은 빵 덩어리를 꺼내서 네 도막으로 자른 다음에 그 중의 한 도막과 크로이처 한 닢을 성 베드로에게 주었습니다.
성 베드로는 루스티히가 빵을 조금 뜯어서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으로 나누는 것도 아니고, 네 조각으로 나눈 것에 호기심을 느껴서 한번 더 시험해보기로 하고는 살며시 루스티히를 앞질러 가서 다른 거지로- 본인 생각에는- 변장을 하고 자리를 깔고 앉아서 루스티히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적선을 하시오! 한푼 줍쇼! 적선 한 푼 하고 복 받아 가시오!”
“근데, 잠깐! 너 왠지 어디서 본 거지 같은데?”
자세히 보니 방금 전에 자기가 도와준 거지는 콧수염이 왼쪽만 달려 있는 게 특징이었는데 이 거지는 똑 수염만 떼서 오른쪽으로 붙인 것처럼 오른쪽 반만 붙어있는 겁니다.
“아니오, 원래 우리가 쌍둥이 형제 거지요. 형제끼리 서로 구분하려고 면도할 때 수염을 각자 한쪽만 민답니다.”
“거지꼴에 면도까지 하느라고 애쓴다.”
거짓말 서툰 성 베드로가 되는대로 둘러대는 말에 정말 속은 건지 속은 척 해주는 건지,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루스티히는 다시 빵 한 조각과 동전 한 닢을 적선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주막집을 찾아서 길을 재촉하는데 또 길옆에 거지가 한명 앉아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번엔 똑같은 얼굴에 수염만 깨끗이 민- 혹은 안 붙인- 거지였습니다. 이번엔 루스티히가 왠지 모르게 약이 오른 듯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세쌍둥이 거지지?”
“어떻게 아셨소? 우리 형님들을 본 게구려?”
“구걸을 할 거면 같이 하지 왜 한명씩 떨어져 있니?”
이유인즉슨, 처음엔 셋이 같이서도 해봤는데 사람들 심리가 묘해서 꼭 동전 세 닢 줄 것도 한 닢만 주고, 빵 세조각 줄 것 한두 조각만 주고 셋이서 나눠먹으라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세 형제가 ‘구역’을 나눠서 구걸을 하기로 했대나요, 뭐래나요.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도 아니고, 이거야 원 이놈만 안 줄 수도 없고...’
루스티히는 하는 수없이 다시 빵 한조각과 동전 한 잎을 그릇에 넣어 주고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이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니들 설마 네쌍둥이는 아니지? 한놈 더 나오면 이젠 정말 국물도 없다.”
마침내 주막집을 발견한 루스티히는 마지막 남은 크로이처 한 닢을 주고 맥주를 한 잔 시켰습니다. 남은 빵 한쪽과 함께 그 맥주를 맛있게 먹어치운 루스티히는 주막집을 나왔지만 딱히 갈 데도 없었거니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흥, 이젠 정말 남의 보따리라도 털거나 구걸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 싸웠는데 남은 게 산적질 아니면 비럭질이라니 제기랄, 세상 참 공평하구나, 공평해!”
그때 성 베드로가 이번엔- 확실히 전연 다른 얼굴로- 루스티히와 똑같은 제대군인으로 분장해서 빵 한조각하고 맥주 한잔 마실 1 크로이처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루스티히에게 슬쩍 말을 걸었습니다.
“있으면 옛 전우와 왜 같이 나누지 않겠나? 헌데 내 몫은 벌써 다 끝났다네.”
대신 루스티히는 자기도 지금부터는 구걸을 해야 연명할 형편이니 둘이 같이 해보자고 나름 ‘동업’을 제안했는데, 성 베드로는 자기는 의술을 조금 알기 때문에 구걸까지 할 필요는 없고 아마도 생계는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차라리 자기를 따라오라는 겁니다- 그것도 자기 일을 거들어주면 수입의 반을 나눠주겠다는 아주 너그러운 조건이었습니다.
“그럼 기술자는 형님이고 나는 조수니, 오늘부터 내가 형님으로 모시리다.”
“그럴 필요까진 없다.”
“에이, 사양할 것 없소.”
의리 하나는- 때로는 일방적으로- 아주 확실한 루스티히는 그날부터 성 베드로를 형님으로 삼았습니다.
- 2 -
그렇게 해서 떠돌이 의사(와 그 조수) 콤비가 된 두 사람이 첫 손님을 찾아서 어떤 마을에 들어섰는데 바로 농가에서 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보니 장년의 농부 한 명이 신음소리를 내며-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고 옆에선 농부의 아내와 아이들이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성 베드로는 자기가 틀림없이 살릴 수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아녀자들을 먼저 달랜 후에 주머니에서 고약을 꺼내서 농부에게 붙여주니, 이 사람이 대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농부와 그 아내는 병 고쳐준 값을 얼마나 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성 베드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거절했습니다. 농부가 그럴 수는 없다, 빈손으로는 못 보내드린다고 없는 형편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내밀었지만 그 사람들이 권하면 권할수록 성 베드로는 더 강건하게 사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속이 탄 루스티히가 옆구리를 계속 쿡쿡 찔러도 성 베드로는 애초에 이 가난한 농부의 가족에게서 뭘 받을 생각이 전연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게 잠깐 실랑이가 벌어진 새 어느 틈에 농부의 아내가 양을 한 마리 몰고 들어오질 않겠습니까? 성 베드로가 금품은 전연 받질 않으려고 하니까 이거라도 가져가시라고, 아마도 자기들 재산목록 1호는 아니라도 2호나 3호쯤은 되는 것을 가지고 들어온 것입니다. 근데 성 베드로는 계속 도리질입니다. 참다 못한 루스티히가 성 베드로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 말했습니다.
“형님, 형님은 괜찮더라도 밑에 있는 이 동생을 생각해서 좀 받으시오. 내가 배고파서 죽겠소!”
“난 필요가 없으니 그럼 저 양은 네가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해라.”
성 베드로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이렇게 허락을 하니 루스티히는 신이 났습니다. 바로 양의 앞, 뒷다리를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고 계속 고맙다고 90도로 인사하는 농부의 가족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농가를 나왔습니다.
근데 이놈의 양이 좀 짊어지고 가다 보니 꽤 무겁습니다. 요 며칠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 기운이 없기도 하고 우선 이놈을 잡아서 영양보충을 좀 하고 가자고 루스티히는 또 성 베드로를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성 베드로는 자기는 요리를 할 줄 모르니 루스티히 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자기는 잠깐 근처에 가서 볼일을 보고 올 테니 그럼 그 사이에 요리를 하라고, 다만 무슨 까닭인지 절대로 자기가 오기 전에 먼저 먹으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합니다.
“여부가 있겠소, 형님?”
이미 군대에서 식량이 떨어졌을 때 야생동물을 잡아서 굶주림을 면해본 경험이 있었던 루스티히는 제법 능숙하게 양을 잡고 불을 피워서 나름 ‘양고기 바베큐’를 만들기 시작했고, 고기가 거의 다 익자 칼로 가슴을 헤쳐서 양의 심장을 꺼냈습니다- 이 염통이 양고기 중에서 가장 맛있다는 부위랍니다.
“이건 우리 형님 오시면 먼저 드려야지.”
했는데, 이 형님이 빨리 안 오십니다. 가뜩이나 배는 고파 죽겠는데 에라 모르겠다 맛만 보자, 끝에만 조금 썰어서 맛을 보니 오, 세상엔 이런 맛이 또 있을까요?
“죽인다, 죽여! 맥주든 와인이든 술 한잔만 있으면 좋겠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조금만, 또 조금만, 어차피 형님이랑 나랑 반씩 먹으면 공평하겠지, 그렇게 썰어먹다 보니 양의 심장이 무슨 고래만한 것도 아닌데 남아 날 리가 없습니다.
“어럽쇼? 이젠 반도 안 남았네?”
에라 모르겠다, 루스티히는 남은 부분을 그냥 통째로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먹고 있는데 때마침 성 베드로가 돌아오는 모습이 먼발치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루스티히가 더 씹지도 않고 꿀꺽 뱃속으로 삼키자마자 성 베드로가 다가와서는 똑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난 양의 심장만 있으면 되니까 나머지는 네가 다 먹어도 좋다.”
이런 젠장, 하필이면? 루스티히는 열심히 칼과 포크로 양의 가슴을 가르면서 심장을 찾는 척 했지만 이미 루스티히 뱃속에 들어간 염통이 아무리 뒤적여도 나올 리가 없습니다. 루스티히는 조금 더 뒤적거려 보다가 퍼뜩 뭔가 생각난 듯이 외쳤습니다.
“아 이런, 우리도 참 바보지! 양이 원래 심장이 없질 않소, 형님? 없는 걸 아무리 찾아봐야 당연히 안 나오지.”
“난 머리털 나고 그런 소리 처음 들어본다. 심장 없는 동물이 어디 있누?”
그러나 루스티히는 뻔뻔하고도 꿋꿋하게 우겼습니다. 양이 매에~ 매에~ 하고 힘겹게 우는 게 심장이 없어 호흡이 약해서, 숨이 가빠서 그런 것이라는 게 루스티히의 '신 학설' 내지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염소는?”
“염소? 아, 걔들은 심장이 없는 게 아니라 변비가 있어서 그래요, 만성 변비가.”
“끄응, 알았다! 난 염통 말고는 필요가 없으니 이건 너 다 처먹어라!”
루스티히야 뭐 신났습니다. 양고기 바베큐를 한 절반을 배터지게 실컷 먹고 나머지는 잘 싸서 배낭에 챙겨서 다시 길을 떠났는데 성 베드로는 슬쩍 물길을 돌려서 둘이 가는 길 앞에 없던 도랑을 만들어 놓고는 루스티히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먼저 건널래?”
“아니오, 형님이 먼저 건너시우.”
물론 루스티히는 갑자기 올 때는 없던 수상한 물길이 생겼으니까 성 베드로가 건너는 걸 보고 물의 깊이를 가늠할 요량이었습니다. 성 베드로가 건너는 것을 보니 도랑은 얕아서 물은 채 무릎 높이에도 차지 않았습니다. 루스티히가 안심하고 건너는데 웬걸 몇 걸음 가지 않아서 물은 거의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고, 또 물살이 세서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형님, 좀 도와주우! 이 물이 갑자기 불었소!”
“그전에 뭐 하나만 묻자. 아까 그 양의 염통은 네가 먹었지?”
“난 정말 안 먹었소.”
“그래?”
그러자 물이 더 불어나서 이젠 루스티히의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붕어하고 키스할 판입니다.
“형님! 빨리 좀 끌어내주시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자. 아까 그 양의 염통은 네가 먹었지?”
“난 정말 안 먹었대두요! 아니, 근데 이 형님이... 꼬르륵!”
성 베드로는 물론 정말 루스티히를 익사시킬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 끌어올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길을 가면서 다시 별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루스티히는 이젠 그냥 넘어갔다보다 하고 있었는데, 새로 접어든 왕국에서 공주가 죽을병이 들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형님, 빨리 갑시다! 이거 큰 건수요.”
루스티히가 반색을 하고 말했지만 성 베드로는 들은 척 만 척입니다. 안달이 난 루스티히가 조르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옆구리도 쿡쿡 찔러보았지만 그럴수록 마치 천근만근이나 나가는 것처럼 발걸음이 점점 더 느려져서 나중엔 이 사람이 서 있는 건지 걸어가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지경입니다. 그렇게 하루에 시오리나 갈까 말까 하니, 아니나다를까 며칠 지나지 않아서 공주가 그냥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루스티히가 울화통이 터져서 말했습니다.
“양고기도 다 떨어진 지 오랜데 이제 어쩔 거요? 산 입에 거미줄 칠 거요? 고기는 고사하고 입에 풀칠이라도 좀 제대로 해봅시다.”
“난 죽을 병이 든 환자만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어마, 이건 또 무슨 소리랍니까? 다른 사람 입에서 이 소리가 나왔다면 미친놈이라고 비웃었겠지만 루스티히가 알기로 이 형님은 그냥 흰소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역시, 내 형님의 깊은 뜻을 미처 몰랐소그려. 죽은 사람을 살려 내면 더 대박이지요, 아무렴 더 대박이야! 이번엔 왕국의 반을 내놓으라고 해도 되겠소!”
성 베드로는 아무 말 없이 또 혀만 끌끌 찰 뿐이었습니다. 궁궐에 도착해서 우리가 공주를 살려내겠노라 하니,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던 궁에선 잠시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죽은 사람을 도로 살려낸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게 대신들의 다수 의견이었지만 왕은 한번 시켜보자고 결단을 내렸는데, 아무래도 부모 마음이라는 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겠습니까?
성 베드로는 공주의 빈소에 들어가서 끓는 물과 큰 솥을 준비해달라고 한 다음 루스티히만 남기고 사람들을 다 내보냈습니다. 그러더니 시신을 솥에 넣어 끓는 물에 살을 발라내고 뼈만 수북이 침상 위에 건져내놓는 것이었습니다.
“형님, 근데 그거 꼭 그렇게 해야 됩니까?”
전쟁터에서 아직 죽지 않은 산 사람 팔다리에도 구더기가 들끓는 것을 수없이 본 루스티히인지라 별로 무섭거나 눈 둘 곳을 모르겠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괴망측한 광경인 것 만큼은 틀림이 없었던 것입니다.
“죽은 사람을 도로 살리는 게 그렇게 쉽겠니? 그리고 혹 쉬운 길이 있다고 해도 네 앞에선 할 수가 없지.”
“그건 또 뭔 소리요?”
하지만 성 베드로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침상 위에 쌓인 공주의 뼈들을 본래대로 차곡차곡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뼈를 다 맞춘 다음엔 아래와 같은 주문을 3번 외웠습니다.
“신성하고도 신성한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죽은 여인이여 일어나라!”
딱 3번째 주문을 외우자 공주는 정말로 생전에 건강하던 모습 그대로 살이 붙어서 거짓말처럼 말짱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궁전에선 기적이 일어났다고 난리법석이 일어났습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국왕이 두 사람에게 묻습니다.
“보수를 얼마나 주면 되겠는가? 정말로 그대들이 내 왕국의 반을 달라고 해도 주고 싶은 마음이로다.”
“황공하오나 저희도 뭐 그 정도면, 딱 왕국의 절반만 감사히 받겠-”
“저희는 보수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니 마음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또 성 베드로가 얄밉게 루스티히의 말을 자르고 나서서 아무것도 안 받겠노라고 합니다. 루스티히가 또 저번처럼 구석으로 끌고 가서 떼를 써볼 요량으로 소매를 끌어당겼지만 성 베드로는 무슨 망부석처럼 떡 버티고 서서 꿈쩍도 안 합니다. 입심 하나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루스티히가 순간 꾀를 내서 말했습니다.
“즈이 형님이 의술은 고명하시지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양반이라 원래 뭘 잘 받질 않으십니다. 그러니 그저 정말 돌덩이 같은 황금 두 덩이만 제 배낭에 채워주시면 노자로 요긴하게 잘-”
“너 그 주둥이 못 닥치겠니?”
성 베드로가 얼른 루스티히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다행히 왕은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보상을 바란다는 것을 보고 재무대신에게 명해서 배낭 하나 가득 금을 채워서 루스티히에게 주었습니다.
그렇게 궁전을 빠져나왔는데 단 둘이 있게 되니까 그렇게 물욕 없던 이 형님이 갑자기 황금을 내놓으라고, 이번엔 자기가 몫을 나누겠답니다.
‘이 형님이 아까 앞에선 아닌 척 하더니 이번에 그동안 밀린 걸 한꺼번에 정산하려나?’
루스티히가 두말 않고 황금을 내주었더니 성 베드로는 황금을 공평하게 나누기는 하는데 둘이 아니라 세 무더기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이 엽기적인 형님이 또 뭘 하려고 이런담?’
궁금증을 참을 수 없게 된 루스티히가 물었습니다.
“형님, 사람은 둘 뿐인데 왜 셋으로 나누는 거요?”
“하나는 내 몫, 하나는 네 몫,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지난번에 양의 심장을 먹은 사람 몫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루스티히는 잽싸게 두 몫을 챙겨서 금을 자기 앞으로 쓸어갔습니다. 성 베드로가 루스티히를 무섭게 노려보았습니다.
“지금 그 양의 심장을 네가 먹었다는 얘기냐?”
“그럼요, 당연히 내가 먹었지.”
“있지도 않은 양의 심장을 어떻게 먹었누?”
“에이, 심장 없는 동물이 어디 있소? 광화문 네거리를 막고 물어보슈 형님, 양이 심장이 있는가, 없는가?”
“네가 양은 심장이 없다면서?”
“그거야 웃자고 한 얘기지 순진하게 그걸 정말로 믿었소? 그리구 남자가 쪼잔하게 그게 벌써 몇주 전인데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소?”
“뭐 ‘쪼잔’?”
“아따, 미안하우 미안해, 대신 이건 공평하게 딱 반으로 나눕시다.”
“됐거든!”
루스티히가 정말로 세 무더기째 금을 손으로 갈라 딱 반으로 나누려고 하는데 성 베드로는 정말로 삐졌는지 홱 돌아앉아버립니다. 잠시 후에 돌아앉았던 성 베드로가 탄식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루스티히야, 나는 너를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고 싶었다. 내가 몇 번이나 기회를 주었는데도 왜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나중에 저 세상으로 가서 네 영혼의 안식처를 찾을 때가 오면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총알과 포탄이 나르는 전장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 붙어있는 목숨은 그냥 운 좋게 덤으로- 그것도 몇 개째나- 얻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루스티히에게는 저 세상이니 피안이니 천국이니 하는 따위 이야기는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갈림길에 이르자 성 베드로가 루스티히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 여기서 헤어지자꾸나.”
“그럽시다.”
‘의리파’ 루스티히는 그동안 이 형님과 함께 다니면서 정든 것이 떠올라서 꽤 섭섭했지만 아주 선선하게 대답을 했는데, 그것은 이 엽기적인 형님이 의술이 저렇게 고명하면서 돈도 한푼도 받지 않고 죽은 사람을 살리고 다니는 걸 보면 틀림없이 성인이니, 그렇다면 자기같은 사람하고 다니는 건 어차피 성격상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3 -
홀로 떠돌아다니게 된 루스티히는 이제 저녁이 되면 마음 놓고 술에 고기에 퍼마시고 밤에는 도박판으로, 또 낮에는 지나다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옛 전우들은 물론이고 전쟁고아나 과부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배낭에 손을 넣어서 손에 집히는 대로 금덩어리를 꺼내어 나누어주니, 아무리 배낭 가득 채운 금인들 오래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금방 도로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왕국에서 또 공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겠습니까? 루스티히는 잠시 망설였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립니다.
‘에라 모르겠다, 궁즉통이라니 가서 부딪혀보면 어떻게 되겠지.’
루스티히는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관리를 찾아서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어느 왕국에서 전역한 군인들이 죽은 공주를 되살렸다는 이야기 못 들었소? 그게 바로 나요.”
아닌 게 아니라 성 베드로가- 루스티히와 같은 군인의 모습으로- 기적을 행했던 것이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이번엔 ‘작업’ 허가를 받기가 쉬웠습니다.
들어가 보니 사실 이번 공주는 굉장한 미인이었는데 뼈 맞출 생각에만 골똘한 루스티히의 눈에는 골상밖에 안 들어옵니다.
‘키도 여자로는 큰 편이지만 손발이 특히 긴 체형이로군. 골반도 커 보이고, 또... 이런 젠장, 나머지는 끓여보면 알겠지.’
일단 루스티히는 성 베드로가 한 대로 시신을 솥에 넣고 끓여서 살을 발라냈습니다.
‘이제 어쩐다?’
주문은 처음부터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문제는 그놈의 ‘뼈맞추기’였습니다. 당장 형편이 궁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까짓 것 사람 모양으로(?) 맞추면 되겠지 했지만 두개골이나 갈비뼈나 팔다리뼈 같은 큰 뼈나 겨우 알아볼 듯 말 듯 할 뿐, 해부학을 따로 배운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 뼈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대충 얼기설기 쌓아놓고 성 베드로가 한 대로 주문을 외웠지만 뼈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실은 그 형상대로 해괴망측한 모양으로 되살아날까봐 그게 더 걱정스러운 판국이었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한없이 흐르자 밖에서도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 죽은 사람 도로 살리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어!”
일단 소리를 빽 질러서 쫓아놓긴 했지만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의 이마에도 간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나라, 이~얍!”
“야 이 멍청한 년아, 당장 일어나란 말이다!”
“너 지금 안 일어나면 나중에 평생 후회할 걸?”
이렇게 루스티히가 주문인지 넋두린지,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말을 주워섬기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열고 쓱 넘어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구 이게 누구야? 형님 아니시오!”
“내가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창을 넘어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성 베드로였습니다. 성 베드로는 곧 근엄한 표정으로 루스티히를 꾸짖기 시작했습니다.
“루스티히야, 그때 내가 너보고 이거 절대로 따라하면 안된다고 했냐, 안했냐?”
“형님, 형님 말씀이 다 옳은데 우리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봅시다.”
그 말을 듣고 성 베드로는 ‘끙’하더니 아무 말 없이 뼈를 맞추기 시작합니다. 뼈를 다 맞춰놓고 공주를 살려내기 전에 성 베드로는 루스티히에게 다짐을 두었습니다. 첫째로는 다시는 이런 돌팔이 노릇을 하지 말 것이며, 둘째로는 절대 이 일에 대해서 절대로 보수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루스티히야 뭐 그러마고 할 밖에 지금은 달리 이러쿵저러쿵 할 처지가 못 됩니다.
“신성하고도 신성한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죽은 여인이여 일어나라!
같은 주문이라도 성 베드로가 외우니까 신통하게 잘 듣습니다. 성 베드로는 공주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다시 창문으로 슬쩍 빠져나갔고 궁전에는 곧 환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루스티히가 며칠 궁전에 눌러 앉아서 귀빈으로 대접을 잘 받고 이제는 떠나겠노라고 왕에게 하직인사를 올리자 당연히 뭘로 상을 줄까 묻습니다. 일단은 성 베드로와 약속한 것이 있어 거절은 했지만, 그러면서 루스티히가 슬쩍 보니까 옆에 황금을 주려고 미리 자루째 갖다 놓은 게 보이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발이 안 떨어집니다. 이걸 어쩌나 잔머리를 굴려보는데 처음엔 루스티히가 예의상 사양하는 줄로 알고 신하들이 돌아가면서 한번씩 권했습니다.
“에이, 괜찮대두!”
“정말 괜찮대니까!”
하지만 몇 번 사양하면서 한 눈을 끔적, 헛기침을 두 번, 계속 눈치를 주는데도 이 인간들이 눈치를 못 채고 나중엔 정말로 황금을 도로 치우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루스티히는 그만 확 역정을 냈습니다.
“아, 난 황금따위 필요 없대니까, 왜 이렇게 말을 못-알-아-들-어, 이 양반들아! 아 나 정말, 이렇게 말 못 알아듣는 양반들은 처음 보겠네!”
다행히 왕의 시종 중에 눈치 빠른 사람이 있어 루스티히가 하는 꼴을 보고 얼른 배낭에 금을 채워주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정말로 빈손으로 나올 뻔 했습니다.
이렇게 루스티히가 한 몫 단단히 챙겨서 그 나라를 빠져나가려는데 이크, 길목에 성 베드로가 딱 지키고 서 있습니다.
“그 보따리에 든 건 뭐냐? 내가 아무것도 받지 말랬지?”
“아니, 지들이 알아서 채워주는 걸 내가 어쩝니까?”
시치미 떼는 건 역시 우리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씨가 올림픽 금메달감입니다. 성 베드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금 얘기는 더 묻지도 않고 대신 다신 돌팔이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그땐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것이며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재삼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걱정마슈 형님, 아 황금이 이만큼 있는데 내가 왜 또 해골 뼈다귀 갖고 장난을 하겠소?”
“흥, 네 손에 들어간 황금이 참 오래도 가겠다!”
그러더니 성 베드로는 루스티히에게 큰 배낭을 하나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겉보기엔 루스티히의 것과 똑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주인이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그 안으로 들어오는 ‘요술배낭’이랍니다.
“이거면 네가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더 이상 오늘 같은 말썽을 부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예전에 네가 나한테 3번 빵과 맥주를 나누어주었지- 이제 이걸로 네게 진 빚은 다 갚았다. 이승에선 나를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말을 마치자 성 베드로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루스티히가 중얼거렸습니다.
“참, 언제 봐도 신기한 형님이라니까?”
물론 성 베드로가 예언할 필요도 없이 황금은 오래지 않아 똑 떨어지고 예전 그때처럼 루스티히의 손에는 딱 크로이처 네 닢만 남게 되었습니다. 배가 고파진 루스티히가 주막에 들어가서 그 4 크로이처를 탈탈 털어서 와인 한 잔과 빵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부엌에선 오븐에 거위를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이런 제길, 와인엔 빵보다 거위가 제 격인데!’
내내 침만 삼키면서 빵과 와인을 해치우고 주막을 나서려는데 예전에 성 베드로가 말했던 ‘요술배낭’이 떠오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실 원래 메고 다니던 배낭이 다 낡아서 성 베드로가 준 것으로 바꿔 메긴 했지만 그간은 금화가 남아돌아서 요술배낭의 힘을 써먹을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문 앞에서 서서 나지막히 거위야 내 배낭으로 들어와라, 하고는 근처를 벗어나서 배낭을 열어보니 영락없이 잘 익은 거위구이 2마리가 들어있습니다. 옳거니 이젠 되었다, 루스티히가 무릎을 칩니다.
“형님, 고맙소!”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들판에서 자리 하나 깔고 거위 한 마리를 앉은 자리에서 다 해치웠는데 저편에서 자기 같은 제대한 군인이 2명 나란히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가만 있자, 배도 부른데 이걸 두 마리씩이나 내가 다 먹을 필요가 있나?’
“어이, 이봐들! 이리로 와봐.”
루스티히는 손짓을 하며 군인들을 불렀습니다.
“어느 부대 출신이야?”
그러면서 전역한 참전용사들이 늘 하는, 어느 전투 때 있었느냐, 아, 그때 어땠었지, 이런 이야기를 잠시 신나게 주고받다가 루스티히는 남은 거위 한 마리를 두 사람에게 먹으라고 넘겨주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한데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랬던지 그냥 그 자리에서 그 거위를 먹어치웠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두 사람은 그 거위구이를 들고 주막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안주가 너무 좋으니 술이라도 한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러쿵저러쿵 하면서요. 조금만 가면 바로 문제의 주막입니다. 두 사람이 맥주를 한잔 시켜놓고 루스티히에게서 받은 거위를 먹으려고 꺼내놓았는데 주막집 주인 여편네가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고는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저 빈털터리 군인들이 먹고 있는 거위가 아무래도 수상하니 우리 부엌에 가서 한번 확인해 보우.”
가보니 물론 오븐은 텅 비어 있습니다. 주인은 당장 돌아와서 이 거위 도둑놈들아, 하고 멱살잡이를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도둑이 아니오. 이 거위는 우리도 받은 거요. 여기 우리 말고도 군인같이 보이는 사람이 한명 왔다 가지 않았소?”
“그 양반은 맞돈 내고 밥 먹고 빈손으로 나가는 걸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다. 도둑질을 하고도 모자라서 또 남한테 뒤집어 씌와? 예이 파렴치한 도둑놈들아!”
이젠 아주 부창부수로 주인은 빗자루, 여편네는 부지깽이를 들고 나섰으니, 우지끈 쿵쾅, 좋은 말로 해결되기는 영 글러 보입니다...
그렇게 애꿎은 두 사람이 치도곤을 당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씨는 오늘도 또 처지가 어려운 옛 전우 두사람을 도와주었다고 기분이 좋아서, ‘콰이강의 다리’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씩씩하게 제 갈 길을 갔습니다. 가다 보니 곧 날이 저물어서 잘 만한 곳을 찾는데 겉보기에도 아주 으리으리한 성 옆에 허름한 여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물론 허름한 쪽으로 가서 주인장을 찾았는데 주인은 루스티히의 몰골을 위아래로 한번 흝어보더니 한마디로 딱 자릅니다.
“방이 없소!”
‘이것 봐라? 흥, 보아하니 인심 사나운 동네로구만? 그래,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인심 좋은 동네도 있고 인심 사나운 동네도 있는 거지.’
루스티히가 아니꼬운 것을 꾹 눌러 참고 편의를 좀 봐달라고 한번 더 사정을 해보았지만 주인은 계속 왼고개를 쳤습니다.
“귀하신 손님들이 많아서 정말로 방이 없소.”
“옆에 저 근사한 성을 놔두고 어떤 귀한 손님이 여길 든다는 말인지 내 귀엔 곧이들리지가 않소 그려.”
루스티히가 부아가 치밀어서 비틀어 보았더니 주인이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간단히 사정 설명을 해주는데 그 멋진 성엔 얼마 전부터 귀신이 붙어서 그 안에서 하룻밤 자고 멀쩡히 살아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저 성은 지금 텅 비어 있다는 말이오 그려? 성 주인이 혹 여기에 있소?”
왜 찾느냐는 주인의 반문에 루스티히가 내가 오늘 저 성에 들어가서 자겠다 하니 주인은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냐고 말립니다. 하지만 물론 루스티히는 멀쩡한 제 정신입니다- 이래봬도 총알과 포탄이 비처럼 나르는 전장을 숱하게 누볐던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씹니다. 처음 적병을 베었던 날엔 꿈에 나타난 그 귀신을 보고 오줌을 지릴 정도로 떨기도 했습니다만 그 후로 늘 시체가 나뒹구는 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는 동안 귀신을 봤어도 한번만 봤겠습니까? 이제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걸 몸으로 터득한 루스티힙니다.
“두말 할 것 없고, 주인한테 가서 열쇠나 받아주우. 술하고 밥도 좀 싸주면 더 좋고.”
루스티히가 고집을 피우자 성 주인이 나타나서 곧 해가 질 텐데 정말로 괜찮겠느냐, 나는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 못 진다고 확실히 못을 박은 후에야 열쇠를 내주었습니다. 성 주인이야 집이 아까우니까 혹시나 귀신들이 물러갔나, 자기들은 겁나서 못 들어가던 판에 누가 들어가서 봐준다면 좋겠다는 심산이겠고 처음엔 냉대했던 여관 주인도 이 인간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크게 선심 써서 좋은 술에 고기에 한 보따리를 싸주었습니다.
“흥, 들어가는 족족 사람이 죽어서 나왔다고? 귀신인들 괜히 사람을 왜 죽이나? 십중팔구는 지들이 지 풀에 놀래서 자빠져 죽은 게지.”
루스티히가 막상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성은 벽돌로 단단하게 쌓은 성벽에 아치형으로 모양을 낸 성문부터 군데군데 서 있는 대리석 조각상들, 못을 파고 온갖 정원수를 심어서 모양을 낸 정원까지 무척 잘 지은 대저택이었습니다. 단지 인적이 없이 휑하니 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잘 꾸민 집이었기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이상하게, 괴괴하게 느껴졌습니다.
“원, 이렇게 좋은 집을 귀신 나온다고 비워두다니, 딱한 사람들 같으니.”
루스티히답게 한마디를 던지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주막집 주인이 한보따리 싸준 좋은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요술배낭을 베개 삼아 베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한 식경이나 잤을까 싶은데 누군가 고성방가를 하는 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루스티히가 눈을 떠 보니 정말 잡귀처럼 보이는 것들이- 한 아홉 마리쯤?- 자기를 에워싸고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고 춤 같지도 않은 춤을 추면서 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루스티히가 고함을 버럭 질렀습니다.
“조용히 해라! 잠 좀 자자, 잠 좀!”
“어럽쇼?”
“뭐래?”
귀신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던지 잠시 자기들끼리 모여서 스크럼을 짜고 쑥덕쑥덕 ‘작전회의’를 하는 듯 하더니, 곧 다시 이전처럼 빙 둘러서서 마치 카스터 장군과 제7기병대를 포위한 인디언들처럼 루스티히를 에워싸고 점점 좁혀오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를 잠이 덜 깼거나 좀 실성한 놈쯤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열 받은 루스티히가 손에 잡히는 대로 바닥에서 부러진 의자다리를 무기삼아 집어들고 간만에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기세 좋게 한두 놈 두드려팰 때는 좋았지만 숫자가 9:1이다보니 이게 아무래도 중과부적입니다. 앞에 두어 놈 쥐어패다 보면 다른 놈들이 뒤에서 똥침을 날리고 겨드랑이에 간지럼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서 종국에는 되레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희롱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루스티히도 이젠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후회하게 해주지.”
물론 루스티히에게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요술배낭’이 있습니다. 주문 한번 쓱 외우니까 그냥 싱겁게 끝입니다. 안에 들어간 잡귀들이 빠져나와 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게 이래봬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 베드로가 준 배낭입니다, 동네 잡귀들 따위가 이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루스티히는 배낭을 구석에 던져놓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루스티히가 열쇠를 돌려주러 여관을 가니 또 귀신이 나타났느니, 누가 귀신이냐느니 잠시 소동이 일었습니다만, 곧 진정이 되었고 성 주인이 못 쓰게 된 집을 돌려줘서 고맙다고 후사를 해서 루스티히는 또 두둑하게 한몫을 거머쥐고 그곳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가다 보니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아차, 이놈들이 아직 배낭에 들었지?’
루스티히가 이놈들을 어떻게 혼내주나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길가에 대장간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루스티히는 옳다 싶어서 얼른 그 대장간에 들어가서 요술배낭을 내밀고 이 배낭에 잡귀들이 들어있으니 좀 패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미친 놈 보았나, 저리 안 가!’ 이런 식의 답변이 돌아왔겠지만 이미 어떤 전역군인 용사가 귀신 붙은 성에 들어가서 악귀들을 다 때려잡아 왔다더라하는 소문이 인근 마을들에 쫙 퍼진 다음이었기 때문에 대장장이들도 아, 이 어른이 바로 그 어른인가보다, 하고 알아서 모시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있는 대로, 있는 힘껏 패주시오.”
“배낭이 괜찮을까요?”
“저게 저래 봬도 요술배낭이야, 끄떡없을 거요.”
오 그런가보다, 마법의 배낭으로 귀신들을 때려잡으셨구나, 또 이러쿵저러쿵, 쑥덕쑥덕...
곧, 배낭을 모루 위에 잡아매고 대장간 경력만 30년이라는 주인 대장장이가 직접, 그리고 밑에 있는 도제들 중에서 가장 힘이 좋다는, 얼른 보기에도 팔뚝 굵기가 요즘 웬만한 걸그룹 허벅지 두세 개는 합쳐놓은 것 같은 젊은 친구가 각자 쇠망치를 들고 나섭니다.
“퍽!”
“퍽!”
“퍽! 퍼벅!”
곧 두 사람의 마치질이 박자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하자 얼마 되지 않아 배낭 속에서 비명이 낭자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장장이 두 사람도 처음엔 긴가민가 하면서 마치질을 시작했지만 요귀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까 옳다, 이건 틀림없구나 하고 정의감도 발동하고 신이 나서 피치를 올립니다.
“요, 못된 귀신놈들, 그동안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혔느냐? 어디 혼나 봐라! 퍼억!!!”
한데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낭자하던 비명소리가 딱 멈추고 몇 번을 더 패도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겁니다.
“이놈들이 죽은 걸까요?”
대장장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망치질을 넘추고 묻는 말이었는데 루스티히는 짐작 가는 바가 있어- 무슨 ‘퇴마사’ 같은 사람들이나 불러왔다면 또 모를까, 귀신이 사람한테 맞아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질 않습니까?- 더 세게, 더 빨리 패라고 나지막히 일러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퍼버벅! 소리가 몇 번 더 울려퍼지자 다시 더 큰 비명이, 정말로 처녀가 처녀귀신보고 지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요망한 것들이 잔머리까지 써? 어디 견뎌봐라!”
이거야말로 무슨 멍석말이도 아니고 완전히 ‘배낭말이’입니다.
‘이만하면 혼들이 좀 났겠지?’
루스티히는 눈짓으로 그만 멈추라고 대장장이에게 신호를 보냈고 배낭을 열자마자 귀신들은 어마 뜨거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튀어나와서 비명을 지르면서 총알처럼 달려서 지옥으로 돌아갔습니다.
- 4 -
그 후로도 오랫동안 루스티히는 요술배낭을 메고 온 세상을 떠돌면서 온갖 모험을 겪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도 이젠 한 곳에 영원히 정착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루스티히는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 한 현자가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현자를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나도 이젠 영혼의 안식처가 필요해서 천국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길을 좀 알려주우.”
한데 이 ‘현자’는 ‘이쪽’ 아니면 ‘저쪽’ 한마디면 될 것을 꼭 멋있는 척 길게 늘려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넓고 편하고, 천당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하니라.”
그 말을 듣고 루스티히는 바로 돌아 나와서 넓고 편한 길을 잡아들었습니다.
“흥, 넓고 편한 길을 두고 좁고 험한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뭐가 있으랴?”
아닌 게 아니라 가뜩이나 일평생 방랑으로 이젠 무릎에 연골도 닳을 대로 닳고, 시리고 저리기까지 한 루스티힙니다- 루스티히에게는 좁고 험한 길이 곧 생지옥이란 말입니다.
“대저 ‘현자’니, ‘성인’이니 하는 작자들이 십중팔구는 개똥철학으로 순진한 사람들 속여먹고 혹세무민하는 부류들이지. 시굴에서 가만히 한자리 잡고 땅만 판 농투사니들도 70년이면 니들만큼은 깨달음이 온단 말이다.”
하물며 일평생 온 천지를 방랑하면서 안 가본 데가 없는 루스티히는 대저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지 게서 게라는 게 경험에서 얻은 지론이었습니다.
“천당도 천사들만 모여서 산다면 또 모르겠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데면 지옥이랑 달라봤자 얼마나 다를라구?”
이렇게 루스티히는 지옥으로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한데 마침 그날 지옥의 문지기 당번은 옛날 루스티히의 요술배낭 속에 들어가서 봉변을 당했던 아홉 귀신 중의 하나였습니다. 요귀는 루스티히를 알아보자마자 처음엔 옳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네 놈이 드디어 우리 ‘구역’ 안으로 들어왔구나, 아주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게 괴롭혀서 그날의 복수를 해주마 했는데, 좀더 가까이서 다시 보니 루스티히의 등에 좀 많이 낡긴 했지만 예의 그 요술배낭이 여전히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엇 뜨거라 하고 냉큼 지옥문을 닫아겁니다. 루스티히 입장에선 이제 다 왔다 싶으니까 문을 닫아거니 황당한 일입니다.
“야, 문을 왜 닫어?”
“여기 만원이야, 자리 없어!”
“벨 소리를 다 듣겠네, 지옥에 왜 자리가 없어?”
“지금 여기 사이비 목사하고 신부들만 해도 벌써 사단 두 개 병력은 된다. 너 같은 놈은 낄 자리가 없단 말이다!”
사실 요괴도 지금 큰소리는 치고 있지만 혹시나 루스티히가 주문을 외워서 본인은 물론이고 지옥을 통째로 요술배낭 안으로 빨아들이면 지옥이 문 닫고 통째로 망할 판은 아닌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전생에 무슨 웬수가 졌길래 왜 하필이면 하구 많은 날 중에 똑 내가 문지기 당번일 때 저놈이 또 나타났나, 하고 똥줄이 바짝바짝 타고 바짓가랑이에 오줌을 지릴 지경입니다.
“야, 문 열어! 당장 문 안 열어!”
루스티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지팡이로 문이 부서져라고 두들겼지만 이래봬도 지옥의 철문인데 항우장사가 온들 지팡이 따위로 쳐서 부서질 리가 없습니다.
“지옥도 이젠 배가 불러서, 무슨 저승사자가 나서서 강제로 잡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제 발로 찾아온 놈도 내치다니, 이게 진정한 말세가 아니면 뭐가 말세란 말이냐?!”
하는 수 없이 돌아서서 온 길 되짚어 가는 루스티히는 골이 나서 볼이 잔뜩 부어 가지고 새대가리부터 시작해서 개, 소, 말, 양, 온갖 동물 이름 들어가는 욕부터 여기 글로 차마 옮기기 힘든 음란한 상소리까지 온갖 쌍욕을 있는 대로 퍼부으면서, 마치 평생에 배우고 들은 욕은 마지막으로 한번 다 토해놓겠다는 듯이 길을 갑니다. 하긴 가뜩이나 무릎은 저리고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도 평탄한 대로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왕복으로 곱절 헛걸음을 하고 다시 천국으로 가는 좁고 험한 가시밭길을 가게 되었으니 욕이 안 나오게 생겼습니까?
한데 천국의 문 앞에도 아는 얼굴이 있었으니 웬일인지 지체높은 성 베드로가 직접 문지기 당번을 서고 있었습니다. 옛 형제도 있겠다, 이번엔 여기서는 일이 잘 풀리겠다 싶어서 반색을 하고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구 형님 오랜만이오, 이게 얼마만이오? 그동안 별일 없었소?”
그러면서 은근 슬쩍 천국의 문 안에 한발 들여놓으려고 하는데 성 베드로가 매정하게 딱 막아섭니다.
“형님, 우리 서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이러지 맙시다.”
“버르장머리 없는 말뽄새는 여전하구나.”
“나도 좀 들어가서, 일단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우리.”
이미 한번 문전박대를 당한 루스티히는 어떻게든 여기선 발부터 밀어 넣고 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안 통합니다.
“안 된다, 루스티히야. 넌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옛날에 내가 뭐라든? 나중에 네 영혼의 안식을 찾고자 할 때가 오면 후회할 거라고 하지 않았니? 천국의 문에 들어올 기회를 몇 번이나 주었건만...”
“아니 형님, 내 말 좀 들어보우. 내가 지금 지옥에 갔다가 거기서도 쫓겨온 판인데 그럼 나 보고 어디로 가란 말이오?”
“네 영혼은 안식처 없이 영원히 이승과 저승 사이를, 천국과 지옥 사이를 떠돌게 될 것이다. 그게 너에 대한 심판이다.”
루스티히는 장탄식을 했습니다. 무슨 놈의 팔자가 이놈의 역마살은 죽어서도 그치질 않는단 말입니까? 하긴 다 팔자소관이려니...
루스티히는 돌아서려다가 문득 생각이나 난 것처럼 등에 메고 있던 요술배낭을 벗어서 성 베드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옛소 형님, 이거 난 이제 필요도 없고, 형님 물건이니 가져가시오.”
“아차차, 참, 내가 그거 돌려받으려고 오늘 여기 나와 있었는데 깜빡 할 뻔 했구나.”
“형님도 이제 치매 초긴가 보우?”
사실 이날 베드로는 겉모습은 옛날 루스티히와 같이 다니던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이젠 쭈글쭈글 늙은 루스티히한테 ‘형님’ 소리와 함께 이런 말을 들으니 면박을 주는 것도 우스워 보일 것 같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보내자고 대충 대거리를 해주고 맙니다.
“응, 그런가부다?”
성 베드로가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루스티히의 뒷모습을 보고 요술배낭을 벗어서 천국의 문 옆의 큰 나무 가지에 무심히 걸어놓고 자리에 앉았는데 순간 느낌이 이상한 것이, 아차 싶습니다. 루스티히가 주문을 외워서 요술배낭 안으로 쏙 들어간 겁니다- 요술배낭을 돌려받자마자 루스티히가 쓸 수 있게 걸어준 주문부터 풀었어야 했는데 그만 깜빡해버렸습니다.
“야, 너 당장 이리 안 나와?”
루스티히가 나올 리 없습니다. 마치 안에 없는 것처럼 대답도 안 하고 안에서 배낭 주둥이를 꼭 묶어서 잡아쥐고 꼼짝도 안 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성 베드로가 마치 축구공처럼 배낭 째 발로 걷어차서 성 밖으로 날리려는 자세를 취하다가 돌연 멈춰섰는데, 바로 그 순간 성 베드로의 귀에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드로야, 너보고 그놈의 성질 좀 죽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더냐?”
“예, 예, 주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배낭 안에 든 그 녀석은 한번 봐줘라- 연유야 어찌 됐건 일단 천국의 문 안에 한발짝이라도 들여놓은 사람은 밖으로 내쫓지 않는 것이 천국의 법도니라.”
“예? 하지만 천국 안에서도 죄를 지으면 쫓겨났던 전례도 있는데-”
“어흠, 어흠, 근데 베드로야, 저 그, 사람들은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한다지 아마? 에헴...”
그렇습니다. 하물며 지상에서도 ‘크리스마스 특사’라는 게 있는 겁니다. 신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베드로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는 수 없다.”
그러자 이미 배낭 안에서 상황 파악이 끝난 루스티히가 배낭 안에서 목을 쏙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형님, 메리 크리스마스요!”
이렇게 해서 우리의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는 마침내 천국에서 오랜 방랑을 멈추고 영원한 영혼의 안식처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