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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 님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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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소품- III. 충신 요하네스 & Coda : Rasch und mit Feuer. 선왕의 장례식이 끝나고 애도의 기간이 끝나자 유언집행인 격이었던 요하네스는 왕자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우선 궁 안에서부터- 왕자조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던- 왕의 금고며 보물이 들어있는 방들을 하나씩 열쇠로 열고 목록이 적힌 문서와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곧 요하네스가 유독 방 하나만 보여주지 않고 계속 지나쳐 간다는 걸 눈치 채게 되었습니다. “저 방엔 별로 보실 만한 것이 없습니다.” 요하네스가 대충 얼버무리는 대답이었는데 엄마 닮아서 똘똘하고 고집 센 왕자, 아니, 이젠 젊은 왕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뭔진 몰라도 나는 지금 꼭 보아야겠어요. 이젠 내가 이 나라의 왕이 아닌가요, 요하네스 경?” 왕이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25.
환상소품- II. 수수께끼 : Lebhaft, leicht. - 1 - 해질 무렵, 숲속에서 두 청년이 길을 잃은 듯 헤매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명은 바로 우리의 콘라드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콘라드는 어느 새 훤칠한 장정이 되어 있었고, 옆에 있는 역시 훤칠하게 잘 생긴 젊은이는 미복 차림이었지만 지금 콘라드가 모시고 있는 왕자님이었습니다. 원래 모든 왕자님들은 궐 밖 세상이 궁금한 법인지라, 왕자님은 콘라드만 데리고 단둘이서 잠행을 나선 길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아직 대로로 통하는 길을 못 찾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앞에 장옷을 입은 처녀가 걷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하네스, 여자다.” “음, 뒷모습은 그렇게 보이네요.” “관심 없는 척이냐?” “일단 가서 길이나 물어보죠.” 막상 따라잡고 보니 호오, 이런 시골에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18.
환상소품- I. 거위치는 소녀 : Zart und mit Ausdruck. - 1 - 땅의 남쪽 끝으로 가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왕이 다스리는 마법사들의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여왕에겐 외동딸이 있었는데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우연치 않은 기회에 평범한 인간 왕국의 왕자와 정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더 각별하고 애틋하게 딸을 키웠는데 시집을 보내야 하는 약속한 날짜가 결국 오고야 말았지요. 여왕은 혼수 격으로 금은으로 된 그릇이며 보석 장신구 따위들을 한 짐 챙기고 공주가 탈 ‘말하는 말’ 팔라다와 가는 길에 시중을 들 시녀가 탈 튼튼한 노새를 한필 준비했고, 마지막으로는 칼로 자기 엄지손가락을 살짝 베어서 깨끗한 흰 손수건에 피를 세 방울 떨어뜨린 다음 잘 접어서 딸에게 건넸습니다. “시댁에 도착할 때까지 꼭 품에 넣..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12.
환상소품- Intro: 노래하는 뼈피리 ( - 오늘부터 대략 1주에 한번씩 3번에 나눠서 올릴 예정입니다. - 올해도 역시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옛날, 먼 옛날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목동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밑에서 눈처럼 하얀 뼈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목동이 다리 아래로 내려가 뼈를 손으로 만져보니 은은히 울리는, 흐느끼는 듯한 진동이 옵니다- 착각인가 싶어 손을 뗐다가 다시 대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 목동이 뼈를 집어 관자놀이에 대보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선율이 귓속에 울려 퍼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죽인다!” 흥분한 목동은 누가 볼 새라 그 노래하는 뼈를 소중히 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양떼들을 ..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2. 12.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II. Allegro - 3 - 빠바밤-빠바밤, 빠바밤-빠바밤,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기백이 넘치는 호른 소리가 낭랑하게 온 숲에 울려퍼졌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곧 이어서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며 사냥꾼들이 개를 부리는 특유의 외침소리, 몰이꾼들이 짐승들을 모는 소리들이 그렇게나 조용하던 숲을 하나 가득 채웁니다. 사슴 오빠는 그 소리를 듣고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자기도 그 틈에 끼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겁니다. 누이와 단둘이 지내다가 간만에 떠들썩한 사람 소리를 듣는 것만 해도 신나는 일이었는데다 무엇보다 드디어 사람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누이는 처음엔 오빠가 다칠까 보아 못 나가게 말렸지만 사슴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좁은 오두막은 갑갑해서 죽겠다는 둥, 맹수들이 무서워서 낮에도 ..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2. 25.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I. Adagio (- 올해는 연결된 이야기 하나를 일주일에 하나씩 두 번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 이번에도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1 - 옛날 옛적에 어려서 엄마를 잃고 계모를 맞이한 불쌍한 오누이가 있었습니다. 계모가 착하기만 하다면야- 아니, 착하기까지 하진 않더라도 그냥 정상적인 사람만 같으면 그래도 같이 살 수는 있었겠습니다만 이 성질 고약한 계모는 오누이가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손찌검을 했고 근처에만 와도- 옆에 가기 싫어도 한집에 살다 보면 당연히 서로 스칠 일이 있질 않겠습니까?- 발길질을 해댔습니다. 더 심한 건 먹는 거였는데 오누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늘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와 물 뿐이었고, 맛있는 게 생기면 하다 못해 키우는 개한테도 한입 차례가 돌아오는 법인데 .. 공감수 0 댓글수 0 2016. 12. 17.
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V.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V. 역전의 용사 루스티히: Stark und markiert - 1 - 옛날 오랜 기간에 걸친 큰 전쟁이 끝난 후에 나라에서 돈이 없어 수많은 군인들에게 달랑 배급빵 한 덩어리와 크로이처(동전 이름) 네 닢를 주고 제대를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루스티히도 자기 몫을 받아서 길을 나섰는데 길옆에 마침 성 베드로(Saint Peter)가 거지로 변장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적선을 하시오! 한푼 줍쇼! 적선 한 푼 하고 복 받아 가시오!” 루스티히가 혀를 끌끌 차더니 주머니를 털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나도 줄 것이 없다. 뭐 구걸을 해도 나올 게..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12. 25.
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IV. 노래하는, 날아오르는 종달새 (- 총 5번에 나눠서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IV. 노래하는, 날아오르는 종달새; Langsam - 1 - 옛날 옛적에 딸 셋을 둔 부유한 가장이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에 딸들에게 선물을 뭘 사다줄까 물었는데 큰딸은 진주를, 둘째딸은 ‘다이아’를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아빠가 가장 예뻐하는 셋째딸, 우리 막내는? “아빠, 난 노래하면서 날아다니는 종달새를 갖고 싶어요.” “오냐, 파는 데가 없으면 이 아빠가 직접 잡아서라도 구해다 주마!” 여행에서 볼일을 마친 아버지는 진주나 다이아는 비교적 쉽게.. 공감수 2 댓글수 0 2015. 12. 19.
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III. 개똥지빠귀수염 왕 (- 총 5번에 나눠서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III. 개똥지빠귀수염 왕; Lebhaft(Nicht zu rasch) - 1 - 경쾌한 춤곡이 울려 퍼지는 여기는 성대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궁궐 대연회장입니다. 궁궐의 무도회야 철따라 열리는 행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날이면 날마다, 달이면 달마다 열리는 무도회가 아니었는데 바로 예쁘기로 소문난 이 나라의 공주님에게 신랑감들을 단체로 선보이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이 공주님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글쎄요, 그게... 음, 정확히는 예쁜 거 빼고는 별 내세울 게 없..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12. 12.
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II. 황금산의 왕 (- 총 5번에 나눠서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II. 황금산의 왕; Nicht schnell, mit viel Ton zu spielen - 1 - 옛날 옛적에 한 부유한 상인이 있었는데 자기 전 재산을 무역선에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곧, 이곳의 물건을 사서 큰 배 두 척에 싣고 머나먼 이국 땅에 가서 팔고 그 돈으로 빈 배에 다시 그 곳의 물건을 가득 실어서 돌아오면 신기한 이국의 물건들을 최소 열배는 남기고 팔 수 있다는 그런 장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문이 큰 장사란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두 척의 배가 물건을 .. 공감수 0 댓글수 1 2015. 12. 5.
동화풍의 다섯 개의 소품- I. 운수좋은 한스 (- 오늘부터 5번에 나눠서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 5편 모두 저본은 그림(Grimm)동화집에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동화풍'이라고 했지 '아동용'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 아이들은 '독서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I. 운수좋은 한스; ‘Vanitas vanitatum’. Mit Humor ＊ 프롤로그(Prologue)＊ 옛날 옛적에 한스라는 착하고 성실하고, 또 우직한 청년이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소작을 부쳐먹을 땅도 없는 형편이라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었는데, 순진하고 고지식한 한스는 소처럼 일만 하고 품삯은 못된 주인들한테 떼어먹히기가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마침 또 큰 전쟁이 일어나서 한스는 징집을 당하게 .. 공감수 1 댓글수 0 201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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