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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테스코 파이니스트 와인 전품목 30% 세일 & 추천와인 3선

이현욱 2013. 7. 12. 00:02

Tesco Finest?

 

: 레이블(label) 이름은 좀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마트의 자체브랜드 와인이다. 대부분 무난하고 안 좋게 말하면 뭔가 2% 부족한 느낌. ‘맛’만 가지고 추천하려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제아무리 대량구매라지만 가격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과실맛도 좀 나고 여운도 좀 있고... 등등 해서 종합적으로 균형잡힌 와인을 만들려고 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뭔가 확실하게 한쪽으로 개성이 있는 게 더 나을 것도 같은데 이런 게 영국사람들 스타일, 혹은 취향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싼 와인도 비싸게 팔고, 비싼 와인은 더 비싸게 파는 한국에서 주머니 얇은 사람들이 와인 공부하기 가장 좋은 곳 중에 하나가 이 홈플러스 와인코너, 특히 이 파이니스트 와인들이기도 하다. 다양한 산지의 다양한 품종들을 비교적 해당 스타일에 충실하게 소개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파이니스트 샤블리(Chablis)를 마셔보면 샤블리의 더 진지한(그리고 대개 더 고가인) 와인들은 어떤 맛이겠다는 걸 추측을 할 수 있다. 경제적인 예산으로 자기 취향(taste), 입맛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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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맛으로만 추천하려면 고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래 셋은 싸기만 한 것은 아니고 모두 추천할 만한, ‘맛있는’ 와인들이다.(아래 가격은 모두 정가고, 지금 여기서 30% 할인이 들어가 있다.)

 

1.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빌라쥬: Cellier des Dauphins, Plan de Dieu 2011, Côtes du Rhônes Villages, 1만7천원

한마디로 생기있는 와인.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때 ‘impact’도 있고, 그르나슈 품종 특유의 달콤한 뒷맛도 있다. 병에는 ‘Red grape blend’라고만 써있는데  테스코 홈페이지에 간단한 리뷰를 인용해놓은 걸 보면 통상적인 ‘GSM(Grenache/Syrah/Mourvèdre)’ 블렌드로 보인다. 이 파이니스트의 론 지방 와인들 중에선 최저가지만 최고가인 Cave de Tain의 ‘에르미따쥬(Hermitage)’말고는 이것보다 확실히 나은 건 없다. 즉, Chateauneuf-du-Pape나 Gigondas를 2병 살 바엔, 차라리 에르미따쥬 한병하고 이걸 한병 사는 게 낫다는 것. 한박스 사서 부담없이 데일리로 마셔도 좋다. 계속 이렇게 품질이 좋을 수 있는 건지, 운인지는 내년에 2012 빈티지를 한번 더 봐야 알 것 같다.

 

2. 파이니스트 쿨라펠리 까베르네-까르메네르: Vina Ventisquero, Külapëlli cabernet-carmenère 2012, 1만7천원

위의 것보다 더 ‘spicy’한 와인.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좀 거친 것이 흠일 수 있는데, 다만 2012 빈티지고, 어느 정도 골격이 있기 때문에 ‘장기’숙성은 안되더라도 3,4년 정도는 놔두면 좀더 부드러워질 수는 있다. 까르메네르가 섞인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괜찮다면 칠레산 데일리로는 몬테스알파 까베르네소비뇽보다 낫다. 몬테스알파가 무슨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한국의 가격 때문. 이젠 마트에서 할인이 들어가도 2만원대 후반 아래로는 못 사는데 영국 테스코 홈페이지에서 이 와인은 8.99파운드, 몬테스알파 카베르네소비뇽이 11.39파운드다. 이 정도, 20~30% 정도의 가격차라면 모르지만, 2배 이상 차이라면 몬테스알파를 경쟁력 없게 만드는 수준의 맛은 최소한 보증할 수 있다.

 

3. 파이니스트 소몬타노: Bodega Pirineos, Somontano 2011, 1만4천원

소몬타노 지역 고유의 모리스텔(Moristel) 품종과 시라/그르나슈 혼합. 모리스텔이 독특한 상큼한 맛을 내서 론이나 국경에 인접한 다른 스페인 지방 와인과는 전연 다른 세계, 개성이 있다. 그냥 가볍게, 깔끔하게 끝나서 여운이 너무 없는 게 흠. 다만 이 가격에 모든 걸 다 갖출 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만한 개성이 있으면서 뒷맛이 고약하지 않은 것만 해도 나쁘지 않다. 지방의 고유품종을 잘 살려서 만든 정직한 와인.

 

그 외 샴페인이라든지 위에 언급한 에르미따쥬(Hermitage) 같은 것들이 괜찮은데 가격이 에러. 테스코 가격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보르도/부르고뉴/론/샴페인/뉴질랜드 피노누아 같은 것들은 홈플러스에서 ‘한국식’ 와인가격을 반영해서 애초에 2배쯤  붙여놓았기 때문에 30% 세일해도 ‘공정가격’은 아니고, 한 50% 할 때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개별품목 가격 및 정보는 아래 테스코 와인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www.tesco.com/wine(“All wines” 탭에서 우하단 ‘finest’를 클릭하면 102종이 나온다. 가격은 요즘은 파운드가 좀 약세지만 변동성을 감안해서 1파운드=2천원으로 계산하는 게 알기 쉽다.)

 

 

 

~7월 17일(수)까지. 점포별로 취급하는 파이니스트 와인 종류 숫자도 차이가 있고 재고도 불규칙한 편이라서 와인쇼핑이 주목적이라면 방문하기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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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가격정책에 관해서 얘기를 더 하자면, 지난 2월에서 3월에 걸쳐서 한달 동안 이 파이니스트 와인 전품목 50% 세일을 할 때 아까 그 '에르미따주'가 8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 9만1천원이 됐다. 세일 안 하면 안 살 테니까 30~50% 세일에 대비해서 값을 올리고, 사람들은 더 비싸졌으니가 세일 기다려서 더 안 사고... 악순환이 아닌가? 그냥 처음부터 정직하게 4만~4만5천원 붙여놓고 연중 고른 물량을 파는 게 낫지 않은가? 에르미따주는 원래 생산량도 적어서 한국에서 4만원에 이 정도 품질로 달리 구할 데가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팔리는 건 틀림없을 것 같다.

 

국내 와인시장 규모가 고가 와인으로 폭리를 취해서 소수 수입상이 배부르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 '와인 대중화'는 뭔가 벽에 부닥친 느낌이다. 불경기라 사람들이 싼 와인을 사가는 것, 그래서 마시는 '병수'가 늘어나는 것을 '대중화'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싸고 괜찮은 와인을 많이 소개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와인 취향'을 갖게 되는 게 진짜 '대중화'가 아닐까?


 

국민소득은 2만불을 훌쩍 넘었는데 국산 맥주는 폭탄주나 소맥제조외엔 별 쓸데가 없고, 소주는 맛보다는 취하고 싶어서 먹다 보면 그 맛에 인이 박이게 되는 술이니까 시장의 잠재력은 틀림없이 있다. 사실 위에 여기가 와인공부하기 좋은 곳이라고 썼지만, 한국은 와인수입상들도 숍들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조금만 희소성이 있는 산지, 품종이기만 해도 더 진지한 와인을 구할 데가 없어서 재미가 연장이 안된다. 특정지역이나 스타일에 특화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와인숍이 필요한데, 이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알고 마시게 되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생기고, 저변이 넓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마트에서부터 스페셜리스트 와인숍까지  '와인생태계’가 갖춰져야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당장 눈 앞에 이익에만 급급한 국내 와인수입사들에게 기대하긴 힘들고, 반면 홈플러스는 테스코에서 들여오는 와인만으로 와인코너를 꾸려갈 수 있으니까 달리 눈치보거나 신경쓸 것도 없다. '외세'를 등에 업은 홈플러스라도 왜곡이 없는 정직한 가격에 앞장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