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비교감상

베토벤 교향곡 3번 E-flat Major, Op. 55 "Eroica(영웅)"(2/2)

이현욱 2015. 1. 30. 21:32

II. 녹음들

(i) S

1. Arturo Toscanini/NBC Symphony Orchestra- 1953

1악장은 전기했던 'fast & furious' 진영이지만 빨라도 노래를 놓치지 않는다- 즉, 강력한 힘과 서정성을 같이 갖고 있다는 것이 토스카니니를 차별화시키는 최대 장점 중 하나(아주 다른 종류의 힘과 서정성이지만, 즉, '힘'과 '서정성'의 내용 혹은 종류는 다르지만 이것은 푸르트벵글러에게도 같이 적용할 수 있는 설명이다). 2악장 장송행진곡은 중도적인 스타일로 가장 잘된 연주. 제시부/중간부는- 아래 1939년 version에 비하면 특히 더- 절제되어서 들어온다. 발전부에서 처음엔 살짝 가속을 하다가 감정이 완전히 고조된 순간 감속을 해서 절정을 만들어내는 교묘한 템포 조절이 있고 이렇게 클라이맥스가 잘 만들어진 이후는 전환부/종결부까지 계속 음악의 흐름이 좋다. 3악장 스케르초의 현의 고무공같은 탄력은 최고, 따라하기 힘들다. 베토벤은 서양 고전음악에서 기악의 리듬을 혁신한 사람이기도 한데 토스카니니는 아마도 가장 리듬감각이 뛰어난 지휘자- 낡은 모노 녹음은 아무리 리마스터링(remastering)을 해도 소리가 많이 찌끄러져 있지만 리듬은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모범을 보여준다. 지휘자가 우리 나이로 87세에 만들어낸 득의작.

2. Arturo Toscanini/NBC Symphony Orchestra- 1939

이쪽은 아직 보다 젊은 시절의- '젊을 때'라봐야 73세지만- 토스카니니. 취향에 따라서는 위 1953년 녹음보다 이쪽을 선호할 수도 있는데 드러나게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더 많고 또 NBC 교향악단은 초창기가 기술적으로는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2악장인데 1악장 대비 충분히 느린 템포로, 감상적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토스카니니 특유의-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은 의미에서 비평가들이 'Italian lyricism'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서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연주. 사실 이미 1악장 첫머리부터 1953은 달라진 2악장과 궤를 같이해서 보다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노래로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1/2악장은 절제되고 담백하게 다듬고 반대로 1939에서 강력하게 몰아치던 3/4악장은 보다 여유있고 노래가 더 나온다. 1953이 전체적인 밸런스와 품격이 좋아진 버전이지만 이것도 충분히 훌륭하다.

3. Wilhelm Furtwängl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44(“Urania”)

1악장은 푸르트벵글러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있는 두드러진 템포 변화를 잘 들어볼 수 있는 예의 하나. 왜 이렇게 바꾸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베토벤이 갖고 있는 '힘과 시(power and poetry)'를 다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극적인 효과를 살리는 가속과 느려진 부분의 노래가 다 좋다. 2악장 장송행진곡은 절대 서두는 법이 없고 발전부 클라이맥스도 두드러지게 대조를 시키기보다는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 종결부는 마치 영웅이 천천히 숨을 거두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처럼 음악은 느려지지만 감정적으로는 점점 엄숙해지는데 우리의 취향으로는 부분부분은 다 좋지만 뒤쪽을 이렇게 긴 호흡으로 끌고 가려면 그 앞에 좀더 강렬한 클라이맥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3악장은 '베토벤의 스케르초가 이렇게 시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주. 4악장은 두번째 부분 푸가토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3번째 도막 'Poco andante'에서는 템포를 충분히 늦춰서 강조해서 노래한다- 앞서 작품개요에서 이 스타일은 우리의 취향이 아니라고 했지만 노래가 굉장히 아름다워서 별로 문제가 되는 것 같지가 않다.

4. Wilhelm Furtwängl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52(EMI studio)

푸르트벵글러도 이미 6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베토벤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듯한 50대와는 다르다. 1악장에 템포변화는 있지만 극적인 가속은 줄였고 강조를 위한 감속이 더 많다. 그래서 확실히 '유장하고 시적인' 스타일로 바뀌었고 아마도 이 스타일로 가장 잘된 연주- 가장 시적인 베토벤을 찾는다면 단연 푸르트벵글러다. 2악장은 큰 개념은 유사하지만 위 1944년 녹음보다 전체적으로 더 간결한 느낌으로 처리하고 4악장도 극단적인 템포 변화는 줄어들어서 'Poco andante' 이후를 보다 빠르고 간결하게 처리한 버전인데 노래는 그대로 좋다. 1944와 비교하면 1악장은 덜 재미있게 들리지만 사실 이하 2~4악장의 해석의 기조를 감안하면 1944의 1악장은 좀 튀기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는 1952가 좋아서 일장일단이 있다. 만들어내는 소리는 전혀 다르지만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보다 담백한 음악을 추구하는 것은 토스카니니와 공통적인 방향이고, 우리가 이 녹음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대가의 음악이다. 

5. Carl Schuricht/Paris Conservatory Orchestra- 1959

슈리히트는 특별한 음악가-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것처럼 지휘봉을 들기만 하면 그냥 노래가 흘러 나오는 것 같이 들린다(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음악의 특성이 가장 빛나는 것은 2악장인데 전혀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감정이 풍부한, 슬픈 음악을 들려준다-  이만큼 연주할 수는 있어도 이보다 잘 연주할 수 없는, 그런 장송행진곡. 지휘자에 따라서는 꽤 거친 음악을 들려주는 이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노래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1악장은 'fast & furious' 진영이고 3/4악장 역시 1악장에서 잡은 개념과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 템포와 관계없이 언제나 노래가 나오는 지휘자고 4악장 서주 부분에 약간 고색창연함이 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뭐라고 반대할 게 잘 없는 연주.

6. Otto Klemperer/Philharmonia Orchestra- 1959

1악장은 '유장하고 강력한' 스타일로 가장 잘된 연주. 속도나 음량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느리지만 촘촘하게 소리를 빼먹지 않고 다 쌓아올려서, 그것들이 누적되어서 나오는 강력한 힘이기 때문에 한번 소리에 빠져들면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벅스 버니나 톰과 제리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상대방이 땅바닥에 완전히 파묻힐 때까지 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을 준다. 2악장 장송행진곡은 힘있지만 절제되고 간결한 스타일의 표본(여기서 '간결함'의 기준은 앞선 1악장에 대비해서다). 3악장은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서 서둘지 않고 트리오를 부드럽게 확실히 대조를 주는 스타일이고 4악장은 상기 ‘침착/치밀함’이 다시 한번 한마디 하는데, 특히 두번째 도막 푸가토의 구조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주면서 동시에 강력하다. 적어도 바깥악장들에 있어서는 베토벤 해석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연주.

 

(ii) A

7. Carl Schuricht/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964 live

슈리히트가 50년대 말에 파리음악원 관현악단과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대부분 경쾌한 템포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라이브 녹음의 1악장은 느긋하게 노래하는 '유장하고 시적인' 스타일. 2악장도 궤를 같이 해서 진행하다가 발전부에서 격렬한 가속이 있다- 라이브에서는 효과가 좋았을 것인데 녹음으로 들으면 템포가 오가면서 약간 정돈이 안된 느낌. 해서 완성도는 위 녹음보다 조금 못할 수 있지만 훌륭한 음악가들은 같은 곡이라도 늘 새롭게 연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음반.

8. Otto Klemperer/Vienna Symphony Orchestra- 1963 live

전체적으로 큰 개념은 위 1959년 녹음과 거의 같다. 차이라면 오케스트라- 빈심포니는 빈필만큼 기술적으로 우수하지는 않지만 베토벤이라는 레퍼토리에 관한 한 '빈 기질'은 틀림없이 갖고 있어서 필하모니아하고는 색깔이 다르다. 특히 3악장은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연주된 것 같은 느낌. 클렘페러가 조금 차갑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들어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는 녹음.

9. Herman Scherchen/Vienna State Opera Orchestra- 1953

음악에 생기가 불어넣어져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위에도 적었지만 베토벤을 잘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뛰어난 리듬감각인데 바로 셰르헨의 강점이기도 하다. 단점이라면 2악장 발전부의 가속이 아주 효과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4악장 'Poco andante'에서 느리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1악장부터 좀 폭넓게 여유를 만들어두지 않고 마지막에 이렇게 들어오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진다는 문제- 다만 부분적으로 노래는 다 좋기 때문에 단지 '2%'의 단점인 것.

10. Lovro von Matačić/Czech Philharmonic Orchestra- 1959

스타일은 다르지만 음악에 생기가 있고 노래가 되는 또 하나의 녹음. 중도적인 범위 안이지만 셰르헨이 '중도좌파'라면 마타치치는 '중도우파'일 것이다- 보다 유장하고 힘있는 쪽. 2악장도 1악장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서 음악의 맥박을 일정하게 잘 유지하는 미덕이 있는데 다만 다채로운 드라마를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템포를 좀더 당겼으면 보다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단점이라면 4악장, 'Poco andante' 이후는 노래도 되고 음악의 흐름이 좋지만 그 앞 부분들은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 마타치치가 방침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처럼 들린다. 

11. Leopold Stokowski/London Symphony Orchestra- 1974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노래하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고 본다면, 스토코프스키는 언제나 'S급' 지휘자- 한 등급 내려온 이유는 단지 베토벤이 스토코프스키가 장기로 하는 레퍼토리가 아니기 때문. 2악장 장송행진곡은 처음부터 안단테 느낌으로 시작해서 발전부에서 더 가속을 하기 때문에 클라이맥스가 되는 효과가 약하게 들리지만, 템포를 대조시키는 것 외엔 아무런 과잉이 없다- 93세의 지휘자가 이 음악에 대해서 찾아낸 최대한의 정직한 처치. 1악장은 '유장하고 서정적인' 스타일, 발전부 이하로 음악이 펼쳐질수록 흐름이 좋고 2악장을 징검다리로 3/4악장은 보다 경쾌하게 처치하면서 언제나 노래를 살리고 있다. 사실 정말로 '음악적인' 베토벤은 여기까지.

12. George Szell/Cleveland Orchestra- 1957

장점은 적어도 우리의 취향으로는 베토벤에 잘 어울리는 굉장히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그냥 일정한 템포로 연주한다는 기분으로- 정말 똑같은 템포로 끝까지 연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소리와 흐름을 계속 이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셀은 뭔가 노래를 해보겠다고 개입해서 스스로 음악의 흐름을 뚝뚝 끊는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 그래도 2악장은 제시부/중간부는 같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클라이맥스는 탄탄하게 잘 만들었고 이후는 뒤로 갈수록 음악의 흐름이 좋다- 이 정도면 수준급. 셀로서는 생애의 녹음이라고 할 만하다.

13. Erich Kleib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53

전체적으로 (A급에서는) 노래가 약한 것이 가장 큰 단점. 일종의 밸런스 문제인데 제1바이올린만 너무 노래를 시키고 다른 파트들은 마치 '화음'만 넣는 것 같이 들린다(대신 제1바이올린만 놓고 보면 이보다 잘된 연주도 찾기 힘들다- 베를린필도 잘하지만 이렇게 톡 쏘는 맛은 없다.). 하지만 언제나 베토벤에 충실하려고 애쓰는 정직함이 느껴지는 품이 높은 음악. 4개 악장이 다 수준이 고르고 1악장은 '빠르고 경묘한' 스타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iii) B

14. Felix Weingartn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35

연주를 공정하게 평가할 만한 수준의 음질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1악장은 'fast & furious' 진영이고 장송행진곡은 빠르고 간결한 터치로 지나가는 스타일. 전반적으로 빠른 패시지(passage)들은 음악의 기세나 흐름이 괜찮은데 느린 쪽이 색깔이 확실치 않게 들린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15. Hermann Abendroth/Berlin Radio Symphony Orchestra- 1954

2악장은 처음엔 거의 'adagio affetuoso' 느낌이고 계속 직설적으로 감정표현을 하는 낭만적인 버전, 특색이 있다. 전체적으로 아벤트로트는 음악의 기세가 좋은데 다만 템포조절이나 강약 대비가 푸르트벵글러처럼 교묘하게 되지 않고 약간 거친 느낌. 연주는 이날의 방송의 첫 곡이었던지 1악장은 몸이 좀 덜 풀린 듯하고 3/4악장 쪽이 더 낫다.

16. Jascha Horenstein/Southwest German Radio Symphony Orchestra(Baden-Baden)- 1957

상대적인 비교우위는 2/3악장 쪽에 있는 녹음이고 2악장이 아이디어가 있는 연주. 4악장은 클렘페러 스타일의 느리고 치밀한 스타일인데 클렘페러보다 힘과 '해부학'에서 다소 열세로 들린다. 더 좋은 오케스트라와 더 좋은 환경에서 녹음할 자격이 있었던 지휘자.

17. Paul Kletzki/Czech Philharmonic Orchestra- 1964~1968(?)

연주는 'fast & furious' 스타일의 1악장이 가장 잘 되었고 체코필의 저력을 보여주는 솜씨. 2악장도 처음과 끝이 조금 너무 간결하게 처리된 느낌이 있지만 가운데는 발전부 클라이맥스라든지 괜찮은 처리. 다만 3/4악장으로 가면 밸런스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고 음악의 흐름이 잘 살지 않는다.

18. Franz Konwitschny/Leipzig Gewandhaus Orchestra- 1959~1961(?)

오케스트라도 좋지만 콘비츠니도 개성있는 자기만의 소리를 만드는 지휘자다. 1악장은 유장한 흐름이고 2악장은 1악장 대비 빠르고 간결한 스타일인데 절제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천진함, 순박함이라서 감상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4악장은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질주가 균형을 조금 잃은 느낌.

19. André Cluytens/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960

클뤼탕은 세밀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잘 그리는 지휘자고 클뤼탕이 지휘하는 베를린필은 카라얀이나 켐페가 지휘할 때만큼 음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연주하진 않는다. 그러나 2악장 장송행진곡이 그렇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극적인 구조를 살린 잘된 연주고, 전체적으로 정직하게 직선적으로 접근하는 베토벤.

20. Herbert von Karajan/Philharmonia Orchestra- 1953

2악장은 제시부/중간부까지 무난하고 발전부의 절정은 오페라틱하게 잘 만들었는데, 전환부 혼/트럼펫 강타를 강조한 이후부터 과하게 감속을 하면서 '후반전'을 만드는 음악의 흐름이 너무 인위적이어서 찬성하기 힘들다. 4악장이 음악의 흐름이 가장 살아 있고 필하모니아의 반응도 일사불란하고 침착하다.

21. Herbert von Karajan/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984

가장 카라얀적인 베토벤. 베를린필의 연주도 가장 좋은 것이 애증의 30여년을 겪고 나서 이젠 카라얀이 원하는대로 노래가 나오는 것- 1악장에서 이것을 가장 명확하게 느낄 수 있고 노래도 가장 좋다.  2~4악장에서 '카라얀 엑스터시(Ecstasy)'는 확실히 들을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음악에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22. Sergiu Celibidache/Munich Philharmonic Orchestra- 1987

정서적으로 베토벤과 잘 안맞는 것은 카라얀과 마찬가지지만 이 곡의 경우는 첼리비다케 쪽이 더 살아있는, '촉촉한' 소리를 만든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들어본 가장 느린 에로이카지만 전체적인 템포 밸런스는 대략 맞춰져 있는데 마지막에 4악장 'Poco andante' 이후 늘어지는 것은 음악적으로 실익이 없이 좀 과하다.

23. Georg Solti/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59

잘 연주되고 잘 지휘된 음반- 빈필이 원래 좋은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한테나 복종하는 오케스트라도 아니기 때문에 지휘자로서 솔티의 능력을- 혹은 이때는 잠재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약간 무색무취하고 각 악장별 처치에 집중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져있는 편이지만 소리가 워낙 좋다.

24. Nikolaus Harnoncourt/Chamber Orchestra of Europe- 1990

'소리sound'는 새롭지만 음악적인 아이디어는 평범하다. 초반에 기세좋게 출발하는 것에 비해선 3/4악장이 너무 늘어지고 또 4악장은 소리도 어울리지 않게 너무 레가토 느낌이 많다-  '청개구리형' 지휘자. 사실 이미 여기쯤 오면 '포장'을 바꾸는 것 외엔 내용은 해석의 한계에 왔다는 징표로 보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25. David Zinman/Zürich Tonhalle Orchestra- 1998

이것은 '포장'을 넘어서 스코어를 갈아치우기 시작한 단계. 즉, 악보 자체가 다른 판본인데 세세한 차이는 전문가들의 영역이고 크게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은 2가지- 우선 3악장 스케르초의 트리오 다음에 전반부를 통째로 반복하는 것은 별로 묘미가 없고 보다 흥미로운 것은 4악장 두번째 변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거의  현악 각 파트의 수석들만 연주하는 듯한데 원래 여기를 현이 단체로 달려들면- 특히 수준이 좀 떨어지는 악단의 경우에- 뭔가 울림이 어설프게 들리는 느낌이 있는데 비해서 이것은 소리가 깨끗하고 또 이어지는 3번째 변주 혹은 오보에/클라리넷의 제2주제 다음의 오케스트라의 총주와 대조가 되는 효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