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교향곡 41번 C Major, K. 551 "Jupiter"
Mozart Sympony No. 41 in C Major, K. 551 “Jupiter”
I. Allegro vivace
II. Andante cantabile
III. Menuetto(Allegretto)
IV. Molto allegro
(i) 작품 개요
이 곡은 주지하다시피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보통 대가들의 '마지막' 작품에 따라붙는, 흔히 연상할 수 있는 수사들이 '가장 위대한', '가장 심오한' 등등인데 아마도 여기서는 다 사실인지 모른다. 또한 이 작품은 끝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부를 수 있기도 한데, 곧 모차르트가 교향곡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작품이라는 의미이다. 푸가토(fugato)가 대규모로 사용된 4악장이 가장 주목받는 대목이지만 사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4개 전 악장에서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 1악장은 소나타형식이지만 범상한 구조는 아니다. 제1주제-제2주제-코데타까지 소나타형식의 순서대로 다 나온 것 같은데 제시부 막바지에 다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기 때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계속 듣다 보면 (제시부 반복이 끝난 다음에) 이 새로운 주제의 전개로 발전부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끝나고 제1주제가 등장해서- 모차르트는 종종 발전부에 제3의 주제를 도입해서 처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재현부가 시작되었나 싶으면 다시 이것이 변형되면서 전개를 다 마치고 나서야 '진짜' 재현부가 시작이 되면서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제시부도 원래 끝나야 할 것 같은 자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혹은 제2주제 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속임수' 코데타이고 이것으로 이미 클라이맥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기 새로운 주제 다음의 진짜 코데타는 간략하게 처리되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제시부에도 발전부에도 '속임수'가 각각 한번씩 있는 것.
설명이 장황하게 되었지만 요점은 왜 모차르트가 이런 '속임수'를 썼냐는 것인데 음악의 내용에 이런 유머가 부합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또다른 가능성은 모차르트가 소나타 형식을 확장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즉 상기 '속임수'들의 결과로 2가지 주제를 2중으로 본격적으로 전개시키는 확대된 발전부를, 나아가서는 소나타 형식의 전체의 확대를 얻었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형식의 확대가 음악의 내용상의 장엄함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지만 실제로 들어오면 이 음악은 템포나 엑센트를 장중하게 가기보다는 빠르게 직선적으로, '알레그로 비바체' 그대로 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 2악장; 해설서에는 대부분 소나타형식이라고 되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형식에 억지로 우겨맞출 수는 있지만 이 음악을 듣는데나 연주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소나타형식 같은 명확한 'form'이 있으면 음악의 흐름을 따라감과 동시에 곡의 구조를 명확히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구조를 분석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2악장은 구조를 명확히 해주겠다거나 하는 건 별 의미가 없고 노래에만, 음악의 내용적인 흐름에만 집중해야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냥 마지막에 제1주제로 된 짦은 coda가 붙은 AA'의 2부형식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용적으로는 굉장히 감정이 복합적인 음악. 첫 주제에서 피아노(piano)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포르테(forte)로 튀어오르는 한 음은 앞으로 올 격정을, 폭풍을 예고해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도막마다 감정의 기복이, 변화가 많은 음악인데 이것을 어떻게 '안단테 칸타빌레'로 엮느냐는 어려운 점. 템포를 여유있게 잡고 시종일관 1악장과 대조를 이루는 잔잔한 음악으로, 말하자면 ‘adagio tranquillo’로 가면 알기 쉽고 성공 확률이 높지만- 호렌슈타인(Horenstein)/라이너(Reiner), 그리고 여기 소개는 안 했지만 카라얀(Karajan)이 이런 접근법을 취하는 지휘자들이다- 그게 모차르트의 원래 의도가 맞는지는 의문. ‘안단테 칸타빌레’로 모차르트의 원래 의도가 이런 것이었겠구나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해석은 우리는 아직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하튼 여기서 한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이 2악장도 전곡 40번 2악장의 단순한 소나타형식에 비하면 형식에 있어서나 감정의 표현폭에 있어서나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는 사실이다.
- 3악장은 형식상은 변함없이 중간에 트리오(Trio)가 끼워진 미뉴엣이지만 확실히 리듬이나 정서면에서 보다 스케르초적으로 가고 있다- 4악장이 심각한 클라이맥스기 때문에 긴장도 풀 겸 농담을 좀 하려면 여기서 해야한다는 것. 유머를 살려야 하고 활기가 있어야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 악장도 역시 리듬이 너무 늘어지면 실패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아직 '미뉴엣의 탈을 쓴 스케르초'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는 어느 정도 열려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 4악장은 소나타형식이지만 그보다 전악장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활용한 대위법적인 전개가 특징적인 악장. 하지만 이 악장이 새로운 것은 단순히 대위법이라는 기법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모차르트가 이전까지 쓴 모든 4악장들과는 음악의 내용이 감정, 정서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더 중요한 점. 종악장의 푸가토는 이미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교향곡 13번(D Major; 1764)-미하엘(Michael) 하이든 23번(역시 D Major; 1779년경)으로 이어지는 선행 계통이 있지만 들어보면 2곡 모두 단지 기법적인 활용일 뿐 음악의 내용이나 정서는 (베토벤 이전의) 고전파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들과 다른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음악의 장엄한 감정은 단순히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좀더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 새로운 단계로 올라선 음악이다.
재미있는 것은 푸가토 부분은 각 파트들이 선명하게 들려야 하기 때문에 템포를 늦춰서 장엄함과 명료성를 강조하는 것이 일리있는 접근법일 것 같은데, 실제로 들어보면 역시 1악장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음악은 적절한 스피드가 동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완되게 들리고 장엄함도 살지 않는다. 전작과 비교해보면 40번은 1/4악장이 상대적으로 해석의 폭이 넓지만 이 41번은 1/4악장은 직선적으로 달려나가면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하고 오히려 2/3악장이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
첫머리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이 곡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만약에 모차르트가 한 20년만 더 살았다면, 그래서 베토벤과 영향을 일방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그 결과 마치 하이든 콰르텟(Haydn Quartets)처럼 ‘베토벤 심포니(Beethoven Symphonys)’를 한 3곡 한 세트 정도로 만들었다면, 과연 어떤 음악을 남겼을까? 나머지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아마도 모차르트가 아닌 그 누구도 상상해낼 수 없는 음악이었으리라...
(ii) 녹음들
1. Eugen Jochum/Bamberg Symphony Orchestra- 1982
1악장 템포는 유장하지만 장엄함을 강조한다기보다는 여유로운 음악이고, 순박하고 따뜻한 노래가 좋다. 2악장까지 이렇게 느긋하게 노래하다가 3악장을 징검다리 삼아 템포를 당겨서 음악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전술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전반부와 후반부의 밸런스가 안 맞는 단점은 있지만 요훔의 회심작이라고 할 만한 잘된 녹음.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원래 괜찮은 오케스트라지만 이만큼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요훔의 지휘자로서의 뛰어난 테크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2. Jascha Horenstein/Vienna Symphony Orchestra- 1955
2악장은 상기 'adagio tranquillo' 접근법이 가장 잘된 버전으로 특기할 만하다. 1악장도 기세가 좋지만 모차르트를 어떻게 노래하는지 아는 지휘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악장에서부터 조금씩 템포 늦추면서 4악장은 명료함에 신경쓰는 접근법인데 음악도 늘어지고 오케스트라의 '화력'도 부족. 녹음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단점.
3. Arturo Toscanini/NBC Symphony Orchestra- 1945/46
1악장은 40번과는 달리 마치 스코어 자체만 충실하게 따라가는 듯한 정직한 접근법. 다만 2악장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베토벤이나 브람스처럼 자신있는 노래가 나오진 않는다. 3악장은 토스카니니의 하이든/모차르트 녹음 중에서는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귀에 거슬리는 데가 없는 미뉴엣- 우리가 위에서 이 미뉴엣은 이미 정서적으로 스케르초를 예견하고 있다고 말한 한 가지 근거다.
4. Fritz Reiner/Chicago Symphon Orchestra- 1954
1/4악장은 여기 녹음들 중에서 가장 빠르고 전체적으로 가장 날렵한, 전진하는 흐름과 기세에 초점을 맞춘 모차르트. 특히 4악장은 속도를 감안했을 땐 굉장히 정교한 앙상블인데 노래가 포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2악장은 또 가장 느린, 확실한 'adagio tranquilo', 노래가 괜찮다.
5. Otto Klemperer/Philharmonia Orchestra- 1962
1/2악장은 40번과 유사하게 유장한 템포, 부드러운 사운드에 감상이 절제된 접근법. 또 전반적인 템포를 느리게 잡는 대신 3악장 미뉴엣을 경쾌하게 처리해서 지루하지 않게끔 쉬어 가는 것이 클렘페러식 모차르트. 4악장이 1악장과 일관된 느린 템포인데 음악이 별로 명료해지지가 않아, 특유의 '해부학'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들린다- 우리로 하여금 이 음악은 적절한 스피드를 동반해야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사례들 중 하나.
6. Otto Klemperer/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68 live
1~3악장은 필하모니아와의 1962년 녹음과 큰 그림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전반적으로 조금씩 빨라졌고 악장 내 템포변화나 감정표현이 더 많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이 4악장, 확실히 더 격렬하고 장엄한 음악을 들려준다. 음질이나 기술적인 완성도로 보아 클렘페러가 생전에 출반에 동의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전체적으로 이쪽이 단연 낫다.
7. Karl Böhm/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962
2악장은 간결한 안단테고 특히 단조로 진행하는 부분에 표나게 가속이 있어 절제의 효과를 노리는 부분이 특색이 있다. 전반부가 빠르고 후반부 3/4악장이 늘어지는 선택인데 역시 밸런스가 깨졌을 뿐 아니라 4악장 앞에서 3악장을 여유있는 템포로 대조를 시키려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가 않다.
8. Karl Böhm/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1976
큰 그림은 상기 베를린필과의 1962년 녹음과 유사하지만 전 악장에 걸쳐서 노래가 더 좋다. 이것은 40번과 달리 이쪽이 우위. 음악을 악단이 혼자 만드는 건 아니고 같은 지휘자라도 생각이 바뀌면 다른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빈필의 판정승?
9. George Szell/Cleveland Orchestra- 1963
4악장이 해상도 높은 연주고 가장 돋보이는 악장. 셀/클리블랜드의 화력을 잘 보여주고 있고 여기 녹음들 중에서 위 라이너/시카고 버전과 함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쌍벽'이다. 2/3악장은 대략 무난하지만 역시나 절충주의가 실패한 무색무취한 1악장이 가장 취약한 부분.
10. Bruno Walter/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1956
장엄하면서 동시에 우아한, 노래해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는 모차르트- 다만 이를 위해서 노래할 대목이 있을 때마다 템포가 느려지기 때문에 음악이 전진하는 흐름은 약해지는 면은 있다. 4악장이 1악장과 궤를 갖이하는 장중한 버전인데 역시 느리면 리듬이 늘어지는 느낌, 역시 가장 비효과적으로 들린다.
11. Carl Schuricht/Paris Opera Orchestra- 1963
1악장은 이 녹음이 최고고 이 악장의 다양한 선율과 주제들을 노래하기 위해서 늘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해주는 연주. 유일한 약점이라면 오케스트라의 열세가 두드러지는 4악장인데 처음엔 그나마 들을만 하지만 마지막 클라이맥스쯤 가면 오케스트라가 집중력을 상실한 느낌, 귀에 거슬리는 것을 인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호도; Schuricht>=Walter=Klemperer1968>=Reiner=Jochum=Böhm1976=Horenstein>=Szell
=Toscanini=Böhm1962=Klemperer1962
해석의 삼각형; Reiner/Walter/Böhm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