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017년 상반기 서예실 교체전시
(전시주기에 변동이 많은 전시실- 최근엔 대략 6/12월, 반기말에 한번씩 교체하는 패턴인데 향후는 확실치 않다.)
● 현화사비액탑본(고려 현종); 보기 드문 고려 어필. 비석의 제목에 해당하는 글이고 첫 반절 ‘영축산대자은’ 6자가 전시되어 있다. 덕이 있어 보이는 원만한 필체의 전서.
● 유점사종명탑본(정난종); 개성있는 필법- 굳이 '닮은꼴'을 찾는다면 아마도 안진경체와 가장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종에 새긴 것이기 때문에 재료의 특성상 굵은 획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고 마침 방 가운데 진열장에 안진경의 ● 다보탑비탑본이 전시되어 있어 바로 비교, 확인해볼 수 있다. 정난종은 송설체에 능했다는 기록이 있는 모양인데 아마도 여러 체에 다 능한 사람이었거나, 혹은 연대가 이미 세조/성종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 서예도 처음엔 조맹부 글씨를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안평대군체와는 다른 길로 나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겉보기로 드러나는 유사성 정도가 아니라 글씨의 '연원'까지 논하려면 서예사와 실제 서예의 필법에 같이 정통한 실력자라야 가능한 일이니 어느 쪽인지는 우리 능력범위를 벗어난 문제.
● 송엄상좌귀남서탑본(안평대군); 목각본인 듯 싶은데 새긴 솜씨가 시원치 않다- 안평대군이 이 정도 실력은 아니다. 전시설명에 나와있는 원문과 맞춰보니 내용도 온전한 것은 아니고 훼손되고 남은 것을 오려붙인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우리가 간송에서 본 같은 제목의 작품은 아마도 임모본이었던 모양인데 그쪽이 솜씨가 훨씬 낫다.
● 백세청풍비탑본(주희); 전시설명에 의하면 주자가 수양산의 이제묘에 쓴 글씨라고(다만 근거가 확실한 것인지, 혹은 중국 현지에 원본 내지는 탑본이 남아있는지 여부는 우리는 모르겠다.). 여튼 조선시대에 탑본이 넘어와서 전국 여러 곳에 새겨진 모양인데 이것은 금산 청풍서원에 있는 것이고,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청운초등학교를 끼고 청운현대아파트로 올라가는 골목길-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주택 축대 밑에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가로/세로만 바뀌었고 자체는 똑같다.
● 동해비첩(허목); 독특한 고문자체로 유명한 척주동해비의 원본 글씨첩. 이런 '상고주의' 전통은 최소한 오대말~북송초기까지는 거슬러 올라갈 것이고 허목과 비슷한 연대로 소위 '고문기자(+'창작'까지)에 능했던 사람으로는 명나라의 호정언(1584~1674)이 있다. 내용과 결부시켜 보자면 한자 뿐 아니라 고대 상형문자는 지역을 막론하고 정보전달이나 기록 외에 주술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요점. 해일을 막아달라고, 바다의 풍랑을 진정시켜달라고 기원하는데 단정한 자체로 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문장의 내용/목적과 서체가 딱 부합하니 순수한 글자의 조형미에 더해서 또 다른 차원에서도 미적 가치를 갖는, 허목의 걸작이 되었다.
~ 6월말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