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예실 교체전시
(이 방은 한 2~3번 테마전을 하더니 도로 옛날 패턴으로 돌아왔다- 대부분 나오던 것들이 다시 나왔고 아래는 예전에 언급이 안된 작품들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 육유시/도연명시(이광사); 둘다 많이 흘리지 않은 행서. 앞의 것이 더 잘 썼다- 이것은 예쁘게 꾸며서 쓴 글씨고 뒤의 것은 꾸밈이 없이, '미추'라는 개념을 좀 벗어나서 써보려고 한 것인데 문제는 그 와중에 꾸며쓸 때는 힘이 좋았던 획들이 힘이 좀 빠졌다는 것. 또한 글씨를 예쁘게 꾸며서 쓰지 않는다는 것이 형태를 되는대로 무너뜨려도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무너진 듯 비대칭으로, 무정형으로 전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조형감각이 필요한데 그런 감각 자체가 좋아 보이질 않는다. 이것은 자기 적성에 잘 안 맞는 스타일을 구사한 것이니, 비유하자면 마치 정형시는 잘 쓰지만 자유시는 감을 잘 못 잡는 시인과 같다.
(참고로 도연명 시는 음주 20수 중에 5/7/6수- 전시설명 한 쪽이 시 한수씩, 내용이 일단 한번 끊어지는 것이다.)
● 증철옹부백부임지행/제문상정사(정조); 정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편에 속할 것이다. 전자는 필획 사이의 간격을 주고 시원하게 터서 썼고 자형도 보다 날씬하게 빠졌다. 후자는 필획 사이의 간격을 주지 않고 좁게 붙이거나 그대로 이어서 썼고 자형도 더 납작해 보여서 잔뜩 웅크린, 힘을 응축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그냥 구사한 스타일이 다른 것이고 어느 쪽이 더 잘 쓴 건 아니다. 다만 앞의 것은 배경의 빨간색 종이가 글씨하고 덜 어울려서 불리해 보인다.
● 오수당(김홍도); 상설관내 테마전으로 진행하고 있는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 출품작 중 하나- 꾸벅 졸듯이 기울여 쓴 글씨가 멋이 있다.
~ 아마도 이달말~8월말 사이에 교체할 듯.